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건 너무 까다로워" UAE, F-35 포기하고 KF-21로 방향 튼 속사정

중동의 부유한 산유국 UAE가 미국의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를 포기하고 한국의 KF-21 보라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한때 230억 달러(31조 9천억 원) 규모로 추정되던 F-35 거래가 무산된 자리에, 이제 한국산 전투기가 그 공백을 메울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입니다.

과연 '아랍의 맹주' UAE는 왜 미국 대신 한국을 선택하려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것이 한국 방산업계에는 어떤 의미일까요?

아브라함 협정 후 좌절된 F-35 꿈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이스라엘과 관계를 정상화한 UAE는 곧바로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바로 미국의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 라이트닝 II를 50대나 구매하겠다는 것이었죠.

지금까지 미국은 중동 지역에 이스라엘을 제외하곤 F-35 전투기를 판매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UAE가 F-35를 도입한다면 단순한 무기 도입이 아니라 중동 지역 내 군사적 균형을 바꿀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하지만 이 거대한 거래는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미국이 제시한 까다로운 보안 조건들과 각종 운영 제한사항들이 걸림돌이 된 것입니다.

특히 UAE와 중국 간의 긴밀한 경제 관계를 우려한 미국 정부의 압박이 결정적이었죠.

결국 지난해 9월, UAE는 공식적으로 F-35 구매 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미국은 너무 까다로워, 이제 동쪽을 본다"


UAE 내 전문가들의 반응은 명확했습니다.

UAE 정치학 교수이자 하버드대 비상주 선임연구원인 압둘칼렉 압둘라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직격탄을 날렸습니다.

"이제부터 UAE는 더 이상 군대 현대화를 위해 하나의 출처에 얽매이지 않습니다"라며 "미국이 너무 까다롭고 정치 문제가 매우 많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지적한 것입니다.

그는 특히 "F-35 거래가 이를 엄청나게 부채질했다"면서 "프랑스는 조건이 거의 없고 확실히 미국보다 적으며, 이제 우리는 동쪽에도 한국이라는 강한 파트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는 UAE의 무기 조달 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입니다.

한국산 KF-21, 무엇이 특별한가


그렇다면 UAE의 관심을 끈 한국의 KF-21 보라매는 어떤 전투기일까요?

방위산업 전문지 내셔널 시큐리티 저널에 따르면 KF-21은 전투 범위가 1000㎞에 이르며 공대공, 공대지, 대함 미사일과 유도폭탄을 실을 수 있는 다목적 전투기입니다.

또한 반스텔스 특성을 갖춘 것도 주목할 만한 특징이죠. 물론 F-35와 직접 비교하면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국방 전문매체 아미 레커그니션은 "F-35 라이트닝 II보다 KF-21은 스텔스성이 떨어지고 완전한 5세대 네트워킹 기능이 부족하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KF-21의 매력 포인트가 되고 있는 것입니다.

가격과 자유도, 두 마리 토끼를 잡다


KF-21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경제성입니다.

방산업계에 따르면 KF-21의 대당 가격은 약 8000만 달러로 F-35의 절반 수준입니다.

시간당 유지비도 1만4000달러로 F-35보다 상당히 저렴하다고 업계는 전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운용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음을 의미하죠.

더 중요한 것은 운용의 자유도입니다.

아미 레커그니션은 KF-21이 "훨씬 낮은 획득·운영 비용, 간단한 유지·보수, 더 적은 수출 제한으로 이를 보완해 작전 독립성을 추구하는 국가에 매력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미국처럼 까다로운 조건을 걸지 않는다는 것이 오히려 KF-21의 경쟁력이 된 것입니다.

전례 없는 UAE 공군 수뇌부 시승


UAE의 KF-21에 대한 관심은 단순한 호기심 수준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한국 공군도 이를 높게 평가하고 있죠.

지난 8월 7일 경남 사천 공군기지에서 열린 우정 비행에서 이브라힘 나세르 모하메드 알 알라위 UAE 국방차관이 KF-21 보라매 전투기 후방석에 탑승해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김민석 한국국방안보포럼 위원은 "군 고위급 인사가 아직 개발하지 못한 다른 나라의 비행기에 타는 것은 전투기 세일즈 역사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지난 2월 비행시험 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력, 기동성, 항공전자·무기 능력 면에서 KF-21이 세계의 전투기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습니다.

이는 KF-21의 성능에 대한 한국 공군의 강한 믿음을 보여주는 발언입니다.

중동 진출의 교두보, 그리고 미래


한국은 앞으로 내부 무기 베이와 향상된 스텔스 기능을 갖춘 업그레이드된 KF-21EX 변형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이는 현재 버전의 한계점들을 보완해 더욱 경쟁력 있는 전투기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UAE의 KF-21 도입이 성사된다면 이는 단순한 전투기 수출을 넘어 한국 방산업계의 중동 진출에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KF-21은 필리핀·폴란드 등 여러 국가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2026년부터 한국 공군에 실전 배치될 예정입니다.

흥미롭게도 UAE는 앞서 2025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걸프 순방 때 앞으로 10년 동안 미국 경제에 1조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전투기만큼은 한국산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상황입니다.

과연 230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뒤집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이것이 한국 방산업계에는 어떤 새로운 기회가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