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가결 이후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해외 전문가들 진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가결에 정국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지만 경기를 둘러싼 대외 여건 등 변수가 많아 시장의 불안이 지속될 수 있다는 해외 전문가의 분석이 제기됐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시민들이 모여 탄핵안 가결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 사진 = 나영찬 기자

롬바드오디에의 존 우즈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한국 투자자들이 이 위기 너머를 보고 있고 국내 기업 수익에 다시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즈는 국내 시장 불안에 대해 “분명히 끝이 보이는 상황이라고 생각하며 내년 1분기쯤에는 그 영향이 나타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 배경과 관련된 변동성은 매우 신중히 고려해야 할 요소지만 한국이 인공지능(AI) 프록시(대리)로서 갖고 있는 광범위한 가치도 간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제전문 매체 CNBC는 기술, 반도체와 급성장하는 AI 산업이 한국 경제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권효성 이코노미스트는 "탄핵안이 가결됨에 따라 한국의 정책 결정에 있어 리더십 공백에 대한 우려가 완화될 수 있다"면서도 "이것이 정치적 불확실성의 종식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제 중요한 문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기다리는 동안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무역 및 외교 정책 위협을 해결하기 위해 깊이 분열된 정치 지형을 효과적으로 헤쳐나갈 수 있을지의 여부"라고 밝혔다.

BNP파리바는 “현재 한국 증시는 이원화돼 있어서 탄핵 이슈가 해결되면 단기 전망은 크게 개선될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거시적인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박근혜 및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과 비교하면 다소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계 전 대통령의 탄핵안이 각각 국회에서 통과했던 2004년과 2016년에 한국 증시는 표결을 앞두고 큰 변동성을 보였지만 통과 이후에는 반등했다.

다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건의 경우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되자 코스피가 반등했으나 이후에는 20% 이상 하락세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판결이 나온 이후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이후 6개월 동안 20% 넘게 상승했다. 골드만은 거시경제 상황과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달라서 이와 같이 상반된 반응이 나타났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마켓워치는 “한국이 수출과 외국인 투자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불확실한 시기에 투자자의 신뢰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탄핵안 재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정치적 불확실성 해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코스피 지수는 나흘 연속 올랐다. 그러나 원·달러 환율은 쉽게 진정되지 않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1440원대까지 급등하기도 했던 환율은 탄핵안 통과 이후에도 1430원대에 머물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한 달 앞두고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원화값 약세 지속 등의 요인이 국내 증시 반등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 들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10% 이상 하락해 아시아 통화 중 최악의 성적을 내고 있다.

블룸버그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이미 불확실성에 직면한 시기 “위험이 높은 도박”과 같은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트럼프가 내세운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 한국의 대미 수출이 최대 55%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홍콩 소시에테제네랄의 프랭크 벤짐라 전략가는 장기적으로 한국 증시 밸류에이션 상승과 실적 성장 모멘텀 둔화를 반전시킬 수 있는 요소가 있는지가 의문으로 남아있다고 지적하며 “정치적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런 상황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최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