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자취방서 머리카락, 손톱을 모았다…이태원 참사 2주기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오늘 처음 다시 꺼내봤어요."
김은미씨는 지난 2022년 너무 빨리 작별한 딸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두꺼운 키친타월에 고이 접어 비닐 지퍼백에 넣어두었다.
김씨의 딸 오지민씨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 중 한 명이다.
김씨는 딸을 편안하게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늘 처음 다시 꺼내봤어요.”
김은미씨는 지난 2022년 너무 빨리 작별한 딸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두꺼운 키친타월에 고이 접어 비닐 지퍼백에 넣어두었다. 가슴이 아파 꺼내보지 못했다. 그렇지만 딸의 흔적이라면 채 다 먹지 못한 곤약 젤리도 버릴 수 없었다. 김씨의 딸 오지민씨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 중 한 명이다.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오후 김씨의 자택을 방문해 고인의 유품을 촬영했다.
딸이 그날 들었던 검은색 가방엔 쿠션, 립스틱, 아이라이너, 핸드크림이 있었다. 주머니엔 풍선껌과 영수증이 있었다. 가느다란 손가락에 꼈던 반지 두 개, 하트 모양 귀걸이도 현장 채증물 지퍼백에 담겨 돌아왔다. 입었던 옷은 딸의 영혼을 위해 태웠다. 그날 이태원을 걸어 다녔던 신발은 딸의 친구에게 줬다.
김씨는 딸을 편안하게 보내줘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다른 가족은 장례 치를 때 아이 머리카락을 잘라서 집에 보관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때 왜 그 생각을 못 했는지 모르겠어요.” 딸이 살던 자취방을 정리하며 머리카락과 손톱을 모아 가져왔다. 그 집에 있던 화분과 소파도 가져와 집안 한 쪽에 예쁘게 꾸며뒀다.
엄마는 여전히 사람을 만나는 게 힘들다. 집에서 딸의 어릴 적 모습을 볼 수 있는 앨범을 넘겨보며 커피를 마신다. 마음이 힘든 날에는 딸의 절친한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저녁을 먹는다.
“작년 지민이 생일 때 친구들이 중고등학교 시절 사진을 모은 앨범을 만들어줬어요. 어릴 때 말고는 부모랑 사진을 많이 안 찍으니까 그게 너무 고마웠어요. 참 좋은 친구들이에요.”
거실 한 쪽엔 딸을 기리는 사진과 그림, 소품들이 놓여 있는 장식대가 자리 잡고 있다. “올해 생일엔 제가 지민이 이니셜을 새긴 반지와 목걸이를 선물했어요.” 엄마는 가끔 외출할 때 그 반지를 끼고 딸을 느낀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단독] 명태균 파일…‘김건희 보고용’ 서울시장 여론조사 “1000개 돌려”
- 1.5mm 물곰이 ‘인간 치사량’ 방사선에도 멀쩡…3가지가 다르다
- ‘해리스 지지’ WP, 사주 반대로 철회…독자 20만명 잃었다
- 공수처 “‘김건희 명품백’ 검찰자료 일부 받아…법리 검토 예정“
- ‘직함 없는’ 명태균, 김건희 보고용 ‘창원산단’ 보고서 만들었다
- 신장 이식 기다리다 다른 장기 기증…“당신은 건강히 살아주세요”
- 세수결손 30조에 기금 빼먹는 윤정부...조선일보 왜 뿔났나
- 미 NK뉴스 “러 공군기, 북→블라디보스토크→우크라 접경지로”
- ‘고교 무상교육’ 정부 지원 3년 연장안 교육위 법안소위 통과
- [단독] 공천 8일 전 명태균 “김 여사님 선물…알려지면 뒤집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