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그룹의 지주사 SK㈜가 SK바이오팜의 지분 13.94%를 매각하는 동시에 동일 수량을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병행했다. 업계는 이를 SK바이오팜의 중기 가치 흐름에 대한 신뢰가 반영된 전략으로 본다. 지주사가 지배력을 유지한 채 기업가치 상승 가능성에 계속 노출되는 방식을 선택한 배경으로 SK바이오팜의 성장세가 주목받고 있다.
저할인 매각과 PRS 병행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는 26일 한국투자증권 등 5개사에 SK바이오팜 보통주 1091만7028주(13.94%)를 주당 11만4500원에 처분하는 거래계획을 공시했다. 총 거래금액은 1조2499억원, 결제 예정일은 3월30일이다, 동일 수량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PRS 계약도 동시에 체결했다. 거래 형태는 지분 매각과 파생계약을 결합한 구조다.
이번 거래는 SK바이오팜의 주가 수준에 대한 지주사의 판단이 반영된 신호로 해석된다. 처분단가 11만4500원은 2월26일 종가 11만7700원 대비 2.7% 할인에 그친다. 통상 블록딜 할인율이 3~8% 범위에 형성되는 점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대규모 물량임에도 가격 조정을 최소화했다는 점에서 현 주가 레벨을 일정 부분 신뢰한 결정으로 읽힌다.
PRS 계약을 병행한 점은 SK바이오팜의 기업 가치에 대한 중기 신뢰를 전제로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3년간 SK㈜의 손익구조가 주가 변동에 연동되는 구조를 택하면서 가치 상승 가능성에 대한 노출을 유지했다는 점에서다. 이는 세노바메이트의 매출 추세와 글로벌 시장 평가에 대한 일정 수준의 확신을 반영한 설계로 읽힌다.
SK바이오팜을 향한 지주사의 신뢰 근거로는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의 견조한 성장세가 지목된다. 세노바메이트는 출시 이후 △2019년 117억원 △2020년 205억원 △2021년 3900억원 △2022년 2420억원 △2023년 3242억원 △2024년 5312억원 △2025년 6303억원 등으로 성장해왔다. 최근에는 방사성의약품(RPT) 등 세컨드 프로덕트 발굴에도 한창이다.
지배력 유지 속 자금 선확보
업계는 특히 SK㈜가 이번 거래를 통해 지배력을 유지한 채 1조원대 현금을 선확보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한다. 매각 완료 시 SK㈜의 지분율은 64.02%에서 50.08%로 낮아진다. 그러나 과반 지분은 유지돼 최대주주 지위와 의결권 통제력에는 변화가 없다. 경영권을 방어선 위에서 고정한 채 유동화를 실행한 설계다.
일각에서는 지주사 차원의 재무 완충력 보강과 자산 재배치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보기도 한다. SK㈜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2021년 152.3%에서 2022년 170.9%, 2023년 165.7%, 2024년 167.8%를 거쳐 2025년 149.5%로 낮아졌다. 이는 지주사 차원에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에 착수, 인공지능(AI) 포트폴리오 강화와 재무건전성에 주력해 부채비율을 낮춘 결과다.
자산 일부를 현금화해 재무 선택지를 넓혔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번 거래로 확보하는 1조2499억원이 단일 자회사 지분의 유동화 기준으로 적지 않은 규모라서다. SK㈜의 2025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1조8185억원과 비교하면 연간 이익의 68.7%에 해당한다. 단기차입 상환이나 투자재원 확보 측면에서 실질적 유동성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는 금액으로 평가된다.
SK㈜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리밸런싱이라는 이름 아래 매각과 자금 회수가 이뤄지고 있다"며 "AI 포트폴리오 강화와 재무 건전성에 주력하며 부채비율을 낮추고 있다"고 말했다. 3년간의 계약 종료 이후 오버행에 대한 질문에는 "증권사에서 판단하는 영역"이라며 "우리는 매각했으니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증권사에서 정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3년 실적 추세와 오버행 변수
시장은 이번 딜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요소로 향후 3년간 SK바이오팜의 실적 추세를 지목한다. 세노바메이트의 매출 성장과 RPT 등 신규 파이프라인의 가시화 여부가 주가 방향성을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점쳐진다. 주가 흐름이 곧 SK㈜의 재무 변수로 연결되는 만큼 사업 성과가 곧 거래 결과로 귀결되는 구조다. 중기 실적 가시성이 이번 거래의 본질인 셈이다.
이 같은 우려가 수반되는 것은 SK바이오팜이 세노바메이트에 좌지우지되는 구조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세노바메이트는 2019년 출시 이후 2020년을 제외하고 90% 이상의 매출 비중을 유지해왔다. 2월6일 2025년 4분기 실적 공개됐을 때 세노바메이트의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자 주가가 전날 11만1500원에서 10만8500원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계약 만기 이후 물량 처리 방식도 변수로 부상한다. 장내 직접 매도는 아니지만 증권사의 헤지 전략에 따라 체감 오버행 강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계약 조건과 정산 시점에 대한 추가 정보가 투자 판단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단기 수급 부담과 중기 가치 기대가 동시에 작용하는 구간이라는 분석이 뒤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PRS를 선택한 배경에는 SK바이오팜의 영업실적과 주가가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다"며 "SK바이오팜의 주가가 상승하면 그 수익을 SK㈜가 갖고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 믿는 배경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세노바메이트뿐 아니라 바이오 산업에 대한 전반적인 기대감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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