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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삼성, LG, 한화, 두산 등 대기업부터 소규모 스타트업까지 '자동조리로봇'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자동조리로봇이 저출산·고임금으로 구인난에 시달리는 외식업체들의 '해결사'로 지목되면서 관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여러 로봇업체들이 진출해 경쟁 중이지만 아직 시장을 리드하는 업체는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 업체는 외식 산업의 수요를 넘어 가정의 부엌에서도 쓰일 수 있는 조리로봇을 개발해 시장을 글로벌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이들이 개발하는 자동조리로봇은 완벽한 '주방 자동화'를 이뤄낼 수 있을까.
16일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케츠앤마케츠에 따르면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지난해 12억달러(약 1조6266억원)에서 2030년 99억달러로 연평균 35.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협동로봇 중 자동조리로봇 시장이 대폭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외식산업의 고질적 문제인 저출산 문제로 인한 인구 감소, 인건비 상승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리서치네스터는 글로벌 조리로봇 시장 규모가 지난 2019년 8617만달러(약 1191억원)에서 오는 2028년에는 3억2000만달러로 약 4배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이에 LG전자·삼성전자·두산로보틱스·한화로보틱스 등이 차례로 자동조리로봇 시장에 진출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장에서 이뤄지는 외식산업의 특성상 소규모 스타트업도 기술력만 있다면 쉽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이라 관련 스타트업들도 연이어 생겨나고 있다.
계급장 떼고 각축전.. '자동조리로봇' 시장

자동조리로봇 시장에 뛰어든 기업들은 프랜차이즈, 급식 등 외식업체들과 '조리로봇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잇따라 체결했다. 자체 개발한 자동조리로봇이 시범 운영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전국 매장에 도입될 경우 초기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외식 업체들의 주방이 정형화돼 있어 한번에 로봇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 가운데 두산로보틱스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협동로봇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지난해에는 식음료(F&B) 전용 로봇 'E시리즈'를 출시하며 자동조리로봇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두산로보틱스는 메가MGC커피 운영사 엔하우스, 교촌에프앤비, 아워홈 등 외식 업체와 자동조리로봇 솔루션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달부터는 메가커피 건대스타점에서 E시리즈에 커피 제조 소프트웨어를 장착한 '바리스타'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푸드테크 스타트업 크레오코리아는 고래감자탕, 연안식당, 마포갈매기 등 여러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는 디딤이앤에프와 '로봇 기반 주방 자동화 솔루션 실증 사업'을 벌인다. 크레오코리아는 특수 코팅된 회전 웍과 전자 제어 인덕션으로 볶음 요리를 자동으로 해주는 '에이트키친'을 개발한 업체다. 에이트키친은 시간당 최대 120그릇 이상을 조리할 수 있으며 클라우드 레시피 시스템을 통해 모든 조리법을 전산화한 것이 특징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3남인 김동선 부사장은 지난해 10월 공식 출범한 '한화로보틱스'의 전략기획담당 부사장을 맡고 있다. 한화로보틱스는 로봇키친 스타트업 웨이브라이프스타일테크와 '주방자동화로봇 개발 및 상용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으며 CJ프레시웨이와 '급식·외식 등 푸드서비스 자동화' 협약을 체결해 본격적인 조리로봇 '플레이어'가 될 준비를 마쳤다. 김 부사장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 자회사인 더테이스터블의 사명을 바꿔 '한화푸드테크'를 출범시키며 조리로봇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LG전자는 bhc치킨과 협약을 맺고 사내벤처에서 출시한 튀김로봇 '튀봇'을 전국 주요 매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튀봇은 튀김 제조 로봇으로 반죽된 재료를 기계에 올리면 로봇이 자동으로 트레이를 움직여 조리한다. 또 뉴로메카는 고피자, 교촌에프앤비 등과 전용 자동조리로봇(고븐, 인디)을 개발한 뒤 현재 상용화 단계를 밟고 있다.
자동조리로봇의 미션 : 인류를 주방으로부터 해방시켜라
로봇업체들이 꿈꾸는 미래는 완벽한 '주방 자동화'다. 로봇이 식재료 세척부터 플레이팅까지 해내고 뒷정리도 자동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현재 외식 산업에 도입되는 자동조리로봇이 향후 각 가정의 주방으로 들어선다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폭발적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많은 가정에 보급된 로봇청소기가 '청소로부터의 해방'을 실현한 것처럼 자동조리로봇은 '주방으로부터 해방'을 가능하게 해주는 셈이다.
다만 아직 자동조리로봇의 기술력이 '범용성'을 갖추기보다 튀김·볶음·커피 등 특정 영역에서 사람을 보조하는 역할에 그친다는 점은 한계다. 예를 들어 자동튀김로봇은 '로봇팔'이라는 기계(하드웨어)에 '튀김 절차'를 명령해 수행하는 프로그램(소프트웨어)을 실행해 제작되는데 아직은 다양한 소프트웨어 개발 인프라가 부족하다. 집집마다 주방 구조가 달라 퍼스널 맞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데는 인력이나 기술이 따라가지 못한다.
너무 비싼 가격도 문제다. 자동조리로봇의 평균 가격이 1000만~2000만원이고 매달 렌털 비용만 100만원을 상회해 상용화까지는 길이 멀다. 산업 초기 안정성에 집중하다 보니 작업 속도가 더뎌지는 등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식당 사장들도 도입을 망설이는 상황이다. 뉴로메카가 교촌치킨과 협업해 제작한 치킨로봇을 들이기로 약속한 가맹점은 네 곳에 그쳤다.
한 로봇 업계 관계자는 "자동조리로봇의 기술력이 발전해 범용성·안정성·효율성을 모두 갖추면 가격 절감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초반 안정화 단계를 지나고 자리가 잡히면 자동조리로봇은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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