
파인그룹과 주성그룹 오너 2세들이 오르비텍을 매개로 한 '승계 꽃놀이패'를 완성했다. 상장사 자금을 활용해 파인그룹은 현금을 챙기고, 주성그룹은 지배력을 확보하는 인수·합병(M&A) 구조다. 특히 시가의 수배에 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 상호 교환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파인테크닉스 팔고, 파인엠텍은 추가 매입
이번 딜의 출발점은 코데스의 파인테크닉스 지분 거래다. 코데스는 파인그룹 창업주인 홍성천 회장 가족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홍 회장의 자녀인 홍준기 파인엠텍 상무이사와 홍정아 씨가 각각 45%, 16.15%를 보유하고 있다. 홍 회장과 배우자인 조명숙 씨의 지분은 23.47%, 15.38%다.
코데스가 파인그룹 상장 계열사들의 지분을 늘리면 오너2세의 지배력이 확대되는 구조다. 코데스는 2024년 8월 홍 회장으로부터 파인테크닉스 주식 140만주를 15억원(주당 1060원)에 취득했다. 이후 기존 보유분과 합산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경영권 프리미엄은 반영되지 않았다.
이후 코데스와 홍 회장은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 지난해 2월 엄진성 씨와 아이원인베스트에 파인테크닉스 주식 507만751주(지분율 29.83%)를 280억원에 매각하는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해당 계약은 지난해 5월 잔금 미납으로 해지됐다.
이후 오르비텍이 새로운 매수인으로 등장했다. 오르비텍은 지난해 11월 동일 물량을 주당 4930원, 총 250억원에 인수했다. 취득단가 대비 약 5배, 계약 전일 종가(1705원) 대비 278.6%의 프리미엄이었다. 계약 체결 다음 날 실망 매물이 쏟아지며 파인테크닉스 주가는 1457원으로 18.7% 하락했다.
오르비텍의 현금이 코데스를 거쳐 파인그룹 오너 일가로 이동하는 경로가 형성됐다. 코데스는 파인테크닉스 지분 202만7110주(지분율 11.92%)를 오르비텍에 100억원에 매각했다. 매각 물량의 평균 취득 원가가 주당 1060원 안팎이었음을 감안하면 5배 가까운 차익을 챙긴 흐름이다.
코데스는 현금 확보 이후 지배구조 개편에 착수했다. 코데스는 지난해 11월 자회사 이엠비의 유상증자에 80억원의 현금을 투입하며 지분율을 50.84%에서 70.59%로 끌어올렸다. 회사는 앞서 보유 중인 파인엠텍 주식을 기반으로 122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하고 홍 회장으로부터 87억원을 차입하는 등 레버리지를 적극 활용했다.
이엠비는 이후 같은달 파인엠텍의 170억원 규모 3자배정 유상증자 대금을 완납했고, 보유 지분이 7.03%로 증가했다. 코데스의 레버리지가 이엠비의 유상증자를 거쳐 파인엠텍의 유상증자로 이어지는 구조를 통해 오너 2세는 파인엠텍의 지배력을 간접적으로 강화한 셈이다.
이 같은 구조는 2022년 인적분할 당시부터 그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인테크닉스는 2022년 9월 기존 법인을 IT부품 사업(파인엠텍)과 LED조명 사업(파인테크닉스)으로 인적분할했다. 분할 비율은 파인테크닉스 0.35: 파인엠텍 0.65 수준이었다.
파인엠텍은 폴더블폰 내장 힌지를 제조한다.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 성장에 따라 매출 성장과 기업가치 리레이팅이 기대되는 기업이었다. 반면 파인테크닉스는 분할 이후 성장 잠재력 약화로 외형이 축소됐다.
코데스는 파인테크닉스 지분을 상장사 오르비텍에 매각해 승계 실탄을 확보하고, 이를 알짜 회사 파인엠텍 지분 매입에 간접적으로 투입하는 방식이다.
주성그룹 경영권 확보…성진홀딩스가 연결
비앤피주성은 오르비텍의 새 주인으로 올라서며 승계 발판을 마련했다. 비앤피주성은 코스닥 상장사 주성코퍼레이션의 지분 35.9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박진수 주성그룹 회장의 자녀 박준범·박지현 씨가 지분 66.6%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12월 성진홀딩스가 보유한 오르비텍 지분 9.17%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비앤피주성은 계약 전일 종가(3825원) 대비 260% 프리미엄이 반영된 주당 9949원에 지분을 매입했다. 총 매입 대금은 300억원이다. 비앤피주성은 지난해 특별관계자에 대여했던 58억원을 집중 회수하는 등 인수 자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비앤피주성은 오르비텍이 진행한 100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에 특별관계자인 주성씨앤에어와 함께 참여해 287만6870주를 추가 취득했다. 발행가는 기준 주가 대비 10% 할인된 주당 3476원이었다. 최종 보유 지분은 17.91%로 오르비텍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성진홀딩스는 이번 거래를 통해 자본잠식 위기에서 벗어났다. 2024년 말 기준 자본총계 -14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던 성진홀딩스는 비앤피주성으로부터 오르비텍 경영권 매각 대금 300억원을 수령했다. 이후 지난달 200억원을 투입해 오르비텍이 보유한 파인테크닉스 구주 460만주(20.12%)를 인수하며 새 주인으로 올라섰다. 이 과정에서 100억원의 현금 차익이 발생해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해졌다.
반면 오르비텍은 파인테크닉스 경영권을 주당 4930원에 인수한 뒤 성진홀딩스에 주당 4348원에 되팔며 역마진을 감수했다. 성진홀딩스는 오르비텍에 80억원의 잔금을 지급한 가운데 나머지 120억원은 올해 9월 납부 예정이다.
오르비텍·코데스 채무 부담

이번 M&A는 결과적으로 파인그룹에는 현금을, 주성그룹에는 오르비텍 경영권을 안겼다. 성진홀딩스는 연결 고리 역할을 맡았다. 오르비텍은 비앤피주성 체제로 전환됐지만 재무 부담이 여전하다. 회사는 파인테크닉스 인수를 위해 전환사채(CB)를 발행했다. 현재 미상환 CB 잔액은 253억원이다. 전환 시 신규 발행 주식 수는 531만1604주로, 기존 발행주식 대비 16.16% 수준이다. 비앤피주성의 지분율에 버금가는 규모다.
이 중 12회차 CB(100억원)는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이 모두 0%다. 투자자는 전환 차익에만 의존하는 구조다. 전환가액 6401원은 최근 주가보다 상당히 낮게 설정됐다. 9·10회차 CB 역시 자산운용사와 투자조합이 보유하고 있어 전환 청구 시기가 도래하는 올해 하반기부터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압력이 현실화될 수 있다.
여기에 오르비텍이 보유한 파인테크닉스 지분 360만주(15.75%)의 보호예수는 내년 1월 해제될 예정이다. 이후 처리 방향에 따라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향후 오르비텍이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보여주지 못할 경우 주주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코데스는 확보한 현금으로 승계 기반을 다졌지만 재무 부담도 안게 됐다. 회사는 지난해 파인엠텍 주식 89만주를 담보로 NH투자증권에서 40억원을 차입했다. 파인엠텍 주가가 7607원 아래로 떨어질 경우 즉시 차액을 상환해야 하는 조건이 걸려 있다.
<블로터>는 오르비텍 공시담당자에게 수차례 통화를 통해 관련 내용을 질의하고 연락처를 남겼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코데스, 비앤피주성, 성진홀딩스와는 전화 연결이 이뤄지지 않았다.
최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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