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F/A-18 기다리다 지친 말레이시아, 한국으로 방향 전환
말레이시아 공군이 노후화된 러시아제 Su-30MKM 전투기를 대체하기 위해 한국산 전투기 도입을 본격 검토하고 있다. 당초 미국의 F/A-18 호넷 중고기 도입을 추진했으나 쿠웨이트와의 협상이 지연되면서, 이미 운용 중인 FA-50과의 상호운용성을 고려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KF-21 보라매로 눈을 돌리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023년 KAI와 약 40억 링깃(약 1조 4,5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FA-50M 18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 이 기체들의 인도가 진행 중인 가운데, 추가로 18대를 더 도입하는 2차 계약 옵션이 논의되고 있어 총 36대 규모의 FA-50 운용국이 될 전망이다.

12조 원 잭팟의 서막 — FA-50에서 KF-21으로 이어지는 로드맵
더욱 주목할 점은 말레이시아가 차세대 다목적 전투기(MRCA) 사업을 통해 2개 비행대대 분량의 고성능 전투기를 도입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후보 기종으로는 튀르키예의 칸(Kaan), 중국의 J-35A, 그리고 한국의 KF-21 보라매가 거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말레이시아가 이미 FA-50을 운용 중인 국가인 만큼, 동일한 제조사의 전투기를 도입해 정비 체계와 조종사 훈련의 상호운용성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KF-21 블록 1의 예상 단가는 약 8,300만 달러(약 1,200억 원), 블록 2는 약 1억 1,200만 달러(약 1,600억 원)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가 2개 비행대대(약 36~40대) 규모의 KF-21을 도입할 경우, 계약 규모는 4조 원에서 6조 원에 달할 수 있다. FA-50 계약까지 합산하면 총 12조 원 규모의 한국산 전투기 도입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러시아제 Su-30MKM의 한계 — 유지보수 악몽에서 탈출
말레이시아 공군이 보유한 18대의 Su-30MKM은 2007년부터 도입되어 현재 심각한 가동률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부품 조달이 더욱 어려워졌고, 유지보수 비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일부 기체는 부품 부족으로 지상에 묶여 있는 상태다.
반면 한국산 전투기는 NATO 표준 장비와의 호환성, 안정적인 부품 공급망, 그리고 합리적인 유지보수 비용이 강점이다. 말레이시아 공군 당국은 운용 기종을 줄인다는 방침을 갖고 있어, FA-50과 KF-21의 조합으로 전력을 통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FA-50 운용 경험이 KF-21 수출의 교두보
FA-50 수출의 진정한 가치는 단일 기종 판매를 넘어 장기적인 방산 협력과 후속 사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에 있다. 말레이시아가 FA-50 운용 경험을 통해 한국 방산의 품질과 군수지원 체계를 검증한 후, 상위 기종인 KF-21 도입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다.
이는 필리핀, 인도네시아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패턴이다. FA-50을 먼저 도입한 국가들이 KF-21을 차세대 주력 전투기로 검토하면서, 한국은 동남아시아 전투기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동남아 전투기 시장의 새로운 강자 — 중국 견제와 맞물린 수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전투기 현대화 움직임은 중국과의 긴장 고조와 맞물려 가속화되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격화되면서,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역내 국가들은 공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산 전투기의 높은 가격과 긴 납기, 러시아산 장비의 부품 조달 문제가 부각되면서 한국산 전투기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KF-21은 2026년부터 한국 공군에 실전 배치될 예정이며, 수출 시장에서도 F-35보다 저렴하면서 4.5세대 전투기를 압도하는 성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KF-21 도입이 성사된다면, 이는 K-방산 역사상 전투기 수출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K-방산 항공 수출의 황금기 — FA-50에서 KF-21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FA-50을 이라크, 필리핀, 태국, 폴란드, 말레이시아 등에 수출하며 글로벌 경전투기 시장에서 입지를 다졌다. 이제 KF-21이 양산에 돌입하면서, FA-50 운용국들을 대상으로 한 업그레이드 수출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사례는 FA-50이라는 엔트리 모델로 시장에 진입한 후, KF-21이라는 프리미엄 모델로 확장하는 K-방산 항공 수출의 교과서적인 모델이 될 수 있다. 말레이시아 한 국가에서만 12조 원 규모의 전투기 수출이 가시화되면서, K-방산 항공 부문의 황금기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