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억 베팅’ 현대면세점의 반전…공항 황금구역서 반전 쓸까

/구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현대백화점이 현대디에프에 1000억원의 실탄을 추가 투입하며 인천국제공항 내 핵심 거점인 DF2(화장품·향수·주류·담배) 구역 운영을 본격화했다. 선발 주자들이 물러난 알짜 사업권을 유리한 조건에 확보하며 공항 중심의 수익 구조 재편에 승부수를 던진 모습이다. 다만 업황 불확실성과 소비 트렌드 변화 속에서 이번 투자가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26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현대디에프에 1000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출자는 보통주 200만주를 취득하는 방식이며, 주금 납입 예정일은 오는 4월 28일이다. 이번 증자는 현대디에프가 확보한 인천국제공항 제1·2여객터미널 면세사업권 운영을 위한 임차보증금 재원을 마련하고자 진행됐다.

현대디에프는 출자금과 외부 차입을 통해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약 1482억원 규모의 임차보증금을 납부할 예정이다. 이는 회사 자산총액의 25.65%에 해당한다. DF2 계약 기간은 2033년 6월까지로, 성과에 따라 최대 10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이번 증자가 완료되면 현대백화점의 면세사업 누적 출자액은 6500억원에 달한다. 현대백화점은 2016년 현대디에프 설립 이후 점포 개점과 공항 사업 진입 등을 위해 2020년까지 약 4500억원을 투입했다. 이후 2023년 1000억원을 추가 지원한 데 이어 이번 증자까지 이어지며 사업 의지를 재확인했다.

신라·신세계 빠진 자리 '실속 입성'

현대디에프의 이번 DF2 진입은 후발 주자로서의 한계를 실속 있게 극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8년 면세업계에 뒤늦게 뛰어든 현대면세점은 그간 입찰 경쟁력과 운영 경험 부족으로 패션·잡화 및 부티크 중심인 DF5·DF7 사업권 확보에 만족해야 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업황 악화는 현대에 기회로 작용했다. 기존 사업자인 호텔신라와 신세계디에프가 높은 임대료 부담을 이유로 핵심 구역에서 철수하면서, 현대면세점이 이전보다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DF2 사업권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실제 이번 낙찰 임대료는 객당 5394원 수준으로 기존 사업자 대비 약 40%가량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 개선 여건도 함께 마련됐다. 여객 수에 연동해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을 통해 고정비 부담을 낮춘 데다, 향수·화장품과 주류·담배 등 고마진 상품군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기존 DF5·DF7에 DF2까지 더해지면서 현대는 인천공항 내 전 카테고리를 아우르는 사업 구조를 완성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핵심 기반을 갖추게 됐다.

백화점 성장 한계 돌파할 '양날개' 될까

현대면세점은 2018년 11월 서울 강남 무역센터점에 1호점을 열며 면세점 사업에 진출했다. /사진 제공=현대면세점

그룹 차원에서 면세사업은 백화점 부문의 성장 정체를 보완할 핵심 축으로 꼽힌다. 백화점 부문의 매출 성장률이 전년 대비 0.1%에 그치며 정체 국면에 접어든 반면, 면세 부문은 그룹 매출의 23.8%를 차지하며 백화점(51.1%)에 이어 두 번째 축으로 자리 잡았다. 양 부문 간 프리미엄 상품 소싱과 고객 접점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너지 확대 가능성도 크다는 평가다.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기 위한 재무적 기초 체력을 회복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현대디에프는 지난해 7월 적자가 지속되던 시내면세점 동대문점 영업을 종료하고 특허권을 반납하는 등 고강도 수익성 개선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24년 2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면세점 부문은 2025년 영업이익 2억원을 달성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향후 7년간 면세사업이 실질적인 캐시카우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운영 효율화와 판촉비 관리가 핵심 과제로 꼽힌다. 현대디에프의 영업이익률이 0.02% 수준에 그치는 등 수익 구조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백화점 업태의 구조적 고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 공항 면세점을 통해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이 불가피하다”면서도 “고환율과 중국인 관광객의 소비 트렌드 변화 등 대외 변수 관리가 향후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 내 핵심인 뷰티 카테고리를 확보한 만큼 기존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관광 수요 회복에 맞춰 수익성 중심의 점포 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성장 구조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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