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People] SSG 랜더스 김강민

조회수 2022. 12. 3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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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단히 일렁이던 불씨 위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가을이 지났다. 누군가는 그들의 우승을 완벽한 끝맺음이라고 칭했고, 누군가는 예상외로 치열한 싸움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144경기의 기나긴 여정을 함께 해 온 팬들이라면 그 모든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개막 10연승이라는 뜻밖의 쾌거와 함께 SSG는 선두를 달리기 시작했지만, 이는 곧 매섭게 쫓아오는 경쟁팀에게서 도망쳐야 하는 자리가 됐다. 위치를 지켜야 한다는 압박감 속, 팀을 지탱해준 건 흔들리지 않는 베테랑의 존재였다. 김강민은 한 시즌을 풍미한 적도 대단한 임팩트를 남긴 적도 없었다. 하지만 흔들림 없이 오래도록 그라운드를 지켜왔고, 어느덧 팀에는 없어선 안 될 베테랑이 되었다. 기어코 자신의 힘으로 팀을 정상이라는 자리에 올려놓은 것이다. 쉼 없이 움직이던 불씨는 그렇게 커다랗고 화려한 불꽃을 피워냈다.

Photographer Mino Hwang Editor Nahyeon Kim Location Incheon SSG Landers Field

#감동의 서막

반갑습니다! 한국시리즈 MVP 수상 이후 바쁜 비시즌을 보내고 있을 것 같아요. (12월 5일 인터뷰)

바빴죠. (웃음) 여기저기 불러주는 데도 많고, 인터뷰도 많았습니다. 평소에 서울에 자주 가는 편이 아닌데 근래에는 수시로 가는 일정을 보내고 있네요. (스프링 트레이닝 이전까지는 어떻게 보낼 예정인가요?) 사실 벌써 훈련을 시작했어요. 조금씩 내년 시즌 준비도 하고 있고요. 가족 여행을 제외하고는 거의 훈련으로 보낼 예정입니다.

우승 후 약 한 달이 지났어요. 조금 늦었지만, 소감이 어떤가요?

이제는 우승 소감이라기보단 내년에 관한 얘기를 드리고 싶어요. 운동을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2023시즌을 준비하고 있다는 뜻이거든요. 선수들도 일상으로 돌아왔고, 저 역시도 내년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와 같은 기쁨을 누리기 위해 다음 시즌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래도 한국시리즈 얘기를 빼놓을 순 없겠죠. 어떤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는지 궁금해요.

개인적으로 일주일만 쉬어도 타격감이 좀 떨어지는 편입니다. 2주에서 3주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경기 감각 등 많은 부분이 리셋이 돼요. 다행히도 정규시즌 후반부터 감각이 살아나기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좋았던 감을 유지하기 위한 훈련을 했습니다. 또 한국시리즈에서 내가 맡게 될 역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도 가졌어요. 아무래도 남들보단 큰 경기 경험이 있기에 제가 어떤 위치에서 어떤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는 얼추 알고 있었거든요. 그런 마음가짐을 다지는 시간이었죠.

본인 타격의 테마를 ‘한 타석’이라고 설정했다고 했어요.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해요.

베테랑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의 선수가 된다면 대부분 알 겁니다. 자신이 무얼 해야 하는지, 또 어떤 순간에 경기에 나가게 될 건지 저절로 감이 잡혀요. 저 역시 어느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오느냐에 따라 ‘몇 차전은 스타팅 라인업으로 나가게 될 것 같다, 어느 타석에 서게 될 것 같다’ 하는 게 머릿속에 그려지더라고요. 저는 또 정규시즌을 거의 백업으로 해왔기 때문에 한국시리즈 역시 자연스럽게 대타로 준비했죠. 몸이 괜찮다면 3차전이나 4차전 정도에는 선발로 나가지 않을까 싶었어요. 하지만 예상보다 몸 상태가 좋지 않았죠. 결국 모든 시합을 후반부터 뛰게 되면서 제게 주어진 ‘한 타석’을 어떻게 가져갈 수 있을까에 관한 얘기였어요.

팀 내 베테랑으로서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후배들에게 어떤 얘기를 해줬나요?

제가 어린 선수들이랑 세대 차이가 좀 납니다. 그러다 보니 제 어린 시절 때와 지금의 어린 선수들이 가지는 마인드가 다르다는 것이 이번에 확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어릴 때는 큰 경기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거든요. 긴장감도 높았고요. 그런데 요즘 친구들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더라고요. 직접 부딪쳐보려는 모습이 꽤 보였어요. 그래서 시합에 들어가면 본인이 가진 것보단 힘을 빼고 차분하게 임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사실 초반에는 제 생각대로 안 되더라고요. 그래도 뒤로 갈수록 그 선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 덕분에 팀이 좋은 결과를 맞았다고 봐요.

1차전은 정규시즌에선 볼 수 없었던 최지훈의 실책도 있었죠.

사실 최지훈 선수였다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던 플레이라고 봤어요. 어려운 불규칙 바운드가 있긴 했지만, 그 정도 변수는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되는 선수거든요. 하지만 그 당시 인터뷰에는 나 같아도 같은 플레이를 했을 거라고 말했어요. 괜히 어린 선수를 기죽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솔직한 마음에서는 경험이 좀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봤죠. 만약 다시 똑같은 상황이 온다면 그때는 잘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한국시리즈라는 큰 경기에서 대타로 출전하기 전 심정은 어떤가요?

저는 지금껏 많은 경기를 치렀잖아요. 그렇다 보니 전체적인 플레이에 대한 긴장도는 낮아요.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상황이 자주 오지 않죠. 정규시즌도 마찬가지예요. 한 경기에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큰 기회가 오지 않는 이상 냉정하고 차분하게 보게 돼요. 그런 컨디션을 쭉 유지하면서 한국시리즈까지 오기 때문에 대타로 출전한다고 해도 크게 떨리진 않았어요. 오히려 타석에 나가거나 수비를 나갈 때보다 더그아웃에서 지켜볼 때가 좀 더 긴장되는 편입니다. 플레이할 때는 내가 할 것만 잘하면 되는데, 구경할 때는 전체적인 그림을 보게 되거든요. 여러 가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예측하면서 보기도 하고요. 그래서 늘 하던 대로 타석을 준비했습니다.

앰프 응원이 없던 1차전, 타석에 섰을 때 팬들이 등장 곡, 러브홀릭스의 ‘Butterfly’를 불러줬던 걸 알고 있나요?

그럼요. 저는 등장 곡 듣는 걸 좋아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타석에 나설 때 흥분을 잘하는 편이었어요. 근데 그때 노래를 들으면 차분해지게 되거든요. 그 노래를 들으며 타석에 설 때가 야구를 하면서 가장 기분 좋은 순간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1차전 때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팀이 지고 있는 상황에서의 9회 말 대타 타석은 어떤 기분인가요?

사실 9회 말에 6대 5로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면, 저는 이미 뒤집힌 상태라고 봅니다.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어요. 그런 타석에서 영웅이 되고 싶다는 다짐도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고요. 무조건 목표는 출루, 혹시 더 잘 되면 안타, 거기서 더 가능하다면 장타를 치면 좋겠다는 바람뿐이에요. (하지만 그 바람을 넘어서 홈런을 만들어냈죠. 넘어가는 공을 쳤을 때는 어땠나요?) 딱 치고 나서는 중심에 잘 맞았다는 느낌이 들긴 했는데, 발사각이 조금 높아서 불안했습니다. 안 넘어갈까 봐. 그래도 바람도 많이 불지 않았고, 또 마침 홈구장이기도 하니까 넘어가겠지 하고 있었어요.

2차전 최지훈의 홈런 때 매우 흐뭇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게 중계에 잡혔어요. 후계자의 활약에 감상이 남다를 듯해요.

정규시즌도 그렇지만, 경기에서 전날 실수를 하고 바로 다음 날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는 일은 정말 힘들어요. 그래서 2차전 때 바로 만회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좋았죠. 그리고 한 번 더 느꼈어요. 얘는 진짜 좋은 선수라는 걸. 실력도 실력이지만, 프로 선수로서 훌륭한 기질을 갖고 있다는 걸요. 게다가 한국시리즈는 최대 7경기밖에 안 하잖아요. 그 짧은 시간 내에서 자신을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는 선수가 얼마나 될까요? 저는 드물다고 보거든요. 그런 면에서 최지훈은 선수로서 참 대단한 거죠.

5차전 패색이 짙었던 경기에서 중요한 순간 또다시 대타로 나가게 됐죠. 자신의 타석을 예상했는지 궁금해요.

당연히 대비하고 있었죠. 5차전이라는 경기가 주는 의미가 얼마나 큰지, 모든 선수가 알고 있어요. 5차전 결과가 남은 경기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칠지도 느끼고 있었고요. 5차전을 하면서는 도중에 제가 네 번 정도 대타로 나갈 기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뜻대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면서 나갈 타이밍이 계속 뒤로 밀렸습니다.

8회 말 최정의 홈런이 터지기 전까지는 어려운 시합이었죠.

상대 팀인 안우진 선수의 공이 정말 좋았어요. 키움 히어로즈의 기세도 엄청났고요. 그러다 5회 말에 김성현 선수에게 찬스가 한번 왔었죠. 잘 쳤는데 하필 정면으로 가는 타구가 만들어져서 병살타가 됐죠. 솔직히 그때는 하늘이 우리 편이 아니구나 싶었습니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하늘이 도와준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도 이전에 네 번의 우승을 하면서 그런 기운이 작용하는 걸 많이 느꼈거든요. 그래서 최정 선수의 2점 홈런이 터졌을 때, 기쁘기도 했지만, 성현이 타석 때가 자꾸 떠올라서 더 아쉽더라고요. 과정이 어렵다고 한들 우리는 어쨌든 결과를 보여드려야 하는 직업이니까요.

그리고 마침내 9회 말 노아웃 1, 3루 기회가 왔죠. 아직도 당시 기억이 생생할 것 같아요.

정말 마지막 찬스였죠. 일단 앞서 박성한 선수의 출루가 대단한 역할을 했다고 봐요. 그리고 그다음의 최주환 선수의 끈질긴 승부가 있었죠. 그 두 선수 덕분에 만들어진 기회잖아요. 저는 그리고 진짜 최소한의 성공만 머릿속에 그리면서 들어갔어요. 최대한의 결과보단 최소한의 성공. 그래서 초구를 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투 스트라이크까지 몰리게 됐어요.) 물론 세 개의 아웃카운트가 남아있긴 했지만 제가 초구를 쳐서 아웃을 당해버리면 바로 그다음 타자의 부담감이 엄청나게 심해지거든요. 저는 3루 주자가 득점하고 1루 주자가 진루하는 상황만 만들자고 되뇌고 있었어요. 그리고 4차전 때 최원태 선수의 공을 한 번 쳐보기도 했거든요. 그 경험이 도움이 됐고요. 그때의 한 타석 덕분에, 노림수를 확실히 지니고 있었고 버려야 하는 공도 확실히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만들어졌죠. 사실 시간이 좀 지나서는 여러 가지 상황을 상상해봤거든요? 만약 직구가 왔었다면 저는 파울을 쳤을 거고, 느린 변화구가 왔었다면 땅볼을 쳤을 것 같아요. 바깥쪽에 좋은 직구가 들어왔다면 삼구 삼진이었겠죠. (웃음)

2018시즌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날렸던 동점 홈런과 비교해본다면 어떤가요?

이번 한국시리즈 5차전 홈런이 결과도 더 좋고, 상황도 훨씬 극적이죠. 하지만 이번 시즌 타석이 더 힘들었어요. 플레이오프 때는 타격감이 워낙 좋았거든요. 그땐 솔직하게 어떤 공이 들어오더라도 대처할 수 있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한국시리즈는, 아까 말한 것처럼 다른 공이 들어왔더라면 해내지 못했을 테니까요. 야구란 게 그런 것 같아요. 똑같은 상황이 와도 무조건 다른 결과가 나오게 돼요.

극적인 순간, 모든 선수와 코칭스태프들이 울 때 혼자 감정을 정리하며 내일을 준비하자고 했다던데요?

사실 제 입장에선 당연한 거였어요. 한국시리즈는 무조건 먼저 4승을 해야 하는 경기잖아요. 만약 정규시즌이었다면 마음 놓고 좋아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여파로 다음 날의 경기를 지게 되고, 7차전마저 안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되면 지난 3승의 의미는 완전히 사라지는 거예요. 만약 7차전까지 한국시리즈가 이어졌다면, 그때의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봐요. 저도 지금까지 야구 경기를 하면서 7차전을 딱 한 번 해봤거든요? 다시 하고 싶지 않아요. 예매도 6차전까지만 했어요. 7차전은 안 했습니다.

6차전에서는 주장 한유섬의 부상 후 대주자로 나가게 됐어요.

그래서 더더욱 6차전에서 끝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죠. 주전이자 주장이 빠지게 된 거잖아요. 이 상황에서 7차전을 가게 된다면 정말 어렵겠구나 싶었죠. (그리고 드디어 5차전에서 기회를 잡지 못했던 김성현의 적시타가 있었어요.) 저는 제가 홈런을 치는 것보다 다른 선수가 끝내기를 친 모습을 바라보는 게 더 좋아요. 왜냐하면 끝내기를 치는 순간은 기억 속에 잘 남지 않거든요. 어떤 세레머니를 했는지, 어떻게 베이스를 돌았는지 모를 정도니까요. 6차전 성현이가 치는 공이 매우 예쁘게 날아가더라고요. 그런 걸 보니, 저도 제가 치는 적시타를 더그아웃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완벽한 결말

2018시즌 우승 당시 외야 그라운드에서 마운드까지 뛰어가는 게 정말 멀다고 했어요. 2022시즌 우승은 어땠나요?

여전히 멀죠. 외야수 자리에서 마운드까지 너무 깁니다. 그래서 우승 순간 외야수 3명은 항상 사진에 담기지 못하는 게 너무 아쉽더라고요. 작가님들이 투수와 포수가 끌어안는 모습을 막 찍고, 저희가 마운드에 들어올 땐 찍은 사진을 확인하시더라고요? 그리고 올해는 최지훈 선수가 저한테로 뛰어오길래 빨리 마운드로 가라고 했습니다.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공이 중견수 자리로 날아오는 상상도 해봤나요?

당연하죠. 그동안 받았던 공 가운데 제일 긴장되는 타구가 아닐까 싶어요. 게다가 중견수 자리로 날아온다면 체공 시간도 있잖아요. 안 떨어질 것만 같은 타구가 될 것 같아요. 그래서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면서는 공을 받을 때마다 ‘이게 마지막 타구다’라고 생각하고 연습하곤 했습니다.

김원형 감독을 끌어안고 우는 모습이 화제가 됐어요. 많은 눈물을 쏟을 만큼 그동안 경험했던 우승과 어떤 점이 달랐는지 궁금해요.

글쎄요. 일단 제일 기억에 남는 건 2007시즌 우승이거든요. 첫 번째 우승했을 때. 정말 주위 소리가 아무것도 안 들릴 만큼 기뻤던 경험은 지금까지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번 우승은, 아마 제 커리어 마지막 우승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 때문이었을 거에요. 이제는 정말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잖아요. 물론 2018시즌 우승 때도 같은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때는 사실 2019시즌도 우승할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좋은 선수들이 굉장히 좋은 기량을 갖고 있었고, 완성된 팀이라는 느낌이 강했거든요. 그랬는데 다음 한국시리즈가 4년 뒤에 찾아오더라고요. 4년이란 시간 안에서 9등도 해보고요. 이게 참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 싶었죠. 그래서 마지막일 거라는 예감에 울컥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어려운 한국시리즈이기도 했죠. 상대 팀인 키움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잖아요.

이 얘길 꼭 담아주셨으면 해요. 전 정말 이번에 경기하면서 키움에게 굉장히 놀랐어요. 젊은 선수들이 패기 있게, 대단히 잘해서 놀란 게 한두 번이 아닙니다. 키움이란 팀이 가진, 선수들이 가진 매력은 정말 많이 봤어요. 특히 이정후 선수에 대해서는 단순히 야구만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꼈거든요. 앞으로 대한민국 야구를 10년 이상 이끌어갈 젊은 리더의 자질을 봤어요. 저랑 나이 차이가 10년 이상 나는 후배지만, 리스펙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한 선수라고 말하고 싶어요.

함께 왕조를 이끌었던 박재상 코치를 상대 팀으로 만났죠. 우승 기운을 얻기 위해 키움 더그아웃에 SK 와이번스 시절 우승 반지를 갖다 놨다고 하더라고요. 혹시 알고 있었나요?

우승 반지는 저희가 더 많아서 괜찮았습니다. (웃음) 제가 박재상 코치와 친분이 꽤 깊어요. 오늘도 인터뷰 끝나고 같이 저녁 먹기로 했어요. 엊그제도 같이 밥 먹었고요.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있다 보면 박재상 코치의 기운이 남다르다는 걸 느낄 때가 많아요. 타고난 기운이 엄청나요. 그래서 더 경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야기는 계속된다

올 시즌 이야기도 해볼게요. 시범경기부터 맹타를 휘두르며 기대감을 높였어요. 특별히 준비한 부분이 있나요?

체력이죠. 체력을 기르고 몸을 만드는 게 제일 우선이었어요. 그래서 체력 트레이닝 위주로 준비했습니다. 어릴 때 저는 기술적인 훈련을 굉장히 많이 했거든요. 그때 도움을 지금 좀 받고 있다고 봐요. 그래서 감각만 살려놓으면 기술은 금방 올라오더라고요. 올해도 그런 부분에서 훈련을 일찍 시작하게 된 것도 있어요. 점점 시즌을 준비하는 시기가 빨라집니다. 나이가 있다 보니.

작년 6위에 머물렀던 아쉬움이 있었지만, 김광현의 복귀가 있었죠. 이번 시즌은 확실히 기대감이 생겼을 것 같아요.

기대감은 매년 지니게 돼요. 작년 추신수 선수가 왔을 때도 기대는 했죠. 그런데 전력이 약한 팀은 아니었는데 부상 선수가 많았거든요. 그런 부분이 좀 뼈아프더라고요. 충분히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김광현 선수가 돌아오면서 이제는 정말 갖춰진 팀이라는 느낌이 확 들더라고요. 2021시즌보다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죠.

하지만 5월과 6월에 다치면서 잠시 주춤하기도 했어요.

처음 다쳤을 때 한 달 쉬고 복귀했는데, 다시 다쳐서 한 달을 더 쉬게 됐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만둘까 싶은 정도의 부상이었습니다. 그라운드에서 뛰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직업이잖아요. 그래서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은 시즌이기도 했어요. (하지만 복귀해서 팀에 좋은 시너지를 보여주었죠.) 타격은 자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몸이 따라와 주지 않더라고요. 그 때문에 올해는 출장 수나 수비 이닝도 많이 줄었어요. 개인적으로 평가했을 때 이번은 그다지 좋았던 시즌이라고는 할 수 없죠. 저 때문에 다른 선수들이 더 무리해야 했으니까요.

외야수 신인 선수들의 롤 모델로 자주 거론되고 있어요. 신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제 저를 롤 모델로 삼기에는 나이가 너무 많지 않나요? 그런데도 얘길 해주자면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어떤 선수인지를 알아야 한다고 봐요. 내가 어떤 타자고, 어떤 수비수고, 내 장점이 무엇인지, 단점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발전할 수 있거든요. 장점을 부각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러려면 훈련도 꾸준히 해야겠죠.

추신수가 왔을 때 조금 더 함께 뛰자고 본인을 설득했다고 해요. 그런데 이제는 추신수를 설득하는 처지에 섰어요.

너무 아까워요. 요즘 들어서 그런 기분이 많이 들어요. 특히 이대호 선수도, 그런 성적에 은퇴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거든요. 추신수 선수는 진짜 저보다도 몸이 더 좋아요. 몸 관리를 굉장히 잘하고 있으니까 충분히 몇 년 더 뛸 수 있다고 봐요. 그리고 저도 추신수 선수의 영향을 받아서 자극되는 게 있어요. 배울 점도 많고, 옛날엔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을 챙기게 되는 것도 있고요. 만약 추신수 선수가 우리 팀에 없었으면 벌써 그만두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직접 제게 조언을 해주는 건 아닌데,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기운을 받는 선수예요. 그래서 앞으로 더 같이 뛰고 싶어요.

작년 인터뷰에서 본인의 인생을 야구에 비유한다면 연장 13회라고 했어요. 지금은 어떤가요?

그럼 14회로 가는 거죠, 뭐. 이미 연장이잖아요. 서스펜디드로 넘어가고 그런 건 아니잖아요? 계속 연장전 진행 중이라고 봐요.

마지막으로 팬들께 인사하고 끝낼게요!

최근 들어서 팬분들께 은퇴하지 말라는 얘길 정말 많이 들어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하고 그만두겠습니다”입니다. 이렇게 벌써 훈련을 일찍 시작한 적도 없거든요. 12월인데도 불구하고 운동하고 있다는 건, 내년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한 초석이라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022시즌 많은 것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참 기뻤던 한 해였어요. 내년에도 이만큼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한 경기라도 재밌게 보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서 2023시즌에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8시즌 정규시즌에 거의 나오지 못해 은퇴를 생각하고 있던 베타랑 타자는, 그 해 주전 외야수를 맡고 있던 선수의 부상으로 테이블세터를 맡게 됐다. 모두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던 플레이오프. 김강민은 모든 경기에서 안타를 만들어내며 엄청난 타격감을 선보였고, 탈락의 절벽 끝, 한국시리즈로 향하는 기적적인 동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그때 우리는 그 경기를 기적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4년 후, 그는 그때의 타구가 이변도, 기적도 아니었음을 증명해냈다.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한 기량과 실력으로 차지한 한국시리즈 MVP. 그가 선보인 꾸준함의 힘은 앞으로도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 더그아웃 매거진 141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3년 141호 (1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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