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마다 탁자 위에 놓인 안경이 유난히 깨끗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냥 쓰고 나갔습니다.그 일이 몇 달째 이어지고 나서야 아내에게 이유를 물었습니다. 돌아온 대답 앞에서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매일 아침 닦여 있던 안경
퇴직하고 나서 집에 있는 시간이 부쩍 늘었습니다. 신문을 보려고 안경을 집을 때마다 알이 늘 맑게 닦여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전날 닦아 두었나 싶어 넘겼습니다. 그런데 며칠을 지켜보니 제가 벗어 둔 그대로가 아니었습니다. 누군가 매일 밤 조용히 손을 댔다는 뜻이었습니다.

아내가 들려준 짧은 대답
어느 날 저녁 식사 자리에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아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별것 아니라는 듯 대답했습니다. 요즘 제가 신문을 보다가 자꾸 눈을 찌푸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눈이 나빠진 것인지 안경이 흐린 것인지 몰라 우선 닦아 보았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제 얼굴을 매일 지켜보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오는 관심
가까이 사는 사람일수록 표현이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고맙다는 말도 미안하다는 말도 점점 입에서 멀어집니다. 그러나 관심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행동 쪽으로 옮겨 가 있었습니다. 안경알 하나에도 오래 보아 온 사람의 눈길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날 이후 저도 아내의 물건을 한 번 더 살피게 되었습니다.

오래 함께 산 부부일수록 말이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다만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행동을 알아보는 것은 각자의 몫입니다.오늘 배우자가 말없이 해 두신 일이 있는지 한번 살펴보시면 어떨까요. 그 안에 오래된 마음이 그대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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