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 독도, 우리 술 소주를 세계로" 임진욱 독도소주 대표 [人더스트리]
11년 전 독도를 알리고 싶어 시내버스 안에서 독도사진전을 열고, 버스 뒷유리에 독도 사진과 독도 우편번호 '799-805'를 붙이고 다니던 버스회사 대표가 있었다. 독도에 진심이었던 그는 버스회사 대표를 그만두고 8년 뒤 2021년 삼일절에 '독도소주'를 선보이며 주류 업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임진욱 독도소주 대표(58)의 이야기다.
지난달 27~28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호텔에서 개최된 <블로터> 하이볼 페스티벌에서 처음 대면한 임 대표를 지난 18일 인터뷰를 위해 다시 만났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독도소주 사무실에는 그의 화려한 이력을 대변하듯 사진기자 공로패, 타요버스 모형, 모빌리티, 독도 브랜드 화장품 등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또 독도를 새긴 소주잔, 가방 등 그의 독도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물건들도 가득했다.
-이력이 화려하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한다면.
△첫 사회생활은 중앙일보 사진기자였다. 그다음은 광고회사였고, 가업을 물려받아 버스회사 사장으로 16년간 일했다. 그 뒤로는 모빌리티나 애플리케이션, 화장품 등을 개발했다.
서울에서 두 번째로 큰 버스회사인 동아운수 대표로 있으며 사람들에 독도를 알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다. 시내버스 안에서 독도사진전을 열거나 버스 뒷유리에 독도 우편번호를 붙이고 다닌 것도 내가 낸 아이디어다. 사람들이 이를 계기로 독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했다.
그것 외에도 버스에 다양한 시도를 했다. 2017년 세계 위안부의 날을 기념해 소녀상을 버스 좌석에 앉히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버스에 탄 시민들이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 마주하기를 바랐다. 또 아이들을 위해 만화 캐릭터를 입힌 타요버스, 버스가 도착하면 번호판이 나오는 돌출번호판, 임산부 전용 좌석을 핑크색 시트로 만드는 것 등에 아이디어를 내 적용했다. 특허도 여러 개 갖고 있다.
-독도소주를 만들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독도를 처음 방문했을 때의 소감도 궁금하다.
△독도소주를 기획한 지는 10년이 넘었다. 2012년 미국 나파밸리 와이너리에서 우연히 ‘799-805 독도와인(799-805 DOKDO WINE)’을 맛본 것이 계기였다. 버스회사 대표로 독도를 여러 방면으로 소개하다가, 버스회사 대표를 그만둘 시점에는 독도를 사람들에게 알릴 방법이 뭐가 있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먹는 술인 소주로 독도를 알리면 어떨까 생각했다. 술을 만들기 위해 독도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 아니라 독도를 알리기 위해 소주를 선택한 것이다.
독도를 처음 방문한 것은 2016년 무렵이다. 한국인들 모두가 그럴 테지만, 처음 발을 내디뎠을때의 뭉클함을 잊을 수 없었다. 이달 25일이 독도의 날이다. 이날 독도를 방문해 안용복 장군의 제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안 장군은 조선 숙종 때 독도와 울릉도를 지키기 위해 일본과 맞서 싸운 분이다.
-독도를 알리기 위해 소주를 선택했다고 했는데 왜 소주였나. 다른 제품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있는지.
△세계적으로 K컬처, K푸드가 인기고 그다음은 K드링크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K소주 하면 먼저 희석식소주를 떠올리는 것이 안타깝다. 그보다는 증류식소주가 대한민국을 대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희석식소주는 95% 이상의 주정(에틸알코올)에 물을 섞어 희석하고 조미하며 쌀 외에 타피오카나 다른 곡물이 들어가지만, 증류식소주는 일반적으로 상압증류기에서 한두번만 증류해 원료의 풍미를 살린다. 꼭 독도소주가 아니더라도 증류식소주 시장이 커져 K드링크를 대표했으면 좋겠다.
소주 외에 다른 제품으로 독도를 알릴 계획도 있다. 화장품도 한때 만들었고, 독도 지도가 바닥에 새겨진 소주잔이나 에코백 등도 제작했다. 다양한 제품으로 독도를 알릴 기회를 엿보고 있다.
-독도소주의 공장은 평창에 있다고 들었다. 왜 평창에 지었는지,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궁금하다.
△평창 공장은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운영해왔다. 약 1500평 규모로 모두 자동화된 스마트 공장이라 직원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 이 공장에서 약 8개월 동안 모든 공정에 참여하고 연구했다. 감압증류나 숙성방법도 따로 개발했다.
평창을 선택한 것은 '평창'이라는 지명이 올림픽 덕에 세계적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강릉에서 독도로 향하는 뱃길이 가장 수월하다는 점도 고려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도 염두에 두고 결정했다. 독도소주는 일본, 중국, 미국, 칠레 등으로 수출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주락'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걸고 판매할 생각이다. 제품 겉면에 독도 글자를 빼고 새로운 이름과 독도 사진만 넣은 다음, 병에 있는 QR코드에 들어오면 '독도소주'인 것을 알게 하는 식이다. 일종의 노이즈마케팅인 셈이다.
-독도소주의 비전은.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음식이 맵고 짜고 달다. 이러한 음식에 곁들여 깔끔하고 담백한 술을 마시는 것이 반주문화다. 독도소주는 진짜 한국 소주의 명맥을 이어 깔끔한 소주, '클리어스피릿'을 지향한다.
클리어스피릿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조건 그해에 생산된 햅쌀을 사용한다. 그것도 쌀의 산패를 방지하기 위해 일주일만 쓸 소량만 들여와 술을 만든다. 그래야만 독도소주의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을 유지할 수 있다.
-<블로터>에서 주최한 2024 하이볼페스티벌에 참여했다. 오프라인 행사에서는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소비자의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독도소주는 '하이볼'이라는 단어보다 '독도스파클링'이라는 단어를 선호한다. 독도스파클링은 단맛과 탄산감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해냈다. 최근 코카콜라와 협업해 CU에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또 저도주를 즐기는 트렌드에 따라 20도 입문용 독도소주 출시를 앞두고 있다.
2024 하이볼페스티벌에서도 원주를 시음한 손님들은 은은한 향과 단맛을 느낄 수 있다며 만족스러워했다. 물론 독도스파클링의 반응도 좋았다.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은.
△ 독도를 알리기 위해 술을 선택했지만, 술을 만들다 보니 술문화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버스회사에서도 여러 문화를 변화시켰듯이, 술과 관련해서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예정이다. 계속 독도를 알리고 우리 술문화도 바꿔나가고 싶다.
권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