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 밀지 마세요”…이태원 2년, 오늘도 아슬아슬 지옥철에 몸을 싣는다
성수동 유명 연예인 참여 행사
인파 몰리며 교통사고 나기도
아침 저녁으로 서울 지하철을 이용해 왕십리역과 광화문역 사이를 출·퇴근하는 직장인 A씨는 혼잡한 지하철이 당연한 일이라는 듯 말했다. A씨는 사람이 콩나물시루처럼 가득 찬 지하철에서 일시적으로 호흡곤란과 같은 증상도 경험했지만 반복되는 일상을 감내하는 듯 보였다.
출퇴근길 ‘만원 지하철’은 시민들의 삶에서 일상이 됐다. 인파에 둘러싸여 회사나 학교를 오가는 것이 당연한 듯 살아가고 있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여전히 시민들은 평소 생활 속에서 압사 사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살아가고 있다. 성동구 성수동에서는 유명 연예인을 보러 인파가 몰려들며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25일 A씨가 오전 8시30분께 왕십리역에서 잠실역 방면으로 달리는 서울 지하철 2호선 차량도 출근길 시민들로 가득 찼다. 탑승객들은 내릴 틈을 찾기 어려운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 사이를 가로지르며 목적지에서 내렸다. 내리려는 탑승객이 앞선 승객과 부딪치는 경우나 서울 출근길 사정을 잘 모르는 외국인이 제때 내릴 기회를 놓쳐 당황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성수역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여성 B씨는 “출근할 땐 합정역에서 출발하는데 항상 시내 방향으로의 지하철은 지옥철”이라며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면서 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도 성수역에 상·하행선이 동시에 도착하면서 섬식 플랫폼에 인파가 동시에 몰리기도 했다. 인파 통제에 긴 줄이 생기면서 플랫폼에서 역 밖으로 나가는 데만 5분 정도가 소요됐다. ‘급행 지옥철’이라고 불리는 9호선은 출근길 탑승객 통제를 위해 안전요원이 배치되지만, 평일 오전 8시 전후로는 인파가 몰리는 탓에 한 명만 넘어져도 도미노처럼 쓰러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일부 인파가 몰리는 역에서 안전요원을 배치하고 있지만, 붐비는 차량 내에서 시민들은 스스로를 보호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서울시·김포시·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김포골드라인(고촌→김포공항) 오전 7~9시 최대 혼잡도는 208%였다. 김포골드라인은 172명(1편성 2차량 기준)을 혼잡도 100%로 계산하는데, 208%는 약 358명이 한 차량에 탔다는 뜻이다. 통상 150% 이상이면 열차 내 이동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지난해 6월부터 올해 9월까지 김포골드라인에서 발생한 환자 수는 510명에 달했고, 이 중 200명이 호흡곤란을 호소했다.
지난달 서울 지하철 9호선 급행열차의 출근 시간(오전 7~9시)대 혼잡도는 노량진역이 182%로 서울 지하철 중 가장 높았다. 동작(179%), 여의도(171%), 당산(160%), 염창(159%) 등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하철 밖에서도 압사 사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위험한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한 명품 브랜드가 포토월 행사를 열었지만 구청 측의 요구로 중단됐다. 유명 연예인이 참석했다는 소식에 편도 2차로의 좁은 도로에 인파가 몰리면서 안전 사고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행사장 바로 옆에는 버스정류장이 있어 인파를 피해 지나가던 버스와 차량이 부딪치는 사고도 발생했다. 행사가 끝난 다음날에도 행사장을 정리하는 인부들이 노란색 박스로 도로 절반을 막아 버스 통행을 방해하는 일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는 정부가 출퇴근 시간 분산 등 인구가 밀집되지 않도록 교통체계를 설계하고 개인은 안전사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문현철 한국재난관리학회 부회장(호남대 교수)은 “수도권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같이 과밀함의 위험에 노출되는데, 일상생활을 하며 유사시에 대비해 동선·시간 계획·행동 지침 등 안전한 이동 방법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며 “안전의식은 평소에 학습하고 체득해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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