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날 풍경이 달라졌다는 걸 체감한 순간
올해 설 연휴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정말 많이 바뀌었구나”였어요. 예전에는 설이면 고속도로 정체 뉴스가 먼저 나왔는데, 이제는 인천공항 출국장 인파가 헤드라인이 되더라고요. 제사를 준비하는 대신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하는 가족들. 누군가는 전통이 약해졌다고 말하지만, 또 누군가는 “이제는 이렇게 보내는 것도 하나의 선택”이라고 이야기해요.
특히 이번 설에 한국인들이 역대급으로 많이 몰린 여행지들을 보니, 단순히 해외여행을 간 것이 아니라 “어디로 갔는지”가 더 흥미로웠어요. 막연히 일본, 동남아 이런 식이 아니라, 도시 안에서도 특정 지역으로 집중됐다는 점이 눈에 띄었어요. 저는 그 네 곳을 하나씩 들여다보면서, 우리가 왜 그곳을 선택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명절 대신 먹방 여행
첫 번째로 눈에 띈 곳은 오사카의 도톤보리 일대였어요. 오사카 자체도 인기였지만, 특히 도톤보리와 난바 상권은 설 연휴 내내 한국인 관광객으로 붐볐다고 해요.
왜 하필 도톤보리였을까요. 저는 이유가 분명하다고 느꼈어요. 짧은 비행 시간, 비교적 부담 없는 물가, 그리고 무엇보다 먹거리가 집중된 구조 때문이에요. 타코야키, 오코노미야키, 이치란 라멘 같은 음식들은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도 접근성이 좋았어요.

예전 같으면 설날에 떡국을 먹으며 친척들과 시간을 보냈겠지만, 이제는 도톤보리 강변에서 길거리 음식을 나눠 먹는 가족도 늘어난 거예요. 전통적인 명절 식탁 대신 해외 먹방 코스를 선택한 셈이에요. 그 장면을 상상하면서 저는 ‘명절의 형태가 이동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 후쿠오카 텐진·하카타, 가성비 설 연휴의 상징
두 번째는 후쿠오카의 텐진과 하카타 지역이에요. 규슈 관문 역할을 하는 이 도시는 설 연휴마다 한국인 방문이 급증하는 대표 지역으로 꼽혀요. 특히 텐진 지하상가와 하카타역 주변 쇼핑몰은 연휴 기간 내내 붐볐다고 해요.

후쿠오카는 이동 동선이 간단하고, 도시 규모가 부담스럽지 않아서 부모님과 함께 가기 좋은 곳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유후인이나 벳푸까지 연계하면 온천 코스도 가능하니, 짧은 일정에도 ‘여행 느낌’을 충분히 낼 수 있죠.
저는 이 선택이 단순히 가까워서가 아니라, ‘명절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는 선택’ 같다고 느꼈어요. 긴 이동 없이, 복잡한 일정 없이, 먹고 쉬고 쇼핑하는 구조. 제사 준비 대신 온천을 택한 가족도 많았을 거예요.

베트남 다낭 미케 비치, 가족형 휴양지로 폭발
세 번째는 동남아 쪽이에요. 그중에서도 다낭의 미케 비치 일대는 설 연휴에 특히 한국인 비중이 높았다고 해요.
다낭은 이미 몇 년 전부터 ‘가족 휴양지’로 자리 잡았어요. 대형 리조트가 밀집해 있고,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며, 리조트 안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구조예요. 설 연휴처럼 4~5일 일정에 딱 맞는 도시죠.

미케 비치 근처 리조트에서 설날 아침을 맞는 가족의 모습은 예전 명절 풍경과는 전혀 달라요. 차례상이 아니라 수영장, 한복 대신 수영복. 하지만 아이들과 부모님이 함께 웃고 있다면, 그 또한 하나의 명절 아닐까요.
저는 다낭이 선택된 이유가 ‘편안함’ 때문이라고 느꼈어요. 명절의 부담을 줄이고, 휴식 중심으로 시간을 보내려는 흐름이 분명히 보여요.

태국 방콕 아속·수쿰윗, 명절 대신 도시형 휴가
네 번째는 방콕의 아속·수쿰윗 지역이에요. 이곳은 쇼핑몰, 호텔, 마사지숍, 루프탑 바가 밀집해 있는 방콕의 핵심 상권이에요.
설 연휴 동안 이 일대 호텔 예약률이 높았고, 한국어가 자주 들렸다는 후기도 많았어요. 방콕은 단순 휴양지가 아니라 ‘도시형 휴가’가 가능한 곳이에요. 낮에는 쇼핑과 카페 투어, 밤에는 야시장과 루프탑.
저는 방콕 선택이 상징적으로 느껴졌어요. 명절에 꼭 집에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아예 다른 계절의 공기로 이동해버리는 선택이니까요. 겨울 한국 대신 여름 태국을 고르는 순간, 명절의 전통적 시간감각도 함께 바뀌는 것 같았어요.

제사 대신 여행, 그 선택의 의미
오사카 도톤보리, 후쿠오카 텐진·하카타, 다낭 미케 비치, 방콕 아속·수쿰윗. 이 네 곳을 보면서 저는 한 가지 공통점을 느꼈어요. 접근성이 좋고, 일정이 짧아도 만족도가 높고, 가족 단위 이동이 편하다는 점이에요.
제사를 지내지 않고 해외로 떠났다는 문장은 자극적으로 들릴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가족과의 시간을 아예 포기한 게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한 모습에 가깝다고 느껴졌어요.
설날의 형태는 달라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다만 차례상 앞이 아니라 도톤보리 강변에서, 텐진 쇼핑몰에서, 다낭 리조트에서, 방콕 루프탑에서 그 시간을 보내고 있을 뿐이에요.
올해 설을 보면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명절은 사라진 게 아니라 이동하고 있는 중이라는 느낌이었어요.
Copyright © 트래블 픽 전속 기자가 직접 제작 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