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아쉽지만 확실히 달라진 제주의 경기력, 명가의 자존심을 찾아가는 울산 [MK브리핑]
행운의 여신이 아직까진 제주 SK의 손을 들어주진 않는 듯하다.
제주는 3월 18일 제주도 서귀포시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시즌 K리그1 4라운드 울산 HD와의 맞대결에서 0-2로 패했다.
제주는 4-4-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기티스와 오재혁이 전방에 섰다. 장민규, 이탈로가 중원을 구성했고, 네게바, 김준하가 좌·우 미드필더로 나섰다. 세레스틴, 김재우가 중앙 수비수로 호흡을 맞췄고, 김륜성, 유인수가 좌·우 풀백으로 선발 출전했다. 골문은 김동준이 지켰다.

-경기 전 양 팀 감독의 말-

훈련 강도를 평소보다 낮췄다. 선수단 미팅을 통해 우리가 어떤 전술로 나서야 할지 이야기했다. 시간이 충분했던 건 아니지만, 우리가 해야 할 축구는 명확하다.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해서 준비했다.
Q. 올 시즌 3경기 무승(1무 2패)이다. 선수들의 멘털을 잡아주는 것도 중요할 듯한데.
멘털은 정말 중요하다. 우리 선수들은 우리가 무얼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심리적으로 쫓길 필요는 없다. 울산전은 서울전 72시간 뒤 치러지는 경기다. 체력적으로 완벽한 회복은 불가능하다. 이런 일정 속에선 부상 위험도도 높다. 훈련 강도를 낮추고 회복에 집중한 이유다. 훈련 시간은 짧았지만, 선수단 미팅으로 유익한 시간을 보냈다.
Q. 토비아스 피게이레두를 영입했다. 포르투갈 연령별 대표팀 시절부터 지켜봐 온 선수인가.
훨씬 일찍 알았다. 토비아스가 12살 때 그를 처음 봤다. 내가 스포르팅 CP에 있을 때다. 어떤 재능을 가진 선수인지 잘 안다. 본래 프리 시즌 후 토비아스를 영입하려고 했다. 하지만, 토비아스의 전 소속팀과의 합의가 예상보다 길어졌다. 계약이 잘 마무리되어 다행이다. 토비아스는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줄 선수다.
Q. 토비아스가 전 소속팀에선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했다. 경기 감각 우려가 있는데.
브라질에서 경기를 많이 못 뛴 건 사실이다. 다만, 토비아스의 기량이 부족하거나 부상이 있었던 건 아니다. 토비아스의 전 소속팀에선 감독 교체가 잦았다. 토비아스는 프로페셔널한 선수다. 3월 A매치 기간 이후엔 K리그1 데뷔전을 치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울산엔 한국 축구 대표팀 수석코치 시절 함께했던 선수가 여럿이다.
선발에만 5명이 있다. 조현우, 김영권, 정승현, 이동경, 이진현은 국가대표팀 시절 함께했던 선수다. 벤치엔 윤종규, 이재익이 있다. 코칭스태프엔 이 용도 있더라. 상당히 익숙하다(웃음).
Q. 전력 분석이 평소보다 조금 편했을까.
잘 아는 선수가 많아서 평소보다 좋았다(웃음). 나는 K리그를 잘 안다. 대표팀 코치 시절부터 많은 경기를 챙겼다. 제주 감독을 맡은 이후엔 모든 팀의 전력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우리 코칭스태프도 라운드마다 모든 경기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선수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 선수를 알아야 그 팀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커피에 의존하고 있다. 오늘 아침엔 세수하다가 코피가 났다. 잠을 좀 자야 하는데... 육체가 피곤하면 잘 수 있는데 정신적으로 피곤하니 잠이 안 온다.
Q. 팀 분위기가 좋지 않나.
좋으면 더 심하다. 지키는 게 더 어렵지 않나. 전북 현대, 대전하나시티즌 등 강력한 우승 후보가 주춤하고 있지만, 저력이 있는 팀이다. 분명 올라올 거다. 그런 걸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심해진다.
Q. 제주가 3경기에서 1무 2패를 기록했지만, 경기 내용은 괜찮았다.
선수들에게 강조한 부분이다. K리그1엔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다. 그날 컨디션에 따라서 생각 못한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 제주가 아직 승리를 거두진 못했지만, 절대 약한 팀이 아니다. 차분하게 우리가 준비한 걸 해야 한다.
Q. 이동경이 3월 국가대표팀 명단에 들지 못했다. 따로 해준 말이 있을까.
특별히 해준 말은 없다. 월드컵 최종 명단이 아니지 않나. 기회가 있을 거다. 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가면 결과가 따를 것으로 본다. (이)동경이에겐 제주전과 관련된 이야기만 했다. 동경이가 전반기에 10골 이상 넣으면 홍명보 감독님이 월드컵에서 쓰지 않겠나. 동경이라면 가능할 거다.
Q. FC 서울전 변경 일정이 논란이 됐다. 울산도 입장이 있을 듯한데.
사실 그렇지 않나. 솔직히 우리가 서울의 편의를 봐주는 거다. 예정대로 3월 7일에 경기를 치렀으면 문제가 없었을 거다. 우린 밖에서 보는 것처럼 스쿼드가 두껍지 않다. (조)현우나 동경이는 언제든 대표팀으로 향할 수 있는 선수다. 이 둘은 우리 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현재 우리의 두 번째 골키퍼인 (문)정인이가 손가락 부상 중이다. 손가락이 부러졌었다. 이제 캐칭 정도 하고 있다. 서울은 A매치 기간이나 8월 이후 경기를 치르자고 하는데 그렇게 해도 고민이 사라지는 게 아니다.

이날 전반전도 제주의 흐름이었다.
제주는 볼을 잡으면 빠르게 전진했다. 전반 14분엔 빠른 역습으로 결정적 기회를 잡았다. 상대 뒷공간을 파고든 네게바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전반 23분엔 이탈로가 문전 앞 환상적인 오버헤드킥을 시도했으나 몸을 날린 조현우의 선방에 막혔다.
제주가 기회를 살리지 못한 탓일까.

후반 2분 이동경의 코너킥을 공격에 가담한 정승현이 헤더골로 연결했다.
정승현이 울산 유니폼을 입고 득점을 기록한 건 무려 1,081일 만이다. 정승현은 2023년 4월 2일 제주 유나이티드(제주 SK의 전신)전에서도 코너킥에서 득점을 터뜨린 바 있다.
기세가 오른 울산이 승부의 쐐기를 박았다.
후반 17분이었다. 이동경이 침투 패스를 찔렀다. 이희균이 빠른 침투 이후 슈팅한 게 김동준의 선방에 막혔다. 야고가 빠르게 달려들어 추가골로 만들었다.
야고의 K리그1 개막 3경기 연속골이다. 울산에서 3경기 연속 득점자가 나온 건 2023년 6월 24일 바코 이후 998일 만이다.

제주가 계속 몰아쳤다.
하지만,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울산이 마지막까지 집중력을 유지하며 승점 3점을 추가했다. 개막 3연승이다.
-경기 후 양 팀 감독의 말-

선수들이 피로한 일정 속 최선을 다했다. 원정에서 2경기, 홈에서 1경기를 치렀다. 다 이겼다. 3연승이다. 이렇게까지 선수들이 잘해줄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경기를 치를수록 믿음과 신뢰가 쌓인다. 팀이 강해지는 걸 느낀다. 쉽지 않았을 텐데 어려운 점을 잘 이겨내 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특히나 오늘은 무실점 승리다. 만족스럽다.
Q. 선수들이 예상보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나.
울산이 지난해 힘든 시간을 보냈다. 울산 모든 구성원이 똘똘 뭉쳐서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선수들이 지난해의 아픔을 잊지 않고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게 성과로 이어지는 듯하다. 올겨울 큰 전력 보강은 없었지만, 우리 선수들을 믿었다. 선수 면면을 보면, 대단히 좋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 우린 더 잘할 수 있다.
Q. 전반전은 제주의 공세가 거셌다. 전반전을 0-0으로 마치고 선수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했나.
우리가 경기 초반 25~30분은 제주에 밀렸다. 선수들의 몸이 무거워 보였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게 나오질 않았다. 상대의 프레싱이 강하다 보니까 어려움을 겪은 것 같다. 상대 전방에 포진한 기티스가 김영권의 빌드업을 방해하고자 하는 게 눈에 띄었다. 이 부분을 수정했다. 정승현과 최석현, 이규성, 보야니치, 이진현 등을 활용해 오른쪽에서 빌드업을 진행하고자 했다. 그렇게 더 많은 공간을 만든 게 기회와 득점으로 이어진 것 같다.

전반전 경기력은 좋았다. 명확한 득점 기회가 두 번 있었다. 네게바의 슈팅은 골대를 맞았고, 이탈로의 오버헤드킥은 조현우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전에 득점을 기록하고 끝내야 했다. 후반전엔 불필요하게 코너킥을 내줬고, 거기서 선제 실점을 허용했다. 실점 이후 공·수 간격이 벌어지면서 울산에 여러 차례 역습을 허용했다. 결국, 울산의 역습에서 두 번째 실점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점유율을 늘려가면서 추격골을 넣기 위해 노력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계속해서 결과가 따라오지 않고 있다. 우리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나는 선수들에겐 만족하고 있다. 선수들이 훈련장에서 준비한 걸 최대한 내보이려고 노력 중이다. 시즌은 길다. 축구란 게 계속해서 안 좋을 순 없는 거다. 지금까진 운이 따르지 않고 있지만, 서로를 믿고 나아가면 반전을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 울산전을 비롯해 지난 경기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겠다. 우리가 무엇을 잘하고 있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더 철저하게 파악하겠다. 제주는 야망이 있는 팀이다. 제주가 제주도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Q. 제주의 경기력을 보면, 과정은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좋아졌다. 다만, 골 결정력 부재란 과제를 해결해야 할 것 같은데.
훈련장에서 마무리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페널티박스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게 과제다. 선수들에게 바라는 건 조금만 더 적극적으로 해줬으면 하는 거다. 선수들에게 계속 주문하는 부분이다. 골이 아쉽긴 하지만, 매 경기 5~6번의 득점 기회를 만들고 있다. 이번 경기에서 준비한 것처럼 상대 뒷공간을 공략하는 움직임이 늘어나야 한다. 그렇게 해서 기회를 만들었지만, 골대를 맞는 등 운이 따르지 않았다. 네게바의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됐다면,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분명한 건 우린 계속해서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서로를 믿고 계속 나아가야 한다.
Q. 전반전과 후반전의 에너지 레벨이 달랐던 것 같다. 후반전 들어 에너지 레벨이 떨어지면서 경기 흐름, 결과가 달라진 것 같은데.
하프 타임에 특별한 일이 있어서 에너지 레벨이 떨어진 건 아니다. 말씀 주신 것처럼 전반전과 후반전 경기력이 달랐던 건 맞다. 선수들에게도 이야기한 부분이다. 개선해야 한다. 우리의 실수로 선제 실점을 내줬다. 우리 선수들의 집중력이 부족했던 건 아니다. 경기 내내 운이 따르지 않았다. 운은 우리가 조절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만, 우리가 조절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우리의 일, 우리가 하고자 하는 축구에 집중해야 한다. 다음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 고개를 들고 제주도의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나아가겠다. 우린 반전을 꾀할 수 있다고 믿는다.
[서귀포=이근승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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