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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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렸을 적 가장 먼저 접한 슈퍼맨은

카툰 네크워크에서 틀어줬던 저스티스 리그 언리미티드에서 나왔던

팀버스 슈퍼맨이었다.

팀버스 슈퍼맨은 강하지만 적들에게 무르고, 렉스 루터를 완전히 처치하지 못하고, 마법에 약하고,  배트맨에게 속고 이용당하며 세뇌도 자주 당하는 푼수 슈퍼맨이었지만

확실한 점은

언제나 인류의 편, 언제나 싸우지 못하는 약자의 편,

정말 중요할 때는 반드시 어떻게든 해 주는 정의의 사나이.

그것이 내가 처음 접한 슈퍼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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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자란 후 직접 읽게 된 비쥬얼 노벨에서의 슈퍼맨도 다르지 않았다.

안그래도 강한데 더더욱 강해진 <올스타 슈퍼맨>에서도
빨갱이가 된 <슈퍼맨 레드 선>에서도.

그 막대한 힘을 가지고 인류의 편에 선다는 슈퍼맨의 근본은 변하지 않았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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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다크 나이트 리턴즈"에서의 슈퍼맨은 너무나 이질적이었다.

슈퍼맨이 대통령의 용역깡패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납득이 안 가는데, 배트맨이랑 영혼의 한타를 떠서 심지어 지다니!

그래도 알게된 것은 기존에 너무나도 잘 알려진 캐릭터의 구성요소를 뒤집음으로써 확실하게 독자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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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브 스틸의 슈퍼맨은 그정도로 슈퍼맨의 본질을 뒤집은 작품은 아니었다.

이 슈퍼맨도 여전히 사람을 구한다, 여전히 지구를 위해 싸운다.

하지만 전투에서 발생하는 피해에 전혀 신경쓰지 않고.

등장한 첫 영화에서 악역을 죽여버리는 모습과

이후 영화에서 너무나도 자주 보여지는 타락한 모습때문에

슈퍼맨이 상징하는 가치는 점점 희미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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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에 등장한 홈랜더와 옴니맨이라는 슈퍼맨 계열 캐릭터들의 엄청난 인기,

자신의 흥미, 자신의 이익, 자신의 목적을 위해 폭력과 살인을 하는 것에 대해 아무런 꺼리낌 없는 두 캐릭터들의 인기는

마치 더이상 세계에는 정통적인 슈퍼맨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으로 들렸기에

팀버스 슈퍼맨으로 슈퍼맨을 처음 접한 나에게는 너무나도 슬픈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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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이번 슈퍼맨을 본 나는 너무나 감동받았다.

메트로폴리스의 시민 한명 한명 모두를 구하고 싶어 하고.

정치에 상관없이 무익한 전쟁을 멈추려하며

자신의 도시에 침략해온 괴물조차 죽이지 않고 해결하자 하고

최악의 악당 렉스 루터에게도 폭력보다 설교로 해결하고자 하는

내가 알던 약자들의 영웅, 언제나 바른 사나이, 진짜 슈퍼맨이었기에.

내 생애 동안 어둡고 현실적인 슈퍼맨이 아닌

만화 같고 정의로운 슈퍼맨이 다시 돌아왔음에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