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신용카드사 중 유독 현대카드에서 이용한도가 크게 줄었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줄을 잇고 있다. 이는 현대카드의 레버리지 배율(자본금 대비 자산비율)이 규제 한도 목전까지 차오른 영향으로 분석된다. 애플페이 신규고객을 받기 전 내부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기존 고객에 대한 '가지치기'를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7개 전업계 카드사에 접수된 민원은 1870건으로 전 분기(1087건) 대비 72% 급증했는데, 실질적인 민원율을 나타내는 회원 10만명당 민원 건수(환산 건수)는 현대카드가 2.58건으로 최다였다.
민원이 급증했던 지난해 말 주요 카드사들은 예년보다 더욱 엄격한 내부 기준을 적용해 하향 조정 대상을 결정했다. 카드사는 연 1차례 이상 소득, 재산, 채무 등으로 따진 가처분소득에 견줘 회원의 이용한도 적정성을 심사할 수 있다.
카드사들은 수신 기능이 없어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을 통해 사업 자금을 조달한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적인 기준금리 상승으로 카드사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급증했고, 회원들의 연체가 늘어날 위험도 커졌다. 이에 카드사 전반이 회원들의 이용한도를 축소했으나 현대카드 고객의 경우 30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15배나 조정되는 등 하향폭이 상당하다는 평가다.
이는 현대카드가 정태영 부회장의 트레이드 마크인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로 단기간에 고객을 급속히 끌어모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정 브랜드에 특화된 혜택을 제공하는 PLCC는 브랜드 충성도 높은 소비자들을 카드사에 유치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현대카드 고객은 2020년 978만명에서 2022년 3분기 1111만명으로 13.6% 늘었다. 같은 기간 총자본은 2020년 말 3조4409억원에서 2022년 9월 3조7388억원으로 증가한데 비해 총자산은 19조9284억원에서 25조1290억원으로 더 큰 폭 늘어났다. 그 결과 현대카드의 레버리지 배율은 2022년 3분기 기준 6.7배로 업계 평균인 6.0배보다 높은 수치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신종자본증권 3000억원 발행으로 인한 자본개선 효과를 제외하면 현대카드의 레버리지 배율은 7.3배로 상승한다. 이는 금융당국이 카드사의 과도한 외형 확대 경쟁을 차단하기 위해 규제 한도로 설정한 8배와 큰 차이 없는 수치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 성격을 모두 가진 하이브리드 채권으로 만기 전까지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콜옵션(조기상환권) 시기가 도래하면 갚아야 하는 빚이다.
현대카드의 자본금 증가폭이 미미한 건 주주 배당으로 빠져나가는 자본도 상당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대카드의 지배구조를 보면 현대차·기아·현대커머셜 등 계열사 지분이 총 77%에 이르고 대만 금융사인 푸본상업은행과 푸본생명보험이 약 20%를 가지고 있다. 이들에게 현대카드는 2022년 중간 배당금을 포함해 총 1510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IPO(기업공개)를 요구해 현대카드에 부담을 줬던 재무적 투자자(FI)인 어피니티 컨소시엄의 지분을 상당량 사들여 백기사 역할을 했던 푸본그룹에 대해 '감사' 표시를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카드는 2022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17.1% 감소한 2078억원을 기록했는데 되레 배당금은 크게 늘렸다는 점이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현대카드는 레버리지 배율 관리를 위해 증자 또는 배당 억제가 아닌 기존 회원들에 대한 상품자산 축소를 전략으로 꺼내든 셈이다. 이렇게 관리한 레버리지 배율은 프리미엄 전략에 집중해 소위 '돈이 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적극 문호를 개방하려는 모습이다.

현대카드는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와 계약을 선제적으로 체결한 데 이어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아멕스)와 독점 계약을 맺고 핵심 프리미엄 상품인 '센츄리온 디자인 카드'를 오는 5월 선보일 예정이다. 아이폰 사용자와 기존 삼성카드에서 아멕스 카드를 이용했던 고소득 고객 등 모두 신규 고객 유입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벤트들이다. 즉 현대카드 레버리지 배율의 확대가 예상된다.
점유율 확보 측면에서도 프리미엄 전략은 유효하다. 카드업계 점유율은 통상 신용카드 이용실적으로 따진다. 현대카드의 점유율은 2022년 4분기 기준 신한카드, 삼성카드에 이은 업계 3위다. 엄혹한 거시경제 상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부실률 걱정을 낮출 수 있고 결제 가능액이 큰 프리미엄 고객에 집중하는 게 현대카드 입장에선 전략적인 판단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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