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져내린 마음 누가 덮어주리오[렌즈로 본 세상]

2022. 12. 2.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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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에 비가 내렸다. 겨울 추위를 부르는 비였다. 그날의 비명과 황망한 슬픔을 새긴 골목은 깊이 가라앉아 있었다. 경사로를 따라 긴 추모의 벽이 이어졌다. 궂은 날씨에도 드문드문 시민들과 외국인들이 찾았다. 추모의 마음과 그리움이 담긴 메모와 일면식도 없는 희생자들의 사진 앞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였다. 말할 수 없는 아픔이 얼굴마다 새겨졌다.

지난 11월 28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현장을 찾았다. 현장과 맞닿은 이태원역 1번 출구 주변은 희생자를 추억하고 애도하는 물품으로 가득했다. 그 마음들이 젖을까봐 큰 비닐로 꼼꼼하게 덮여 있었다. 빗방울이 맺힌 비닐 안으로 검게 시든 국화꽃이 시선을 붙들었다. 대형 참사 앞에 또다시 무너진 사람들의 마음 같기도 하고, 국민을 위로하지 못하는 국가에 대한 원망과 질타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어디서도 위로받지 못한 이들이 이 추모공간에서 서로를 보듬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비 오는 이태원 거리에 서서 비 내리던 2014년 어느 날의 진도 팽목항을 떠올렸다. 왜 우리는 ‘세월호’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을까.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다. 여태 책임지는 사람도, 진상규명도 없다.

사진·글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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