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코리안] "뉴욕 한인사회 대전환기…데이터 기반 네트워크 구축"
"한인회관 재건축해 안정적 재정 확보…남북 문화·예술 민간 교류 희망"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세계 경제와 외교의 중심지인 미국 뉴욕에서 6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온 뉴욕한인회가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재미 언론인 출신으로 냉철한 시각에서 한인사회를 바라봐온 이명석 뉴욕한인회장은 임기 반환점을 앞둔 시점에서 뉴욕 한인사회가 직면한 현실을 언급하며 '위기'라는 단어를 꺼냈다.
최근 방한한 이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이민 1세대의 경제력 위축과 세대 간 단절,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인회는 친목 단체를 넘어 동포들의 삶을 이끄는 미래지향적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그는 현재 뉴욕 한인사회의 시급한 과제로 경제적 위축을 꼽았다. 과거 1세대 이민자를 중심으로 한 탄탄한 경제력이 줄어들면서 성공한 이들과 실패한 이들 사이의 격차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특히 거대 자본을 앞세운 중국계 커뮤니티의 급성장은 한인 상권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회장은 "퀸즈 플러싱 지역 등 전통적인 한인 타운의 경제권이 중국계로 넘어가고 있다"며 "맨해튼 32가 코리아타운의 건물주들도 점차 타민족으로 바뀌고 있어 한인들이 밀리고 있다"고 짚었다.
이런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면 '개별적 생존'이 아니라 세대와 분야를 아우르는 '네트워크를 통한 상생'이 중요하다고 본다. 월스트리트나 법조계 등 주류 사회에 진입한 전문직 2세들의 역량을 토대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탄탄한 네트워크 토대 마련을 위해 그가 공들이는 프로젝트는 '재외동포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다. 뉴욕 거주 한인의 규모나 실태를 면밀히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체계적인 데이터 없이는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지난해 9월 뉴욕 방문 당시 동포간담회에서 이 회장이 관련한 설명을 하자 재외국민을 포함한 재외동포 DB 구축의 필요성에 공감대를 표하기도 했다.
뉴욕한인회는 재외동포청의 '동포사회 DB 구축 사업'에 해외 한인회 최초 시범 사례로 선정돼 사업비 1만 달러(약 1천500만원)를 지원받는다. 동포청은 시범 사업 결과를 토대로 향후 전 세계 한인회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이 회장은 "정확한 재외동포 실태 파악이 돼야 투표권 행사도, 맞춤형 정책 수립도 가능하다"며 "유학생과 지상사 근무자뿐만 아니라 약 4만명에 달하는 뉴욕 내 중국 동포들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동포의 상당수가 한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정책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며,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을 위해서라도 데이터 구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회장은 한인사회의 미래인 2∼3세 교육에 관한 철학도 밝혔다. 획일적인 한글 교육에서 벗어나 차세대들이 흥미를 느끼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오는 23일(현지시간) '세종역사연구소'를 설립하고, 6월에는 차세대들을 대상으로 한국사 인증 시험도 도입한다. 이 회장은 한국어 학습을 넘어 한국의 역사와 뿌리를 이해할 때 비로소 진정한 정체성 전수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뉴욕한인회-사이버한국외대 업무협약 체결 이명석 뉴욕한인회장(왼쪽)과 문휘창 사이버한국외대 총장. [사이버한국외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2/yonhap/20260512060207207xblm.jpg)
이 회장은 이번 방한 기간인 지난달 30일 사이버한국외대와 미주 한인사회를 대상으로 교육 교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향후 온오프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회장은 동포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핵심 축으로 한인회의 자생력 확보도 들었다.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뉴욕한인회관은 현재 5천만 달러(약 736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자산이지만, 노후화와 관리 문제 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해왔다.
그는 6층짜리 건물을 30층 규모로 재건축해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통해 한인회의 안정적인 운영 자금을 확보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현재 국내 한 대형 금융사로부터 지분 참여 제안을 받는 등 구체적인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이 회장은 "이 건물은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뉴욕 한복판에 우뚝 선 한인 사회의 상징이어야 한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공청회 등을 통해 공론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유엔 본부가 위치한 뉴욕의 상징성을 활용해 남북 간 민간 교류의 물꼬를 트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 북한대표부와 접촉해 문화·예술 교류를 시도함으로써 정부가 하기 어려운 역할을 보완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부를 향해 전향적인 정책 변화를 제언했다. 700만 재외동포의 역량을 국가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동포청을 장관급인 '재외동포부'로 격상해 정책의 일관성과 실행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재미동포만 해도 한국 경제가 어려웠던 1980∼1990년대 모국에 매년 50억 달러 이상 송금하며 기여했다"며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처럼 전 세계 한인 네트워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포용하는 '오픈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욕한인회, 김경협 재외동포청장 면담 (서울=연합뉴스) 뉴욕한인회 이명석 회장(맨 오른쪽)과 오영훈 국제협력위원장(맨 왼쪽)이 지난 7일 인천 연수구 재외동포청에서 김경협 재외동포청장(가운데)과 면담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6.5.12 [재외동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2/yonhap/20260512060207432qzpd.jpg)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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