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도 안 돼 시총 9조 증발…주가 63% '뚝' 동남아 유니콘의 추락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 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의 '자오자오 차이나' 시리즈에서 찾아드립니다.
20일 홍콩 증시에서 J&T 글로벌 익스프레스(HK:1519)는 전일 대비 2.85% 오른 5.77홍콩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들어 홍콩 항셍지수는 8%대 올랐지만 J&T 글로벌의 주가는 62%대 하락했다. 지난해 10월27일 상장 당시와 비교하면 시가총액은 543억홍콩달러(약 9조3180억원)가량 날아갔다.
인도네시아 물류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J&T 글로벌은 동남아에서 손꼽히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이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OPPO)의 인도네시아 전 CEO(최고경영자)였던 리제가 2015년 설립했다. 지난해 말에는 홍콩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였다.
투자자 기대와 달리 주가는 상장 직후 빠르게 빠졌다.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데, 첫째로는 꾸준히 적자를 쌓아온 점이 꼽힌다. J&T 글로벌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연평균 104%대 성장하면서 몸집을 키워왔지만, 2020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누적 손실액도 244억8700만위안(약 4조6282억원)에 달했다.
배송량을 늘려가면서도 '규모의 경제' 효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020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중국 시장에서 J&T 글로벌의 소포당 평균 수익은 0.23달러, 0.26달러, 0.34달러, 0.34달러였으나 소포당 비용은 0.51달러, 0.41달러, 0.40달러, 0.34달러였다. 배송을 많이 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구조였던 셈이다.
상장 이래로 각종 악재도 겹쳤다. 올 초에는 J&T 글로벌이 중국 일부 지역에서 사용하는 운송 전용 포대에서 중금속이 검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배송 지연, 분실, 손상 등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무척 많았으며 소송도 끊이지 않았다. 중국 기업정보 플랫폼 톈옌차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중국에서 J&T 글로벌은 226건의 송사에 연루된 것으로 전해졌다.
주가 약세로 J&T 글로벌에 투자한 기관 투자자들도 큰 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현지 매체에 따르면 J&T 글로벌 시리즈A 투자와 후속 라운드 등에 참여한 텐센트, D1 캐피탈,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등의 유명 기관 투자자들은 모두 손실을 봤으며, 가장 높은 손실률은 80%를 넘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럼에도 중국 증권사에서는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며 긍정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올해 상반기 J&T 글로벌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6% 상승한 48억6000만달러(약 6조4774억원), 순이익은 3000만달러(약 399억원)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지역별로는 모든 지역에서 두 자릿수 시장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고, 중국 시장에서도 처음으로 흑자를 달성했다.
택배 물량의 성장도 돋보였다. 올 상반기 J&T 글로벌의 중국 내 택배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38.3% 증가한 110억1000만건을 달성했다. 동남아 시장의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27.4%를, 중국 시장 점유율은 1.1% 증가한 11%를, 신흥시장 점유율은 0.1% 증가한 6.1%를 기록했다.
최근 한 달간 J&T 글로벌에 대해 분석 보고서를 발간한 중국 증권사 3곳은 모두 투자의견 '매수' 혹은 '비중 확대'를 유지했다. 국유은행인 중국은행의 투자 자회사 중은국제는 "회사의 물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국내외 사업 비용이 감소하고 수익성이 향상되고 있다"라며 "동남아 시장의 점유율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다양한 국가에서 사업을 벌이는 만큼 투자 위험 요소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궈하이증권은 J&T 글로벌의 투자 위험 요소로 택배 업황 부진으로 인한 실적 둔화, 주요 거래처인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한 불확실성, 경쟁업체와의 출혈적 가격 경쟁, 불안정한 가맹 네트워크, 인건비와 유가 상승 위험성 등을 꼽았다.
박수현 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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