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도 동물처럼 ‘이타코네이트(itaconate)’라는 대사산물을 만들어내며, 이 물질이 식물 성장과 스트레스 대응에 핵심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밝혀졌다.
미국 UC샌디에이고(UCSD) 연구팀이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확인한 이번 발견은 식물 생리학의 미지 영역을 열었으며, 친환경 농업 기술 개발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됐다.

동물 면역계의 대사산물, 식물에서도 중요 성장 조절자로 확인
이타코네이트는 동물이 에너지를 만들 때 생성되는 대사산물로, 바이러스 감염이나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식물에서 이 물질이 존재하는지조차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고, 기능도 전혀 규명되지 않았다.
UCSD 생물과학대학 연구팀은 스탠퍼드대, 베이징대, 카네기과학연구소, 멕시코국립자치대 연구자들과 협력해 이타코네이트의 식물 내 존재와 기능을 본격 분석했다. 연구팀은 질량 분석법과 화학 이미징 기법을 활용해 애기장대(Arabidopsis)와 옥수수 등 식물 조직에서 이타코네이트가 실제로 생성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식물은 특히 성장하는 세포에서 이타코네이트를 많이 만들어내며, 이 물질이 식물 고유 단백질과 상호작용해 생장과 대사 조절, 산소 스트레스 대응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옥수수 묘목에 이타코네이트를 처리하자 키가 눈에 띄게 더 크게 자랐습니다. 식물이 스스로 이타코네이트를 생산하고 이를 성장 조절에 활용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확인한 것입니다.” 연구 책임자인 재즈 디킨슨 UCSD 교수는 설명했다.

농업·생명과학 연구에 새로운 활용 가능성
이타코네이트는 단순한 성장 촉진 효과 외에도 식물 내 기본 대사 경로와 산화 스트레스(산소에 의한 세포 손상 반응)를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이는 식물이 고온, 가뭄, 산소 부족 등 다양한 환경 스트레스에 더 잘 적응하도록 돕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발견은 농업적 활용 가능성에서도 큰 의미를 가진다. 기존에는 작물 생장 촉진에 주로 합성 화학물질이나 비료가 사용됐다. 하지만 자연 발생 대사산물인 이타코네이트를 활용하면 더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작물 생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디킨슨 교수는 “이타코네이트는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식물 생장 촉진제로서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앞으로 옥수수 같은 주요 곡물뿐 아니라 다양한 작물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인간도 이타코네이트를 생성·활용하기 때문에 이번 연구는 인간과 식물 간 대사 과정의 공통성과 차이를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생명체 간 대사의 연결 고리를 파악하면 식물·동물·인간 건강 연구에까지 폭넓게 응용될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식물 생리학 연구에서 간과되어온 이타코네이트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학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향후 지속 가능한 농업 기술 개발과 기초 생명과학 연구 모두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참고 논문: Tao Zhang et al, The metabolite itaconate is a transcriptional and posttranslational modulator of plant metabolism, development, and stress response, Science Advances (2025). DOI: 10.1126/sciadv.adt7463
자료: Science Advances / University of California – San Die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