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감싸안은 방탄소년단…보랏빛 밤, 모두가 소년이 됐다

어둠 속에 잠긴 광화문 현판 아래로 한 줄기 조명이 떨어지자 리더 RM이 마이크를 들고 첫인사를 건넸다. 3년9개월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방탄소년단(BTS)의 첫마디에 광화문광장은 환호성으로 뒤덮였고, 광장을 가득 메운 보랏빛 ‘아미밤’은 거대한 파도처럼 출렁였다. BTS의 컴백 공연은 서울의 심장을 깨우며 시작됐다.
검은 재킷을 입고 나타난 일곱 멤버는 거대한 오픈형 큐브 무대 위에 올라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신곡 8개와 기존 히트곡 4개까지 총 12곡을 1시간 동안 열창했다.
공연에서는 ‘가장 한국적인 공간에서 가장 세계적인 무대를 펼친다’는 메시지가 시각적으로도, 음악적으로도 선명하게 구현됐다. 오프닝곡 ‘바디 투 바디(Body to Body)’가 시작되자 한복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몸짓과 사물놀이, 민요 ‘아리랑’ 선율이 한꺼번에 밀려들며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거대한 오픈형 큐브 무대에는 수묵화의 선을 닮은 미디어 파사드가 흐르고, 양쪽 타워에서 치솟는 빔 조명은 광화문 밤하늘을 가르며 솟구쳤다. 조선의 정궁을 배경으로 울려 퍼지는 힙합 비트와 아리랑 선율의 결합은 놀랍도록 자연스러웠다. BTS가 왜 이번 앨범의 이름을 ‘아리랑’으로 정했는지, 긴 설명 없이도 납득하게 만드는 오프닝이었다.
두 번째 곡 ‘훌리건(Hooligan)’에서 멤버들은 검은 두건을 쓴 댄서들 사이에서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오랜 공백 끝에 다시 함께 선 무대라는 사실이 몸짓 곳곳에서 읽혔다. BTS의 새로운 챕터를 상징하는 곡 ‘2.0’이 끝나자 일곱 멤버는 모두 감격스러운 목소리로 컴백 소감을 밝혔다. RM은 해외 팬들을 향해 “긴 여정이었지만 결국 우리가 이곳에 왔다. 오늘 저희가 가진 모든 걸 쏟아붓겠다”고 말해 환호성을 이끌어냈다.

공연 중반부 신곡들은 이번 앨범이 품은 고민과 방향성을 드러냈다. “Pardon 김구 선생님, tell me how you feel” 같은 재치 있는 가사가 담긴 ‘에일리언즈(Aliens)’를 비롯한 신곡들은 저마다 다른 질감으로 BTS의 현재를 풀어냈다. 타이틀곡 ‘스윔(SWIM)’은 공연의 백미였다. 삶의 파도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헤엄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이 곡을 선보일 때에는 무대가 푸른 물결의 미디어 아트로 뒤덮였다. 화려한 테크닉 대신 절제와 여백을 살린 군무는 지금의 BTS가 보여주고 싶은 성숙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공연의 마지막은 거대한 축제이자 다정한 인사의 장이었다.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광장을 들썩이게 한 뒤 앙코르곡 ‘소우주’ 전주가 흐르자 LED 무대에서 시작된 별빛이 광화문 쪽으로 번져 나갔다. 웃음과 환호가 뒤섞인 채 일곱 멤버는 손을 잡고 함께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광장에 설치된 임시 무대와 엄격한 안전 통제 탓에 현장 열기는 온도 차가 있었다. 넓게 비워 둔 통행로 때문에 거대한 군중의 에너지가 한 덩어리로 응집되는 느낌은 부족했다. 당초 경찰은 26만명이 공연장 인근에 몰릴 것으로 추산했으나, 서울시 추산 현장 관객 수는 최대 4만8000명으로 예상치에 못 미쳤다. 하이브 측은 이날 10만4000명이 모였다고 밝혔다. 티켓 예매자 수, 통신 3사, 알뜰폰 이용자, 외국인 관람객 수를 종합한 추정치다.
관객들은 여러 번 보안 검색을 통과하고 팔찌와 입장권을 제시한 뒤에야 이동할 수 있었다. 구역마다 펜스를 설치해 인파 밀집을 방지하고 진행 요원을 배치해 동선을 정리했다. 관객들이 한곳에 머무르지 않도록 이동을 유도했다.
철저한 안전 관리로 인해 공연은 큰 사고 없이 마무리됐지만, 이 과정에서 가족 단위로 방문한 일행이 서로 떨어지거나 건물 앞에서 잠시 앉아 휴식을 취하던 노인들이 강제로 이동당하는 등 시민 불편이 잇따르면서 경직된 인파 관리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휴일인 토요일에 1만5000명이 넘는 안전 인력을 투입한 것을 놓고도 세금 낭비 논란과 행사 외 지역 응급 대응 공백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하이브는 22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광화문 공연으로 인해 시민들의 일상에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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