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파워트레인으로 한계를 넘어선 대형 SUV,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

집이든 자동차든 크면 클수록 좋지만, 크기가 커질수록 유지비가 늘어나는 걸 피할 수 없다. 물론 전기차라는 대안이 있긴 하지만 전기차의 약점인 충전 속도나 배터리 용량 등의 문제로 섣불리 선택하기도 어려운 사람도 있다. 화석연료 기반의 대형 차량을 타면서 연비가 높길 바라는 건 모순처럼 들리지만, 방안이 없는 건 아니다. 바로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조합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현대차의 경우 그동안 스타리아나 싼타페 등 큰 차량들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왔는데, 딱 하나, 자사의 플래그십 SUV인 팰리세이드만큼은 하이브리드의 수혜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 초 드디어 6년 만에 완전변경된 2세대 모델이 출시되며 팰리세이드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탑재가 발표됐다. 본격적인 판매를 앞두고 시승차가 마련되어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기존과 무엇이 다른지, 거대한 팰리세이드를 감당할 만큼의 성능을 보여주는지를 직접 확인해봤다.

올 초 2세대 모델 출시에서 이미 만났지만 다시 봐도 거대한 크기에 감탄하게 된다. 물론 MPV인 스타리아나 기아 카니발 같은 모델이 있지만 특유의 웅장함이 느껴지는 디자인 때문인지 더 커보이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방향지시등을 겸하는 수직적인 주간주행등(DRL)과 거대한 그릴의 조합이 독특하면서도 압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해서 새로운 디자인이 적용되거나 별도의 엠블럼이 덧붙지는 않아 외관에선 차이가 없다.

실내에서도 하이브리드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현대차 브랜드지만 플래그십인 만큼 가죽으로 덮어 고급스러운 느낌을 연출하는 대시보드 위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를 얹어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의 역할을 맡았고, 스크린 아래로는 단축메뉴 버튼과 공조장치 컨트롤러를 배치해놓았다. 대시보드와 분리된 아일랜드 타입의 센터 콘솔에는 100W까지 충전 가능한 USB-C 포트 2개, 컵홀더, 스마트폰 무선 충전기 등을 배치했고, 콘솔 아래로도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유용하게 쓸 수 있다.

하이브리드 모델의 차이는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서 발견할 수 있다. 별도의 하이브리드 메뉴가 배치되어 차량이 어떤 동력원으로 구동되는지, 연비가 어떤지 등을 보여준다. 그리고 아래 설정 메뉴로 이동하면 스테이 모드를 사용할 수 있는데, 마치 전기차처럼 실내에 앉은 상태에서 공조장치를 작동시키는 기능이다. 물론 전기차의 배터리만큼 용량이 큰 건 아니어서 차박 용도로 쓰기에는 쉽지 않겠지만, 메뉴에서 도착지에서 바로 스테이 모드를 사용하도록 설정해 놓으면 내비게이션 설정에 맞춰 도착지에 점차 가까워질수록 배터리 사용 빈도를 줄여 최대한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전력을 미리 충전해 놓는다. 배터리가 절반 쯤 찬 상태에서 사용해보니 약 30~40분 가량 사용할 수 있다고 계기판에 표시되는데, 풍량이나 설정 온도에 따라 사용 가능한 시간이 달라지는 만큼 계획을 잘 짜서 사용하면 유용할 것이다.

시트는 7인승이 2+2+3 구성이고 9인승은 3+3+3 구성이다. 시승차는 7인승 모델로, 2열을 독립 시트로 구성하고 마사지 기능을 더해 VIP가 장거리에서도 편하게 탈 수 있도록 구성했다. 보통 3열의 경우 사람이 자주 타지 않다보니 편의 기능 면에서 소홀한 경우가 많은데, 팰리세이드는 3열에도 100W 충전 포트와 열선 시트, 전동 리클라이닝 및 슬라이딩 기능을 넣는 등 무늬만 시트가 아닌 누가 타더라도 최대한 편하게 탈 수 있도록 구성해 놓은 점이 마음에 든다. 물론 3열까지 펼쳐놓을 경우 적재공간이 줄어든다는 한계가 있긴 한데, 그래도 짐을 실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2열과 3열을 적당히 앞으로 당겨 캐리어 3~4개 정도 넣을 공간은 확보할 수 있다. 이 때 2열과 3열 시트를 조절하는 것도 트렁크에서 가능하도록 버튼을 마련해 놓은 점도 편의성을 높이는 부분. 트렁크에는 12V 전원 소켓과 함께 V2L용 220V 전원 소켓이 마련되어 있어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겠다.

차량을 살펴봤으니 이제 달려볼 차례다. 이번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에 적용된 파워트레인은 현대차그룹에서 새로 개발한 2.5 가솔린 터보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다. 그동안은 1.6 가솔린 터보 엔진 기반의 시스템을 성능면에 있어 아쉽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던 만큼 이번 신형 파워트레인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에서도 개발을 위해 많은 공을 들인 만큼 별도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대한 테크데이를 진행할 정도 이번 신형 시스템에 많은 신경을 쓰는 모양새다.

이번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특징은 구동용 모터와 발전용 모터를 따로 두고 여기에 직결 클러치를 더해 효율성을 높였다는데 있다. 즉 모터의 효율이 더 높은 중저속 구간에서는 모터 위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엔진 동력을 발전용 모터로 보내 여기서 발생한 전력으로 구동용 모터를 작동시키고, 많은 힘이 필요한 가속 상황에서는 배터리의 전력과 엔진의 구동력을 모두 구동축으로 보내며, 모터의 효율이 떨어지는 고속 항속 주행에서는 직결 클러치로 엔진의 구동력을 곧바로 바퀴로 보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2.5 가솔린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62마력/5,800rpm, 최대토크 36.0kg·m/1,800~4,500rpmm의 성능을 내고, 모터는 최고출력 54.0kW(73.6마력), 최대토크 264Nm/~1,900rpm이다. 2.5 가솔린 터보 엔진 치고는 성능이 좀 낮은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는데, 성능보다는 효율성에 초점을 둔 엔진이기 때문. 엔진과 모터가 합쳐 발생하는 시스템 최고출력은 334마력/5,800rpm으로, 3.8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이나 새로 추가된 2.5 가솔린 터보 엔진보다는 좀 더 나은 성능을 보여준다.

다만 마력수가 높아졌다고 해서 폭발적인 가속을 기대하기엔 차가 너무 크고 무겁다. 이보다 작고 가벼운 차량이라면 확 달라진 점이 느껴지겠지만, 덩치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 그래도 급가속을 해보면 시트에 등이 꾸욱 눌릴 정도의 파워는 보여준다. 가솔린 터보 엔진이라 급가속 시 약간의 터보 랙이 발생하긴 하지만 성능 중시형 모델이 아니니 이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

여기에 기대하는 부분은 역시 연비가 아닐까. 시내와 자유로를 달리면서 급가속 등 여러 테스트를 거치는 악조건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연비는 12km/L 넘게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솔린 엔진을 얹은 이 정도 덩치의 SUV가 두 자릿수 연비라니,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파워가 대단하긴 하다. 여기에 시승차가 가장 연비에 불리한 21인치 휠에 사륜구동 모델로 공인연비가 11.4km/L임에도 기대 이상의 연비인 것. 규정 속도에 맞춰 경제적으로 운전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13km/L 이상도 충분히 기대해 볼만하다.

승차감은 패밀리카를 지향하는 모델답게 꽤나 부드럽게 세팅되어 있다. 그래도 요철 등으로 충격을 받는 상황에선 순간적으로 서스펜션이 물컹하게 눌리는 느낌이 들고, 요철을 넘어간 이후에도 부드럽게 복원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트로 전해지는 것은 존재감 정도뿐이다. 커브에선 SUV의 특성상 좌우로 쏠리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코너를 빠져나온 이후에는 좌우로 출렁대지 않고 곧바로 자세를 바로잡아주기 때문에 다음 상황을 대비하기가 좋다.

안전 및 주행보조 기능도 충실하다. 고속도로 주행보조 2 같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나 각종 충돌 방지 및 경고 기능은 물론이고, 팰리세이드에도 운전자 주의 경고 기능이 탑재되어 스티어링 휠 뒤편에 설치된 적외선 센서로 운전자의 눈동자를 감지해 정면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일정 시간 이상 시선을 돌리고 있다면 경고음과 안내 문구로 안전 운전을 하라는 경고가 뜬다. 물론 이런 기능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불편함보다는 안전이 훨씬 더 중요한 것이고, 경고 기능들 덕분에 우리가 모르는 새에 방지한 사고들도 있을 터. 절대 기능을 끄거나 하지 말고 안전운전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자.

궁극적으로는 전동화를 통해 탄소 배출 제로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겠지만, 그 과정에서 불편을 감내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장 좋은 방안이 하이브리드인 것이다. 그동안 대형 모델에서는 선택지가 없어 아쉬움이 컸는데, 이번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의 등장으로 아쉬웠던 수요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편의기능에 우수한 성능, 기대 이상의 연비까지 보여주는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가 앞으로 대형 SUV 시장에 새로운 숙제를 던져준 만큼 다른 경쟁자들의 변화 역시 주목해 볼 만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