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전기차 시대를 열 키 모델이 될 수 있을까? 현대자동차 캐스퍼 일렉트릭

전기차가 시장에 등장해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가 빠르게 내연기관을 대체해 이동 수단의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현재 전기차의 보급 속도는 생각보다 그렇게 빠르지 못한 상황이고 전동화로의 전환 속도는 정체되고 있다. 그래서 많은 제조사들이 전기차로의 전환 계획을 수정하기도 했는데 전동화로의 빠른 전환을 가로막고 있는 부분에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의 높은 가격과 주행거리의 제약을 전동화로의 전환을 방해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안전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들이 부각되면서 안전성의 중요성도 많이 언급되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현대차가 내놓은 캐스퍼 일렉트릭이 준비시기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내연기관 캐스퍼를 기반으로 개발된 캐스퍼 일렉트릭은 가격을 낮추고 주행가능거리를 늘린 것이 가장 눈여겨봐야할 부분이다. 

시승회에 참석해 캐스퍼 일렉트릭을 직접 경험해 봤다. 이번 행사에서 좀 특이했던 점은 전기차 화재 사건으로 안전성과 관련된 이슈들이 워낙에 많은 시기여서 그런지 출발 전에 제품과 관련된 설명 대신 배터리 및 안전과 관련된 내용들에 대한 설명이 진행됐다. 사실 다른 시승회에서는 해당 모델에서 어떤 부분이 중요하고 이런 부분들을 잘 경험해보면 좋겠다는 설명을 하거나 코스를 소개하는 경우들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캐스퍼 일렉트릭을 타기 전 전달받은 내용들은 배터리 안전기술 적용 현황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캐스퍼 일렉트릭에 장착된 배터리시스템의 세부 사양과 특장점을 비롯해 캐스퍼 일렉트릭에 안전과 관련된 어떤 안전기술이 장착이 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을 들은 후 시승이 진행됐다. 최근 전기차와 관련된 안전 문제가 얼마나 크게 이슈가 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었다.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만나본 캐스퍼 일렉트릭의 내외 디자인은 이미 부산모터쇼 등지에서 공식적으로 공개가 됐고 내연기관 캐스퍼를 기반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익숙하다. 그래서 디자인을 설명할 때는 내연기관 캐스퍼와 어떤 부분이 다른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어차피 그 차별점을 제외하고는 내외관 모두 내연기관 캐스퍼와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우선 픽셀 모양의 헤드라이트와 늘어난 휠베이스 등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소소한 차이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앞 뒤 라이트의 디자인처럼 차이가 큰 부분이나 전기차이기 때문에 다를 수밖에 없는 충전구 등을 빼면 큰 차이점을 느끼긴 어렵다. 하지만 현대차가 이모티콘 같은 포인트들을 캐스퍼 일렉트릭에 적용한 것들을 보면 나름 내연기관과 다르게 봐줬으면 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외형 디자인은 내연기관 캐스퍼 때도 그랬지만 평가가 좋은 편이다. 귀여운 외형에 둥글둥글한 디자인으로 사이즈와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는 평가처럼 이번 전동화 모델 역시 반응은 좋을 것이라 예상된다. 

실내 역시 내연기관 캐스퍼와 차이점이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비슷한 부분들이 많다. 공간이 작기 때문에 오밀조밀하게 구성되어 있는데 기능을 사용하고 작동시키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다. 센터페이시아의 구성이나 계기판 등의 스펙은 거의 동일한 수준이다. 작은 공간이지만 10.25인치 컬러 LCD 클러스터 등의 구성은 사용하는데 부족함이나 불편함을 느낄 수준이 아니고 보는 시각에 따라 살짝 고급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전동화 모델은 변속기가 컬럼식으로 변경되면서 차이점이 느껴지는데 공간적으로나 시각적으로 더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변속레버가 없어지면서 확보한 공간에는 휴대폰 무선충전 패드가 들어가면서 내연기관 캐스퍼에 없어 아쉬워했던 소비자들의 니즈를 채워준 모습이다. 실제로 캐스퍼 일렉트릭이 공개 된 이후에 기존 캐스퍼 오너들이 내연기관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채워줬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실내를 채운 편의기능들은 대체적으로 고급이다. 전기차 라인업의 가장 막내 포지션이지만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워낙 민감하게 반응하는 열선 및 통풍 시트가 적용됐고 작은 차체지만 어라운드뷰 같은 기능들도 지원한다. 하이패스 일체형 룸미러나 카플레이, 오토홀드 같은 기능들도 지원한다. 사실 선루프 같은 요소들은 경차 등급에서 그리 많이 적용되는 옵션이 아니다. 오히려 작은 차체에 약간 사치 같다는 지적들이 많았고 쓸데없이 가격만 올리는 요소라는 의견들이 있어 없는 모델들이 있었는데 선루프를 포함한 편의기능들은 매우 풍성하고 덕분에 여유롭다. 오밀조밀한 공간이지만 엠비언트 무드램프 같은 요소들도 넣어 저렴한 느낌은 나지 않는다. 작인 공간을 알차게 구성해 꾸며볼라고 노력한 느낌이 든다. 

개인적으로 실내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것은 실내 V2L 기능의 적용이다. 사실 V2L 기능은 약간의 고급 옵션이라는 인식도 있고 외부에 V2L이 있으면 전용 액세서리를 통해 전원을 끌어다 쓸 수 있기도 해서 실내 V2L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런 예상과는 달리 캐스퍼 일렉트릭은 실내 V2L까지 넣으면서 전기차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활용할 수 있게끔 배려해 상품성을 높였다. 덕분에 활용도는 높아졌고 실내에서 다양한 가전제품을 사용하거나 캠핑 등의 활동에서도 더욱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평소 전기차를 사용하면서 V2L 기능을 자주 활용하는 사람들은 실내 V2L 기능의 지원에 적극적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휠베이스가 180㎜ 늘어났는데 이는 뒷자리에 앉았을 때 살짝 여유로워진 공간으로 체감할 수 있다. 키가 큰 사람이라면 무릎이 앞 시트에 얼마나 붙느냐에 민감할 수 있는데 경차 수준의 사이즈에서 180㎜는 그렇게 작은 길이가 아니다. 시트도 안락한 편이고 불편하거나 부족함을 느끼진 못했다. 조수석 시트를 폴딩해 만들어지는 공간이나 좀 더 여유로워진 트렁크 등이 이 차의 활용도를 높여줄 수 있다. 작은 공간이라 차박 등으로 활용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어 보이지만 나름 평탄화도 가능해 잠시 쉬거나 짐을 나를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뒷좌석에도 USB C-타입 충전 포트를 지원해 거주성도 나쁘지 않고 이 정도 뒷자리면 장거리 이동시에도 사람을 태우고 이동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인다. 

전원을 넣고 달리기 시작하면 작은 차체가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최고 113마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와 49㎾h의 NCM 배터리 조합은 답답한 느낌이 전혀 없는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큰 길에서도 시원스럽게 달리고 작고 좁은 길에서도 민첩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전기차 특유의 시원한 초반 가속으로 운전하는 재미가 있고 즉각적인 반응이 매력적이다. 경쾌하게 치고 나가는 모습은 광고 속 캐스퍼 일렉트릭의 빠르게 달리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광고 속 캐스퍼 역시 고속으로 질주하는 모습이 강조되는데 이는 실제와 다르지 않아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다. 전기차이기 때문에 배터리의 무게가 있지만 차체가 워낙 작고 가벼우니 힘 좋은 모터를 만나 그만큼 답답하지 않고 시원한 주행성능을 보여준다. 신호에 대기하도 있다가도 가속페달의 반응이 즉각적이고 그만큼 빠르게 반응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출발하고 도로의 흐름에 방해는커녕 마음먹은 대로 움직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디자인을 보면 무게의 중심이 살짝 위에 있을 것 같은 느낌인데 바닥에 깔려있는 배터리 덕분에 안정적인 주행감을 보여준다. 코너를 돌아도 휘청 이거나 밸런스가 망가지는 느낌은 전혀 없다. 오히려 저중심의 차량을 운전하는 것처럼 묵직하고 안정감 있게 달리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재미있는 것은 주행모드에 무려 4가지 모드를 지원한다는 것인데 특히 스포츠 모드의 존재가 흥미로웠다. 사실 경차 규격의 차량들은 배기량이 적거나 엔진의 성능이 한정적이라 스포츠 모드의 존재는커녕 주행모드가 있어봐야 노말과 에코모드 정도가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당당하게 스포츠모드가 있다는 사실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실제로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고 달려보니 좀 더 공격적인 움직임을 느낄 수 있어 운전하는데 즐거움이 조금 더 커졌다.    

시승하면서 가장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차급과는 상관없이 주행보조 기술을 아낌없이 투입했다는 것이다. 사실 라인업의 가장 막내 모델이라 주행보조 기술의 적용에 차등을 두었으면 어쩌나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쓸데없는 우려였다. 상위 차급에 적용되는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를 탑재했고, 내비게이션 기반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NSCC)이나 차로 유지 보조(LFA) 등의 기능들이 당당히 들어갔다. 이 정도라면 차급을 뛰어넘는 기술들이 든든하게 적용됐다고 할 수 있겠는데 이 외에도 전방 충돌방지 보조(FCA), 차로 이탈방지 보조(LKA), 안전 하차 경고(SEW), 지능형 속도 제한 보조(ISLA), 운전자 주의 경고(DAW), 후방 교차 충돌방지 보조(RCCA) 등이 적용돼 든든하다. 

또한 서라운드 뷰 모니터(SVM)와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PCA-R), 후측방 모니터(BVM)가 신규로 탑재돼 현대차가 개발한 안전과 관련된 기능들이 다양하게 적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시승하면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을 직접 사용해보니 잘 작동함을 확인할 수 있었고 이 정도라면 가장 하위모델이라 옵션이나 기술의 적용에서 서운하네 아쉽네 하는 반응은 나오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하위모델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풍성한 주행보조 기술이 적용됐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안전 부분에서 적극적이고 공격적으로 나가는 모습이 보기 좋아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리고 페달 오조작 안전 보조(PMSA) 기능이 최초로 적용돼 중간 기착점에서 이 기능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놓았는데 시간의 제약으로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이 기능은 전·후방에 장애물이 감지된 상황에서 운전자가 악셀 페달을 급하게 작동하는 경우 운전자의 페달 오인으로 판단해 출력 제한 혹은 긴급 제동을 통해 사고를 예방해주는 기능으로 특히 전기차 급발진으로 알려져 있는 사고 사례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기능이라 할 수 있다. 가장 막내 모델임에도 이런 기능을 적극적으로 적용해 준 것은 정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기아가 EV3를 내놓으면서 나름 파격적이라 제시한 가격을 보고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전기차가 더 빠르게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조금 더 저렴해질 필요가 있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캐스퍼 일렉트릭의 경우 보조금을 최대한으로 받을 경우 인스퍼레이션 모델을 2000만원 대 초중반대의 금액으로 구입할 수 있다. 물론 정부 및 지자체 보조금이 지역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여태까지 나왔던 전기차들과 비교해봤을 때 확실히 저렴한 가격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리고 이러한 가격이 앞에서 설명했듯 스펙을 낮추고 옵션을 빼서 낮춘 것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지금까지 나왔던 전기 차 중에서 가격적으로 가장 매력적인 모델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전동화의 빠른 대중화라는 숙제를 풀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며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결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소비자들이 내연기관 대신 전기차를 선택하게끔 하기 위해서 가격과 성능이란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아야 한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이러한 시장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전기차의 조건을 모두 충족시키기 위해 현대차가 내놓은 모범 답안이 아닐까 싶다. 과연 캐스퍼 일렉트릭의 등장이 전기차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또 얼마나 흥행하게 될지 그 어느 때보다 이 모델의 결과와 성과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