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카카오의 RE100 가입은 '지키지 못할 약속'이 되고 말았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2024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과 비교해 각각 35%, 80% 증가했다. 카카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23년에 전년 대비 20% 줄었지만, 1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두 기업은 2~3년 전 RE100에 가입하며 환경 분야에서도 글로벌 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고 자신했다. RE100은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목표로 세운 국제 캠페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목표 시점을 2040년으로 당겨 잡아 그 의지를 강조했다. 해마다 발간하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내세웠다. 최근 몇년 사이 반복된 폭염과 집중호우로 인해 한국사회의 기후위기 경각심이 높아질수록 RE100 참여 기업을 향한 박수도 커졌다. 그러나 네이버·카카오의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은 증가했다.
인터넷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는 '전기 먹는 하마'라는 오명을 얻은 데이터센터 증설과 직결된다. 인공지능(AI) 모델 개발과 서비스 운영을 위해선 고사양 신경망처리장치(NPU), 그래픽처리장치(GPU), 수많은 D램으로 구성된 서버가 있어야 한다. AI에 사활을 건 기업은 데이터센터를 더 지어 서버를 늘리고, 이를 가동하기 위한 전력을 더 쓰고 있다. 네이버는 2023년 11월 두 번째 자체 데이터센터 '각 세종' 가동을 시작했다. 카카오는 2024년 6월 첫 자체 데이터센터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을 가동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태양광 패널 설치, 열 효율 시스템 적용으로 에너지를 아끼는 자구책도 마련했다. 카카오는 제주 오피스와 AI캠퍼스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했다. 아쉽게도 늘어난 데이터센터의 전력까지 재생에너지로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한국에서 네이버·카카오의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는 예견된 결과다. 한국에너지공단 조사를 보면 2024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은 10.6%로 처음 10%를 넘었다. 이 수치는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친환경 에너지로만 채운 것도 아니다. 신재생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수력처럼 자연에서 얻은 재생에너지와 기존 화석연료에서 화학적인 방법으로 얻은 신에너지를 합친 말이다. 같은 기간 온실가스 발생 주범인 화석 연료는 한국 에너지 발생량 중 22%를 차지했다. 원자력과 가스 에너지 비중도 만만치 않다. 기업 입장에서는 온실가스 배출 없이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고 싶어도 온실가스 배출에서 자유로운 전력을 얻을 수 없은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터넷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RE100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 듯 보이지만 사실 강제나 다름없다. RE100을 이끈 주요 기업은 구글과 애플을 비롯한 빅테크였다. 이들 기업은 전 세계 공급망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워 협력사의 동참을 요구했다. 주요 기업의 환경 의무가 커지고, 소비자의 눈높이도 높아졌는데 어느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특히 빅테크와 어깨를 견주어야 하는 한국 IT 기업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네이버·카카오는 AI 경쟁력 제고를 위해 데이터센터를 지금보다 더 늘릴 계획이다. 카카오는 최근 6000억원을 투자해 경기 남양주시에 자체 데이터센터를 더 설립하기로 했다. 이러한 투자 기조는 전 세계 IT 시장의 흐름이기도 하다. 구글·오픈AI·마이크로소프트·메타 등 빅테크의 수 조원 규모 AI 투자 비용 중 상당수는 데이터센터 설립 비용이 차지했다. 한국 인터넷 기업도 AI 사업을 확대하면서 동시에 탄소중립까지 달성해야 한다. AI 투자가 필수가 된 요즘 네이버·카카오의 절묘한 전략적 접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윤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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