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현의 풀카운트] 12승의 기억은 신기루였을까, 이민호가 마주한 '낯선 풍경'

- “LG였기에 가능했던 10승”... 염경엽의 냉정한 진단, 그리고 멈춰선 1차 지명의 시간
- 3년 만의 복귀, 하지만 주인 없는 자리는 없다... 이민호가 증명해야 할 ‘계산 서는 투구’
- 찬란한 우승의 함성 밖에서 보낸 1,000일, ‘유망주’의 껍질을 깨야 비로소 가을이 온다

"이민호는 LG여서 10승 투수였다."
염경엽 감독의 평가는 차갑다 못해 시릴 정도였다.
한때 LG 트윈스의 '미래'이자 '국내 에이스'로 불렸던 2020년 1차 지명 이민호(25).
그가 사회복무요원을 마치고 돌아왔지만, LG 마운드는 그를 위한 꽃길을 깔아두지 않았다.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 가혹한 가시밭길 생존 경쟁이 기다리고 있다.

화려했던 12승, 그 이면의 불편한 진실
이민호는 입대 전인 2022시즌 12승을 거두며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표면적인 승수는 훌륭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물음표가 가득했다.
당시 평균자책점은 5.51. 규정 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5점대 중반의 평균자책점으로 12승을 챙긴 건 기적에 가깝다.

당시 리그 최강이었던 LG 타선의 득점 지원과 탄탄한 수비, 일명 '팀빨'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성적이었다.
9이닝당 탈삼진(5.51개)이 적고 기복이 심했던 그의 투구 내용은 늘 벤치를 불안하게 했다.
철옹성 구축한 LG 마운드, 이민호는 '7순위 이하'다
이민호가 자리를 비운 사이, LG 마운드는 상전벽해했다.
외국인 원투펀치 치리노스와 톨허스트는 건재하고, 아시아 쿼터로 라클란 웰스까지 가세했다.
국내 선발진 역시 '대기만성' 임찬규와 좌완 듀오 손주영, 송승기가 확고한 주전으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4월 복귀 예정인 입단 동기 김윤식까지 감안하면 이민호의 순번은 8선발까지 밀린다.
과거 선발 자원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그를 기용하던 시절과는 차원이 다르다.
염 감독이 김윤식을 우선순위에 두고 이민호에게 "기본기를 보강하라"는 숙제를 안긴 것은,
이제 '유망주 프리미엄'은 없다는 엄중한 경고다.

'계산이 서는 투수'가 되어야 산다
긍정적인 신호는 있다. 건강하게 돌아왔고, 구속도 140km/h 중반까지 회복했다.
팔꿈치 수술 후유증을 털어내고 멘탈도 단단해졌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건강한 복귀'는 기본값일 뿐이다.

LG는 2026시즌에도 통합 우승을 노린다.
144경기 레이스 중 선발진에 균열이 생길 때, 벤치가 믿고 내밀 수 있는 카드가 되어야 한다.
들쑥날쑥한 제구와 기복을 줄이고, 5이닝을 버티든 롱릴리프로 나오든 '계산이 서는 투구'를 보여줘야 한다.

"LG 선발진의 미래"라는 달콤한 수식어는 이제 유효하지 않다.
'팀빨' 오명을 벗고 실력으로 자신의 자리를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왕조를 꿈꾸는 LG의 행복한 고민 속에서, 이민호는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글/구성: 민상현 전문기자, 김PD
#2025 LG 주요 투수진 성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