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희망적금 때려치웁니다

작년 이맘때, 만 19세~34세 청년들이 눈에 불을 켜고 청년희망적금을 들기 위해 광클을 했었다. 하지만 이는 2년도 가지 못했다. 반년도 가지 못해 30만 명이나 해지를 한 상황이다.

진짜 이유가 뭘까? 야심 차게 첫 회사에서 적금을 들고 때려치운 만 24세 사회 초년생을 인터뷰해봤다.

청년희망적금, 어떤 희망을 갖고 시작했나요?

사실 그때는 첫 회사에 들어간지 얼마 안 됐을 때였어요. 인스타그램에서 먼저 '청년희망적금'이라는 게 있다고 해서 그때까지 적금은 남들 이야기인 줄 알았죠. 그런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까 친언니부터 시작해서 직장동료, 대학 동기들도 신청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질세라 앱 깔고, 계좌 개설을 알아봤어요. 

안 할 이유가 없던 청년희망적금출처 : 매일경제

솔직히 남들이 다 들기도 하고, 이자도 세니까 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죠. 그리고 만기가 되면 대학교 때 받았던 학자금 대출, 생활비 대출을 먼저 갚을 계획도 있었어요. 또, 주머니 상황도 넉넉해지면 조금 더 모았다가 꿈에도 그렸던 아프리카 여행도 가려고 마음도 먹었죠.

2년 동안 50만 원씩만 모으면 천만 원이 넘게 생긴다는 메리트도 있었던 것 같아요. 어떤 목적으로 그 돈을 모아야 할지 계획을 정확히 세우진 않았지만, 천만 원이라도 수중에 생긴다면 굉장히 든든할 것 같아서 제 미래를 위한 투자를 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한창 그때 제 주변에서 '저축 붐'이 일어나서 미래를 위해 적금, 연금, 주택청약, 비상금 모으기와 같이 돈을 모으는데 다들 혈안이 되어있던 터라 남들보다 돈을 적게 모으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에 저도 청년희망적금 외에도 하나 둘 여러 곳에다 돈을 모으기 시작했죠.

'저축 붐' 아직도 유지되고 있나요?

다들 다른 곳에는 야금야금 투자를 하고 있더라고요. 통장 쪼개기라고 해서 적금통장, 비상금 통장 이렇게 여러 가지로 쪼개고 있죠. 요즘 회사별로 상품도 잘 나와서 마음에 드는 게 있으면 입맛에 따라 고르는 것 같았어요.

다만, '청년희망적금'은 '청년절망적금'이라고 부르기도 하더라고요. 매달 50만 원씩 안 내면 이자가 그만큼 떨어지니까 무조건 50만원씩은 넣어야 한다면서 부담이 크다고들 많이 하죠. 

그거 때문에 청년희망적금을 해지했어요?

올해 초 기사에서 청년희망적금을 30만 명이나 해지했다는 소식이 꽤 들리더라고요. 그 이유가 너무 크게 오른 가스비 때문에, 물가가 너무 세다는 게 이유더라고요. 그때는 부모님이랑 같이 살고 있기도 하고,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든 제가 먹을 거 줄이고, 입고 싶은 거 안 사고, 그렇게 허리띠를 졸라매면 살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쉽지 않았죠. 저는 솔직히 유지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까, 부모님 용돈도 드려야 하고, 보험비에, 찔끔찔끔 씩 나가는 적금들, 지인 생일, 가끔 있는 모임을 나가다보니 50만 원의 부재가 크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언제 나갈지 모르는 돈을 모아놓은 게 없어서 무슨 일이 생길 때면 통장에 돈은 밑빠진 독마냥 빠져나오고 있었죠. 일단 비상금이 제일 크게 필요했던 것 같아요.

청년희망적금 해지하고 그 돈으로 뭐 했어요?

다른 사람들은 주식을 하거나, 이제 곧 새로 나오는 적금에 든다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주식의 위험도도 아직은 너무 무섭고, 새로 나오는 적금도 10년이나 70만 원씩 들어야 한다고 해서 '지금 2년 동안 50만원 씩도 제대로 못 모았는데 내가 진짜 할 수 있을까?'라고 제 스스로 물어봤는데,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도 그때 돼서 다른 사람들 5명 이상이 든다고 하면 저도 모르게 들고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동안 빌려왔던 학자금 대출을 갚고, 언제 쓸지 모르는 돈, 없는 돈으로 이자율 높은 통장에 묵혀두고 있어요.

그리고 지인들과 연차가 맞으면 4년 동안 못 갔던 여행을 준비하려고 해요. 17년도부터 19년도까지 매년  2개국을 여행하고 다녔던 저였는데, 그동안 코로나 시기, 직장과 적금을 든다는 핑계로 해외여행을 포기했거든요. 아직도 일이 바빠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모아놨던 돈으로 여행에 꼭 가려고 해요.

이제 50만 원이 더 생기는 건데.. 계획은 있나요?

세 가지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요. 일단 그동안 못했던 운동을 시작하려고 해요. PT를 끊어서 어떻게든 헬스장에 다닐 수 있게 만들려고요. 곧 여름이잖아요. 여행도 여행이지만, 그동안 방치했던 저를 조금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고 싶었어요.

두 번째는 자취를 시작합니다. 제가 경기도민에 평생 부모님 슬하에 살고 있어서 혼자만의 경험이 필요했는데 사촌 언니가 룸메이트를 좋은 조건에 구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서 냉큼 제가 들어간다고 했죠. 앞으로 제가 썼던 50만 원 중에 PT를 제외하고 조금 더 보태서 새로운 인생 2 막을 시작해 보려고 해요. 주로 재택근무를 해서 책상, 의자도 사야하고, 짐도 옮기려면 돈이 많이 필요하긴 하죠. 적금을 들 때보다 허리띠를 더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어서 많이 두렵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안정이 되고 나면, 여행자금을 모을 거예요. 아직 어디를 갈지 모르겠지만, 저는 서울과 여러 동남아에서 도시의 경험을 다 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도시와 관광지로 덜 유명한 곳을 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미국과 유럽은 꼭 한 번 가보긴할테지만, 그곳에서 자유롭게 쇼핑도하고 즐길 것도 더 많이 즐기려면 돈이 더 필요하고, 제 안목도 높인 후에 가고 싶기 때문에 아직은 손에 닿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돈을 정확히 어떻게 쓸지 모르는 사람들,
어떻게 모아야 하는지 감이 안 잡히는 사람들은 방황할 수 있다.
다만, 그 방황으로 어떤 걸 얻었는지 깨닫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