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골드만삭스 꿈꿨지만 1조7천억 손실의 비극 맞이한 기업

조회 41,0762025. 2. 25.

동양증권의 흥망성쇠가 한국 금융계에 던지는 교훈이 재조명되고 있다. 1962년 일국증권으로 출발해 한때 증권업계를 주도했던 동양증권은 1997년 금융위기와 2013년 동양사태를 거치며 극적인 몰락을 경험했다. 이러한 과정은 한국 금융산업의 취약점과 규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다.

전성기의 동양증권, 증권업계 선도

동양증권은 1980년대 중반 동양그룹에 편입된 이후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전성기에는 'CMA의 신화', 'IB 명가', '소매시장의 강자' 등의 별명을 얻으며 업계를 선도했다. CMA 상품에서는 2003년 이후 20%가 넘는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며 부동의 1위를 지켰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 전문가들은 "동양증권의 성공이 동양그룹의 금융 부문 강화 전략과 맞물려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현 회장 체제의 동양그룹이 금융 부문에 주력하며 몸집을 불려나가는 과정에서 동양증권이 그룹의 성장을 이끄는 핵심 계열사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1997년 금융위기와 동양증권의 위기

그러나 1997년 외환위기는 동양증권에 큰 시련을 안겨주었다. 당시 정부의 "주인 있는 회사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강경 방침으로 인해 동양그룹은 금융 계열사를 구하기 위해 큰 출혈을 감수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시장 분석가들은 "1997년 6월 17일부터 12월 12일까지 148거래일 동안 당시 종합주가지수가 고점 대비 55.7% 하락한 것과 동양증권의 주가 하락 패턴이 유사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외환위기가 동양증권에 미친 영향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되고 있다.

위기 극복 노력과 한계

외환위기 이후 동양그룹과 동양증권은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했으나, 금융 부문에 대한 과도한 의존과 더딘 구조조정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현재현 회장이 2007년 "머지않아 동양을 한국의 골드만삭스로 만들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이미 그룹 전체에서 금융사 비중이 매출액 기준으로 70%, 자산 기준으로는 80%를 훌쩍 넘어선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외환위기 이후 금융부문을 끊어내는 구조조정을 했더라면 지금처럼 그룹이 좌초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동양그룹이 2000년대 초반까지 비교적 단순한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나, 금융부문 지배력 강화를 꾀하면서 복잡한 순환출자구조를 만들어버린 것이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동양사태와 동양증권의 몰락

2013년 '동양사태'는 동양증권의 몰락을 급격히 가속화시켰다. 동양그룹이 2006년부터 경영난을 겪으며 회사채와 CP 발행으로 연명해오다 2013년에 만기 도래하는 CP와 회사채가 각각 1조원을 넘어서면서 결국 계열사의 기업회생 신청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사태로 약 4만여 명의 투자자가 1조7천억원의 손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은 이 사태의 원인을 금융당국의 고질적 업무태만으로 지적했으며, 금융감독원이 동양증권의 부당 판매와 내부통제 미흡 등을 여러 차례 확인했음에도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새로운 주인과 재도약 노력

동양사태 이후 동양증권은 대만의 유안타증권에 인수되어 유안타증권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새로운 주인을 만난 유안타증권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50년 넘게 쌓아온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만큼 재도약의 길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금융업계에 남긴 교훈

동양증권의 흥망성쇠는 한국 금융업계에 중요한 교훈을 남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 전문가들은 "금융 부문에 대한 과도한 의존, 적절한 시기의 구조조정 실패, 그리고 금융당국의 관리 감독 미흡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대형 금융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는 향후 금융기관들의 경영 전략과 금융당국의 감독 체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업계 관계자들은 "동양증권의 사례를 통해 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와 투자자 보호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부각되고 있다"며, "이를 계기로 금융산업 전반의 리스크 관리 체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동양증권의 흥망성쇠가 한국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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