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채규호 블래스트 CFO "VFX 엔터사로 진화…'버추얼아이돌' 새 지평 열 것"

채규호 블래스트 CFO /사진=김가영 기자

‘버추얼 아이돌’은 아직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미 대중성을 입증한 신개념 아이돌 장르다. 최근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가상 아이돌 그룹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의 인기도 이런 추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완성도 높은 음악과 퍼포먼스를 갖춘다면 현실이 아닌 가상 공간 속 아이돌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 세계 최고의 버추얼 아이돌 타이틀을 거머쥔 국내 그룹이 등장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바로 2023년 데뷔한 ‘플레이브(PLAVE)’다. 시각특수효과(VFX) 기업 블래스트가 선보인 이 그룹은 올 2월 컴백한 미니3집이 초동 판매량 103만장을 돌파했고, 상반기에는 멜론 스트리밍 최다 아티스트로 선정됐다. 일본 시장에도 데뷔해 올해 일본 내 해외 아티스트 중 최고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고, 주요 음반 차트를 휩쓸었다.

채규호 블래스트 CFO는 22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블로터>와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은 성과에 대해 “플레이브는 전통 아이돌과 달리 버추얼이라는 특수성을 최대한 활용해 새로운 매력을 전달하려 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정을 움직이는 팬덤을 형성하기 위해 이야기와 감정이 필수이며 이를 강하게 발현하는 방식이 아이돌이라고 판단했고 시장도 빠르게 받아들였다”고 했다.

버추얼 아이돌 그룹 '플레이브'/사진=블래스트 제공

블래스트는 2022년 MBC 사내벤처로 출발한 VFX 전문 기업이다. 설립 초기부터 MBC, IPX, DSC인베스트먼트, 슈미트, YG플러스, 하이브 등으로부터 누적 8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다른 스타트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금이다. 다만 추가 투자 유치에 보수적이었던 이유는 플레이브가 시장으로부터 빠르게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채 CFO는 “설립 1년 만인 2023년부터 흑자를 기록했으며 기술 외주가 아닌 플레이브 자체 수익만으로도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또 "VFX 기술 기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기술 외주보다는 플레이브 및 엔터 사업에 모든 인력과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추얼 아이돌이라는 특수성에도 사업 모델과 정산 구조는 일반 아이돌 산업과 유사하다. 그는 “플레이브는 음반원과 MD(굿즈) 판매가 주요 매출원이며 매출 발생이 빨랐기에 데뷔 3개월만에 멤버들에도 첫 정산을 진행했다"며 "활동에 맞는 수익을 분배하는 것이 원칙이며 아티스트 초상이 없는 카페 굿즈, '므메미무' 등 자체 캐릭터 IP 활용 굿즈도 투명하게 정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블래스트는 플레이브의 퍼포먼스를 돋보이도록 내부 기술 인력을 빠르게 확대했다. 현재 90여명이 근무 중으로 대부분 언리얼 엔진 기반의 게임 아티스트, 애니메이션 제작자, 엔터 사업 종사자로 구성됐다.

채 CFO는 “새로운 기술 자체를 개발하기보다는 팬들이 좋아할 결과물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을 효율화하고 고도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가상 무대 조성, 안무와 라이브 콘텐츠 제작, 예능형 콘텐츠 기획 등을 위해 실시간 그래픽 구현 및 모션캡처 시스템을 정교화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블래스트는 매주 라이브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기술 안정성을 점검, 개선한다. 그는 “반복적인 실전 경험을 통해 구현 안정성과 표현력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며 “다른 VFX 기업이 경험하지 못한 콘텐츠 제작 노하우도 축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누적된 기술은 버추얼 아이돌 시장에서 비교 불가 수준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블래스트는 플레이브의 흥행에 힘입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준비 중이다. 팬과 그룹이 소통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며, 하반기 베타 테스트를 목표로 세웠다. 채 CFO는 “단순 콘텐츠 소비를 넘어 팬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교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블래스트는 플레이브를 통해 아이돌 산업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채 CFO는 버추얼 아이돌 시장에 대해 “‘버추얼’은 물리적 제약이 없어 더 높은 확장성을 지닌다”며 “아직 시장은 초기단계이지만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으로 글로벌 팬들도 장르를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금은 콘텐츠와 기술력으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타이밍이며 앞으로 버추얼 아이돌 시장은 더욱 진화할 것”이라며 “플레이브와 유사한 시도를 하는 팀들도 확인이 되는데 그만큼 시장의 크기가 커지는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김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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