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앙숙' 이란 이기고 16강...충돌 대신 따뜻한 위로 마무리

이승륜 기자 2022. 11. 3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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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랜드, 웨일스와 집안 싸움서 3-0 대승

정치적 앙숙인 미국과 이란의 24년 만의 월드컵 맞대결이 30일(한국 시간) 미국의 승리로 끝이 났다.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 밖에서는 정치적 긴장도 고조됐는데, 다행히 충돌은 없었다.

미국은 이날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 3차전에서 전반 38분 터진 크리스천 풀리식의 결승골을 잘 지켜 1-0으로 이겼다.

30일(한국 시간) 카타르 도하 알 투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월드컵 B조 이란과 미국의 경기가 끝난 후 미국의 조시 사전트가 이란의 사이드 에자톨라히(왼쪽)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내낸 미국은 쉴 새 없이 몰아붙였고, 이란은 수비를 유지하다가 한 방의 기회를 노리는 식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전반 38분 미국의 풀리식이 팽팽한 경기의 균형을 깨뜨렸다.

웨스턴 매케니가 중원에서 올린 볼을 서지뇨 데스트가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정확하게 머리로 연결했고, 풀리식이 오른발로 밀어 넣었다.

2016년부터 A매치 55경기에 출전한 풀리식의 A매치 22번째이자 생애 첫 월드컵 본선 득점포였다.

수세에 몰린 이란은 선발 측면 수비수로 나섰던 밀라드 모하마디가 근육 부상으로 뛸 수 없게 되는 악재까지 겹쳤다.

미국은 전반 추가 시간 매케니의 침투 패스에 이은 티머시 웨아의 슛이 골 그물을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후반 이란은 최전방에 선발로 나섰던 사르다르 아즈문 대신 사만 고도스를 투입해 동점 골을 노렸다. 미국은 선제골 과정에서 상대 골키퍼 알리레자 베이란반드와 부딪혀 통증을 호소했던 풀리식을 브렌던 에런슨으로 교체했다.

이란의 공세가 점차 거세졌으나 미국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후반 20분 페널티 지역 오른쪽 알리 골리자데의 예리한 땅볼 패스가 고도스에게 흘러가 기회를 맞이했으나 오른발 슛이 골대 위로 지나갔다. 9분간의 후반 추가 시간에도 이란의 파상공세는 거듭됐으나 모르테자 푸르알리간지의 다이빙 헤더가 골대 왼쪽으로 빗나가는 등 끝내 동점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로써 웨일스와의 1차전에서 1-1, 잉글랜드와의 2차전에선 0-0으로 비긴 미국은 조별리그에서 1승 2무로 승점 5를 쌓아 조 2위로 16강에 진출했다. 이란은 3위(승점 3·1승 2패), 웨일스는 4위(승점 1·1무 2패)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미국은 이란과의 역대 맞대결에서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 1-2 패배, 2000년 1월 평가전 1-1 무승부만 기록하다가 처음으로 승리했다. 반면 6번째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이란의 조별 리그 도전은 이번에도 실패로 끝났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경기장 밖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쏠렸다. 이란에선 9월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 사이로 머리카락이 보이는 등 복장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다가 갑자기 숨진 사실이 알려진 후 전국적으로 시위가 확산했다.

이란 선수들은 잉글랜드와 1차전 시작 전 국가 제창을 거부하며 반정부 시위대에 연대 의사를 나타냈다. 웨일스와 2차전 때는 경기장 밖에서 반정부 시위대와 친정부 시위대 사이에 충돌이 빚어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란 경기 직전 미국 대표팀 소셜 미디어 계정에서 여성 인권 지지의 뜻으로 이란 국기 가운데의 이슬람 공화국 엠블럼을 삭제하자 긴장감이 증폭됐다.

이날 경기장 관중석에선 ‘자유’, ‘마흐사 아미니’라는 문구가 찍힌 티셔츠를 입은 이란 팬, 이란과 미국 국기 사이에 하트(♥)가 그려진 플래카드를 든 관중, 두 국기가 양쪽 가슴에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남성, 히잡을 쓴 이란 여성 팬 등이 뒤섞였다.

경기가 끝난 뒤 이란 팬들은 자국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냈고, 미국 선수들도 이란 선수들을 위로했다.

한편, 이날 알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같은 조 경기에서 잉글랜드는 웨일스와 집안 싸움 끝에 3-0 승리를 거두고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본선 맞대결이었다. 잉글랜드는 해리 케인을 원톱으로 세우고 필 포든과 마커스 래시퍼드를 좌우 공격수로 배치하는 4-3-3 전술을 꺼내 들었다. 웨일스는 ‘슈퍼스타’ 개러스 베일과 에런 램지를 공격 2선에 배치하는 4-2-3-1 전술로 대응했다.

승부는 후반전에 났다. 경기 개시 5분 만에 잉글랜드의 래시퍼드가 페널티아크 왼쪽에서 오른발로 프리킥을 감아 차 웨일스 골대 오른쪽 상단 구석에 꽂았다.

1분 뒤에는 케인이 상대 수비 실수를 틈타 가로챈 공을 땅볼 크로스로 연결하자 골대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포든이 왼발로 밀어 넣어 2-0을 만들었다.

잉글랜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래시퍼드가 후반 23분 후방에서 넘어온 공을 받아 오른쪽을 빠르게 돌파해 들어간 뒤 골 지역 오른쪽에서 수비수 한 명을 제치고 왼발 슈팅을 성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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