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의 임기 완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정권 들어 잇따른 패싱 논란에 휩싸였지만, 최근 실적으로 가치를 증명해 보였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최 회장이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된 '포스코 회장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지 재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불과 1년 만에 포스코홀딩스 2분기 영업이익을 다시 1조원대로 끌어올렸다.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2분기 실적 매출 20조1210억원, 영업이익 1조3260억원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 대비 각각 3.8%, 88.1% 증가했다. 포항제철소의 빠른 정상화와 배터리 소재 사업 성장세에 힘입은 성과다.
이로써 최 회장의 임기 완주에도 한층 무게가 실리고 있다. 최 회장의 임기는 공식적으로 내년 3월까지이지만, 차기 회장 인선 작업이 10∼11월쯤 진행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임기는 3∼4개월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포스코 회장직은 2000년 민영화 이후 끊임없는 외풍에 시달려왔다. 8.91%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공단이 포스코 최대주주로 정부의 통제권 아래에 있어서다.
역대 전 회장들 또한 정권 교체 시마다 예외 없이 사퇴했다. 고(故) 박태준 초대 회장이 1992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불화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2대 황경노 회장, 3대 정명식 회장 모두 연이어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4대 김만제 회장, 5대 유상부 회장, 6대 이구택 회장, 7대 정준양 회장에 이어 8대 권오준 회장까지 모두 같은 수순을 밟았다.
최 회장은 문재인 정권 시절인 2018년 7월 포스코 9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2021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이번 임기꺼지 마친다면 최 회장은 포스코 민영화 후 선임된 역대 회장 중 재임을 무사히 마친 첫 사례가 된다.
당초 재계에서는 "최 회장도 임기를 전부 채우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윤 정부 출범 이후 최 회장을 향한 퇴진 압박이 연일 이어졌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지난해 9월 10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국정감사 증인으로 불려 나왔다. 당시 여당 의원들은 최 회장이 태풍 힌남노에 대한 안일한 대처로 포항제철소 피해를 키웠다며 책임을 물었다.

최 회장이 주요 현 정권과의 불화로 대통령 순방길에 동행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패싱' 논란도 일었다. 실제로 최 회장은 아랍에미리트(UAE)·스위스, 일본, 미국 등 대통령 해외 순방 경제사절단 명단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린 적이 없다.
지난 6월 베트남 경제사절단 명단에도 포함되지 않으며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베트남 순방에는 10대 그룹 총수를 포함해 윤 정부 들어 최대 규모인 200여 명 이상이 동행했기 때문이다. '수소기업협의체 H2 써밋' 행사에서 최 회장은 정부와 갈등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전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다만 최 회장은 대내외 부정 이슈 진화에 적극 나서왔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3월 열린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내 이사회 우군을 전면 배치했다. 사내이사로 선임된 정기섭 경영전략팀장, 김지용 미래기술연구원장, 유병옥 친환경미래소재팀장은 모두 최 회장과 오랜 기간 호흡을 맞춘 최측근이다.
여기에 외부 전문기관과 함께 CEO·사내외 이사 선임 프로세스 등 그룹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추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소유분산기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는 상황을 의식한 외풍 차단 포석으로 풀이된다.

재계 한 관계자는 "포스코와 비슷한 입지의 소유분산기업 KT가 아직도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는 점도 최 회장 임기 완주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KT의 정치권 유착 의혹이 거센 상황에서 포스코 회장을 끌어내리려는 외풍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실적이 신통치 않았던 최 회장의 임기 초기와 비교해 확실히 상황이 달라졌다"며 "실적 반등을 주도하고 미래 신사업을 적극 전개한 만큼 최 회장은 대내외 리더십을 인정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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