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온라인 게임 관리 방안' 초안 삭제…고강도 규제 시행 여부에 게임사들 '촉각'

중국의 게임산업 주무부처인 '국가신문출판서(NPPA)'가 2023년 12월 22일 발표한 외자 판호(외국 게임의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 40종 중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 소울2(21번)'와 위메이드의 '미르M(25번)'가 포함돼 있다. (사진=외자 판호 발급 문서)

중국 당국이 온라인 게임을 대상으로 시행할 예정이라고 예고한 고강도 규제 초안이 삭제됐다. 이에 규제 계획을 사실상 철회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규제 초안 발표에 따라 텐센트, 넷이즈 등 중국 현지 게임사의 주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중국 내부에서도 우려가 컸던 것이 영향을 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중국 국가신문출판서(NPPA), '온라인 게임 규제' 초안 돌연 삭제

지난 23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게임 주무부서인 국가신문출판서(NPPA)가 2023년 12월 22일 공개했던 '온라인 게임 신규 관리 방안' 초안이 웹사이트에서 삭제됐다.

NPPA는 온라인 게임 관리 방안 초안을 공개하며 2024년 1월 22일까지 업계 및 이용자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안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기한이 지난 23일 웹사이트에서 돌연 관리 방안 초안이 삭제되자 중국 당국이 추가 규제를 백지화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해당 관리 방안 초안에는 온라인 게임 내에서 게임사가 과금을 유도하는 것으로 방지하는 내용이 담겼다. 게임 이용자의 과도한 지출을 막을 수 있도록 게임 내 수익 모델을 규제하는 방식이다.

NPPA가 공개한 초안에 따르면 게임사는 중국에 서비스하는 자사 게임 내에서 이용자가 매일 로그인 하거나 장시간 로그인을 하는 행동에 대해 보상을 설정할 수 없도록 했다. 매일 로그인과 유사한 출석체크나 배틀패스(플레이 단계에 따라 보상을 지급하는 수익 모델)를 금지하고, 확률형 아이템을 활용한 수익모델 설정과 일일 충전 한도 설정을 제한했다.

추가 규제 초안이 공개되자 국내에서도 중국 당국의 향후 행보에 주목했다. 중국은 청소년 보호를 위해 온라인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등 게임산업에 대해 꾸준히 규제를 진행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추가 규제, 특히 수익 모델에 대한 제재를 가할 경우 중국에 이미 진출해 있거나 게임 출시를 앞둔 게임사의 수익 창출 활로가 막힐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또 국내 게임사의 경우 이번 관리 방안 초안에 포함된 확률형 아이템이 주요 수익 모델인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장르를 다수 개발하고 있다. 또 중국은 국내 게임의 가장 큰 수출 시장이기도 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2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사가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국가는 중국으로, 수출 비중은 34.1%에 달했다.

다만 NPPA가 업계 의견을 최종적으로 수렴하기로 한 지난 22일 이후 돌연 웹사이트에서 해당 초안을 삭제하면서 업계에는 이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먼저 NPPA의 관리 방안 초안은 중국 내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중국 게임산업에 대한 우려에 당시 텐센트, 넷이즈 등 중국 게임사의 주가는 두 자릿 수 규모로 하락했다. NPPA가 초안을 공개한 다음날인 2023년 12월 23일, 업계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추가 의견을 밝힌 것도 중국 내 우려가 큰 것을 반영한 것으로 읽힌다. 실제 복수의 외신들에 따르면 NPPA는 온라인 게임 관리 방안과 관련된 실무자인 청스신 판권국장을 직위에서 해임하기도 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규제 초안이 웹사이트에서 사라진 것만으로는 규제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아직 웹사이트에서 규제 초안을 삭제한 이유 등에 밝히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는 통상적으로 의견 청취 후 2~3개월 뒤 공식적인 정책을 발표하는 점을 고려하면 규제 취소를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오 연구원은 또 "중국 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향후 게임 업종에 대한 규제는 일정 수준 유지된다고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미성년자 보호 조치와 확률형 아이템 규제 등은 다른 국가도 도입하고 있는 사례가 있는 만큼 향후에라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규제 백지화 안심은 일러"…중국 당국 행보 지켜봐야

한편 중국 당국이 온라인 게임 관리 방안을 시행하더라도 국내 게임사들에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국내 게임시장에서 주류 게임으로 자리잡은 MMORPG 장르가 당초 중국에서는 주요 수익 모델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넷마블의 2024년 상반기 등 신작 라인업. (사진=넷마블 2023년 3분기 실적발표 자료 화면 갈무리)

NPPA가 온라인 게임 관리 방안 초안을 공개했던 다시 국내외에서 MMORPG 장르를 주요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사의 한 관계자는 <블로터>에 중국 당국이 꾸준히 진행해 온 자국 내 게임산업 환경을 형성하는 과정의 연장선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그는 "규제 내용이 상세하게 게재돼 있는 것은 흔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주목할 만하다"면서도 "중국 당국이 청소년 보호를 이유로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하는 등 온라인 게임 시장에 대한 규제를 꾸준히 진행해 온 만큼, 지난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중국 외자판호(외국 게임의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권)를 발급받은 국산 게임이 늘어나고 있어, 국내 게임업계는 NPPA의 공식입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NPPA는 온라인 게임 관리 방안 초안을 발표한 날 외국산 게임 40종에 대한 외자판호를 발급했는데, 국내 게임사 중에는 엔씨소프트의 '블레이드 & 소울2(이하 블소2)'와 위메이드의 '미르M' 등이 포함됐다.

또 넷마블이 2024년 상반기 중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는 모바일 게임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Cross Worlds)'를 통해서도 한국과 중국에서 나타나는 MMORPG 장르의 차이점을 엿볼 수 있다.

넷마블의 경우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의 중국 현지 퍼블리셔(유통사)로 텐센트와 계약을 체결했다.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는 RPG(역할수행게임) 장르로 2021년 6월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게임이다. 주목할 점은 텐센트가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 IP(지식재산권)를 가지고, 기초부터 개발을 재진행한다는 것이다.

통상 국내 게임사들이 이미 국내 및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 게임의 중국 진출을 앞두고 현지 규제 및 성향을 반영하는 현지화 작업을 거치지만, 처음부터 개발을 재진행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넷마블은 텐센트가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의 개발을 새로 진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중국 현지 이용자들의 취향을 고려해 흥행 가능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는 MMORPG 장르로 중국 시장 맞춤형으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은  한국의 MMORPG 주요 수익모델이 중국 시장에서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뒷받침한다고 해석된다.

이에 넷마블은 현지 온라인 게임 관리 방안 초안과 관련해 상세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 관계자는 <블로터>에 "제2의 나라: 크로스 월드는 텐센트가 중국 시장 버전으로 개발하고 넷마블이 로열티를 받는 방식으로 중국 출시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안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