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년. 한국 예능 최초로
넷플릭스 글로벌 4위를 차지한 작품이 나왔어요.
김재원 PD가 연출한 「솔로지옥」 시즌1입니다.
최근 선보인 「솔로지옥」 시즌 3는,
7000만 시청 시간을 돌파했죠.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2023년 1월에 공개된 「피지컬 100」 시즌1은,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차지했어요.
영국 BBC는 「피지컬 100」의 열풍을 조명하며,
“다음 한국 문화 트렌드는 K-리얼리티쇼?”라는
특집기사를 내놓았죠.
<롱블랙 스토리 컨퍼런스 2024>에서는
리얼리티 콘텐츠로 K 예능의 새 역사를 써낸 주인공들,
「솔로지옥」의 김재원 PD와 「피지컬100」의 강숙경 작가를 만나
리얼리티 기획법을 직접 들어봤어요.
Chapter 1. 솔로지옥, 시청자를 플러팅하다
커플이 돼야만 나갈 수 있는 외딴섬 ‘지옥도’에서 펼쳐지는
솔로들의 데이팅 리얼리티 쇼, 「솔로지옥」.
2024년에도 시즌4 제작을 확정 지었어요.
연출을 맡은 김재원 PD는 연애 콘텐츠를
대중을 플러팅하는 콘텐츠라고 표현해요.
그만큼 심리를 잘 파고들어야 한다는 뜻이죠.
「솔로지옥」에 대한 아이디어는 의외의 콘텐츠에서 얻었어요.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였죠.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특수부대 훈련을 받는 컨셉이에요.
욕설이 오가고, 분위기는 삭막하고.
방송 심의를 거치지 않아도 되니,
날것을 담아내 호응 받았어요.
“MBC에 「진짜 사나이」가 있었잖아요.
연예인들이 군대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었죠.
그런데 「진짜 사나이」가 오히려 가짜에 가깝고,
‘가짜 사나이’가 진짜에 가까운 느낌이었어요.
한국 군대의 어떤 폭력적인 상황들이
‘가짜 사나이’에 더 잘 녹여져 있으니까.
날것, 정제되지 않은 것이 주는 그 리얼함이 좋았어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_김재원 PD

김 PD는 리얼리티라는 아이디어를
데이팅 프로그램에 접목하기로 해요.
이렇게 질문을 던져봤대요.
당시 인기를 끌던 「하트시그널」을 유튜브 버전으로 만든다면?
“「하트시그널」은 한 달 동안 연애가 금지되죠.
러브라인을 추측하는
일종의 연애 추리물 성격이라서 둔 장치일 거예요.
참가자의 마음이 일찍 결론 나버리면 안 되니까.
개인적으로는 참 좋아하는 프로그램이지만,
그 한 달이 조금 길다고 생각했어요.
그보다는 실제 연애에 더 가깝게 만들어 보기로 했죠.
8박9일로 해변에 놀러 갔을 때의 그 느낌.
서로 스파크가 튀고, 누구는 이미 철벽을 치고.
그런 온도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_김재원 PD
그럼 「솔로지옥」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뭐였을까요?
“데이팅 예능 콘텐츠에서 세 가지 중요한 요소가 있어요.
캐스팅, 캐스팅, 그리고 캐스팅이에요.”
_김재원 PD
그는 무조건 「하트 시그널」에서 가장 먼 곳에
한 수를 둬야겠다고 판단했대요.
「하트 시그널」은 추운 겨울, 크리스마스 감성을 풍기죠.
또 전문직 출연자들이 나와서 고상하고 우아한 모습을 보여요.
서로 손이 살짝만 닿아도 패널들이 환호하고요.
김 PD는 그 정반대 편으로 좌표를 정했어요.
일단 캐스팅부터 가장 멀리 한 수 뒀죠.
“솔로지옥에 맞는 캐스팅은
‘세상에서 가장 핫한 출연자’였어요.
「하트 시그널」과 정반대의 결이죠.
시즌1 캐스팅 미팅 때,
프리지아 씨가 걸어 들어오는 모습만 보고도 느낌이 왔어요.
‘아, 우리 됐다.’
말투며, 표정이며 생각하던 핫함 그 자체였죠.”
_김재원 PD

Q&A 시간에 「솔로지옥」의 팬이라는 한 참가자는,
리얼리티를 높이기 위해 설계한 장치가 있는지 물었어요.
대본이 없는 만큼, 장치를 고심할 것 같다면서요.
“연애 프로그램 PD가 가장 두려운 상황은,
첫날 첫 만남에서 다섯 커플이 탄생하는 거예요.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죠.
삼각, 사각 관계를 의도하는 장치가 중요해요.
그래서 ‘첫날 천국도를 갔던 커플은 오늘은 다시 갈 수 없다’ 같은
장치를 뒀어요.”
_김재원 PD
Chapter 2.피지컬 100 : 평범한 이웃을 영웅으로
「강철부대」, 「피지컬 100」, 「2억 9천」, 「대학체전」.
이 예능들 모두, 한 사람의 손에서 기획됐어요.
스튜디오 골드레인의 대표 강숙경 작가입니다.
강 작가는 한국 예능계에는 흔치 않은
‘쇼 러너showrunner’라고 할 수 있어요.
프로그램의 첫 시작부터 제작까지
모두 총괄하는 기획자라고 보면 돼요.

「피지컬100」을 만들 때,
신체적으로 뛰어난 100명의 사람들을 모아서
최후의 1인을 뽑겠다는 기획안을 내자 반응은 시큰둥했대요.
“센 사람이라고 하면서
100명이 다 세다는 게 말이 되냐고들 했어요.
저는 꼭 100명을 모으고 싶었어요.
100이라는 숫자, 완벽하잖아요?
100점. 100%. 100개.
100명의 센 사람들이 모여
최후의 1등을 향해 달려간다는 데서,
모든 재미가 나올 거라고 생각했어요.”
_강숙경

그런데 세다는 게 뭘까요?
펀치가 가장 강력한 사람? 팔씨름에서 1등 하는 사람?
강 작가는 운동선수뿐 아니라,
직업으로 단련된 신체를 가진 사람들을 찾아냈어요.
소방관부터 산악구조대, 지게꾼까지.
성비도 따로 고려하지 않고,
체급도 43kg부터 200kg까지 다양했죠.
이들 모두의 장점이 한 번씩은 발휘될 만한 미션을 주고,
최후의 한 사람을 가리겠다는 기획이에요.
“제가 서바이벌을 기획하는 이유는,
저라는 사람이 영웅 스토리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특히 아주 평범한 사람이
영웅이 되는 스토리를 좋아해요.
불가능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어려운 것을 풀어내고, 힘든 것을 견디는 사람.
제가 생각하는 멋진 사람을
남들에게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제 프로그램의 기조에 깔려있어요.”
_강숙경 작가
Chapter 3. 도파민은 치밀한 기획에서 나온다
알다시피 리얼리티는 논스크립트예요.
그럼 작가나 PD는 캐스팅만 잘하면, 끝인 걸까요?
강숙경 작가는 “리얼리티일수록 기획이 치밀해야 한다”고 강조했어요.
“예를 들어 「강철부대」 첫 등장 신에서는
‘누가 가장 먼저 나타나야 하지?’,
‘그다음에 누가 와야 하지?’, ‘이쯤에선 누가 말을 시킬까?’,
‘이 사람은 말수가 좀 적지 않나?’
제작진이 모여서 연기를 해보는 거예요.
계속 시뮬레이션 해보는 거죠.
특전사와 UDT의 관계,
707과의 관계를 마치 드라마처럼 그려보는 거예요.”
_강숙경 작가

「피지컬100」을 보면, 미션 순서에도 다 이유가 있어요.
피지컬 미션은 근력, 지구력, 순발력,
밸런스, 정신력을 기준으로 골고루 기획해요.
단, 반드시 100명이
동시에 할 수 있는 미션이어야 하죠.
그렇게 촘촘히 준비한 기획이 현장의 기운과 맞물릴 때,
눈을 뗄 수 없는 장면이 나오는 거예요.
“시청자에겐 도파민을, 참가자에겐 아드레날린을 폭발시켜,
종국엔 모두에게서 엔도르핀이 나온다면
가장 좋겠다고 생각해요.”
_강숙경 작가
롱블랙 「스토리 2024 : 솔로지옥과 피지컬100의 리얼리티 기획법」 아티클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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