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추천 여행지

길을 걷다 보면 갑자기 고요해지는 순간이 있다. 바람 소리만 남고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그 정적 속에서 사람들은 문득 제 속도로 걷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대구에도 그런 산책길이 있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그러나 알고 나면 다시 찾게 되는 그 길은 팔공산 자락을 따라 조용히 이어진다. 한적한 솔숲을 따라 걷는 이 길은 단지 숲이 주는 피톤치드 때문만이 아니라 그 끝에 만날 수 있는 깊은 역사와 고요함 때문이다.
길의 끝에는 신라시대 창건된 고찰이 그 세월을 담은 채 오늘도 묵묵히 산자락을 지키고 있다.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 낙엽 밟는 소리, 흙 내음에 실린 바람까지 모든 감각이 절로 정돈되는 그 길은 일상과 거리를 두기에 딱 알맞다.

그 누구도 소란스럽지 않고 그 무엇도 인공적이지 않다. 길과 사찰과 자연이 함께 흐르듯 이어지는 이곳 북지장사로 떠나보자.
북지장사
“대구 팔공산 숨은 숲길, 그냥 걷기만 했는데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대구광역시 동구 도장길 243 (도학동)에 자리한 ‘북지장사’는 겉보기에 단정한 산사처럼 보이지만 속에는 천 년 가까운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통일신라 시대 승려 극달화상이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는 이 사찰은 이후 고려, 조선 시대를 거쳐 수차례 중수되며 오늘날에 이르렀다.
삼국유사에도 ‘공산 지장사’로 기록된 유서 깊은 사찰로, 현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9교구 동화사의 말사에 속해 있다. 이름에서 드러나듯 이 사찰은 ‘지장사’ 중에서도 북쪽에 위치한 터라 ‘북지장사’로 불리게 되었고, 실제로 남지장사와 지형적으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어 지리적 의미도 갖는다.
사찰까지 이어지는 숲길은 사계절 내내 푸른 솔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사람들의 발길이 비교적 적은 편이라 산책로가 온전히 나만의 길처럼 느껴지고,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사찰의 경내로 스며들게 된다.

이곳은 대구 올레길 팔공산 1코스의 종착지이기도 해 방짜유기박물관에서 도보로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와 함께 즐기기에도 적합하다.
사찰 경내에는 조선시대 중기의 건축양식을 잘 간직한 지장전과 대웅전, 삼성각, 산신각, 천왕문 등이 조용히 자리하고 있다. 그중 지장전은 1623년에 세워진 건물로, 한때 대웅전이 화재로 소실됐을 당시 법당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다.
대웅전 옆에 나란히 서 있는 두 기의 석탑은 고려시대 양식을 지니고 있으며, 그 주변에는 당시 사용되던 것으로 추정되는 석재 유물들이 남아 있어 이 사찰의 깊은 역사를 짐작하게 한다.
사찰 중심부에는 연못과 노거수 버드나무가 어우러진 고요한 공간이 펼쳐진다. 바람이 불면 물결이 일고, 물 위에 나뭇가지 그림자가 비치며 마치 세속의 번뇌까지 흘려보내는 듯한 정경을 연출한다.

이처럼 북지장사는 단순한 종교시설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자연과 사람이 함께 머문 문화유산이다.
입장료는 없으며, 연중무휴로 운영되어 언제든 가볍게 산책하듯 들를 수 있다. 주차도 가능해 접근이 어렵지 않고 도심과 멀지 않은 거리임에도 마치 외딴 산속을 찾은 듯한 고요함이 유지된다.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서 잠시 속도를 늦추고 싶은 날, 번화한 풍경이 아닌 숲과 고찰이 어우러진 조용한 산책을 원한다면 대구 팔공산 자락의 북지장사는 가장 이상적인 선택이 된다.
사람들의 발길이 아직 많지 않은 이 솔숲의 길 위에서 조용히 걷는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곳으로 떠나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