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 유전이 발견됐다. f.에코인에너지 이인 대표

# 플라스틱에서 기름을 추출해서 다시 플라스틱으로…"자원순환 결정체"

플라스틱은 많은 장점을 가진 물질입니다. 1950년대부터 양산화되서 저렴하고, 다양한 형태로 변형할 수 있으면서도 강도가 높다보니 활용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가 있습니다. 썩지 않아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다는 장점이, 폐기물 측면에선 치명적인 단점이 됩니다. 또 석유에서 추출한 화학물인만큼 제조 과정에서 많은 이산화탄소(CO2)가 배출됩니다. 이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자는 캠페인이 펼쳐졌고, 이제는 플라스틱 폐기물(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하라는 규제까지 만들어졌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글로벌 플라스틱 생산량은 연간 4억6000만톤에 달합니다. 또 한해동안 버려지는 폐플라스틱은 3억5000만톤입니다. 연간 생산량의 76% 가량이 버려지는 셈입니다. 이 중 재활용 되는 비중은 약 6%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대한민국도 크게 다리즈 않습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연간 국내 플라스틱 생산량은 1100만톤입니다. 이 중 70% 가량이 재활용됐다고 보고됐지만, 전문가들은 실제 재활용 비율은 10% 미만으로 보고 있습니다. 열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소각'을 제외하면 실제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아직 걸음마 단계 수준에 불과한 것입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국제적인 문제입니다. 유럽, 호주 등에선 2018년 '탈플라스틱' 정책이 발표됐고, 2021년 1월 포장재 플라스틱에 대한 재생원료 사용을 의무화했습니다. 2040년까지 플라스틱 생산량 전부를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계획입니다. 대한민국 역시 폐플라스틱 재활용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재생 원료 사용을 의무화할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기초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련 공모사업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폐플라스틱 재활용은 크게 3가지 방식으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소각하는 '열적 재활용' 입니다. 다만 EU 등 관련 규제가 엄격한 곳에선 열적 재활용을 폐플라스틱 재활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두 번째는 '물리적 재활용' 입니다. 이는 폐플라스틱을 세척 후 다시 사용하거나, 녹여서 다시 제조하는 방식입니다. 현재 폐플라스틱 재활용의 90% 이상이 물리적 재활용 입니다.

마지막은 폐플라스틱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화학적 재활용' 입니다. 이는 석유에서 납사를 추출해서 플라스틱을 만드는 공정을 폐플라스틱으로 재활용유를 만들어 납사를 추출하는 것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화학적 재활용은 전세계적으로 궁극적인 재활용 방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세계 1위 화학기업인 독일의 '바스프'는 2018년부터 '켐사이클링' 프로젝트를 공표, 화학적 재활용 기반의 사업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켐사이클링 프로젝트는 폐플라스틱에서 원료를 추출, 다른 화학 플라스틱  제품으로 생산하는 공정입니다.

국내에서도 LG화학, SK지오센트릭, 롯데케미칼 등 석유화학 기업들 중심으로 폐플라스틱 재활용 사업이 커지는 추세입니다. 특히 SK지오센트릭은 재활용 플라스틱 기술을 활용해 '도시유전 기업'으로 거듭나곘다는 비전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는 폐플라스틱에서 석유를 뽑아내 다시 플라스틱으로 만드는 공정을 개발, 환경 보호와 신사업 개발을 동시에 노린 것입니다. 현재 울산공장에선 2025년 연간 25만톤의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할 수 있습니다.

폐플라스틱에서 추출한 기름은 '열분해유'라고 부릅니다. 열분해유는 폐플라스틱을 저산소 상태에서 섭씨 300~500도의 고열로 가열해서 만든 기름입니다. 열분해유는 불순물이 많아서 플라스틱 원료로 사용할 수 없었는데, 최근 후처리 기술이 개발되면서 납사까지 증류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석유에서 만든 플라스틱에서 기름을 추출해서 다시 플라스틱을 만드는 '자원순환'이 가능해진 것입니니다. 현재 폐플라스틱 1톤을 열분해하면 700kg 가량의 열분해유를 추출할 수 있습니다. 열분해유 시장은 지난해 기준 65조원 규모였습니다. 이는 2025년 75조원, 2050년 600조원 규모까지 성장이 기대됩니다. 또 기업들도 ESG 차원에서 폐플라스틱 재생원료 중요성이 커지면서 관련 협업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삼프로TV 류종은 기자 rje312@3pro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