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 고통 아랑곳 않는 의사들…‘의사 블랙리스트’ 작성자 구속에 ‘후원 릴레이’

“돈벼락 맞게 해야”…의사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 송금 인증글 다수 게재
“우리 용사 전공의”, “구속은 선 넘었다” 등 응원 취지 글들도

(시사저널=박선우 객원기자)

의료계 집단행동에 불참한 의사와 의대생의 명단을 SNS 등에 게시한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 정아무개씨가 9월20일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후 서울중앙지법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른바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유포한 혐의를 받는 사직 전공의 정아무개씨가 구속된 가운데 의사 커뮤니티에선 정씨를 돕자는 취지의 후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엔 최근 정씨에 대한 응원글이 다수 게재되고 있다.

본인을 부산의 모 피부과 원장이라고 소개한 A씨는 전날 오후 특정 계좌로 500만원을 송금한 인터넷 뱅킹 화면을 캡처해 인증하며 "내일부터 더 열심히 벌어서 또 2차 인증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메디스태프 이용자 B씨는 '구속 전공의 선생님 송금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100만원 송금 사실을 인증하고 "이것 밖에 할 게 없는 죄인 선배"라면서 "눈물이 날 것 같다"고 썼다.

정씨의 주요 혐의 내용인 의료계 블랙리스트 작성 및 유포를 옹호하는 취지의 글도 여럿 게재됐다. 10만원 송금 사실을 인증한 이용자 C씨는 "꼭 빵(감옥)에 들어가거나 앞자리에서 선봉에 선 사람들은 돈벼락 맞는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선봉에 선 우리 용사 전공의가 더 잘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나도) 생활비를 걱정하는 처지지만, 그래도 옳지 않은 일에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송금했다", "(정씨의) 구속은 선을 세게 넘은 것", "계좌잔액이 얼마남지 않아 작은 돈이지만 십시일반이라 생각해 송금했다" 등의 글이 메디스태프에 줄줄이 게재됐다.

한편 남천규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정씨의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증거인멸 우려 등을 이유로 그를 구속했다.

사직 전공의인 정씨는 지난 7월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추진에 반발하는 취지의 전공의 집단행동에 불참한 의사들이라며 특정인들의 이름, 연락처, 소속 병원 등 신상정보를 담은 일명 '의료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이를 온라인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의료 현장을 지키는 의사들을 향해 '감사하다'고 비꼬는 내용도 포함돼 세간엔 '감사한 의사 리스트'로도 알려진 명단이다.

정씨는 당초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됐다. 그러나 경찰은 정씨의 행위가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게재하는 등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괴롭힘에 해당한다고 보고 그에게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