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게임 엔진 기업 유니티 테크놀로지스(이하 유니티)가 기존 요금제를 설치 횟수 당 과금되는 '런타임 요금제'로 바꾸겠다는 새로운 정책이 기업들의 강한 반발에 가로막히자 일부 이용자에만 적용하는 방향으로 수정하며 한발 물러났다.
하지만 대상이 제한될 뿐 반발을 일으킨 런타임 요금제를 적용하겠다는 기조는 유지하는 만큼, 기업들의 반발은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엔진은 게임 구동을 위한 기본 툴로, 게임 개발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요소지만 향후 개발자들이 유니티의 대체재를 찾아 나설지 주목하고 있다.
2020년 상장 이후 계속되는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자구책으로 등장한 런타임 요금제가 오히려 기업 고객들이 등을 돌리게 하는 자충수가 됐다.
내년부터 기업용 버전에 런타임 적용
마크 위튼 유니티 사장은 지난 23일(이하 현지시간) 공식 블로그를 통해 유니티 엔진의 새 요금제 정책 수정안을 발표했다.
유니티는 변경된 런타임 요금제를 통해 앞서 발표한 설치 횟수 당 과금되는 정책은 유지하면서도 새 요금제가 적용되는 고객(개발사)을 한정했다. 개발사의 규모나 새로운 유니티 버전 사용 여부, 매출 규모 및 일정 수의 이용자수를 모두 충족해야 런타임 요금제가 적용되도록 했다. 런타임 요금제 초안에는 개인이나 소규모 개발사를 보호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거셌는데, 이를 대거 수용한 모습이다.
앞서 유니티는 지난 12일 공식 블로그를 통해 2024년부터 적용되는 신규 과금 정책을 공개한 바 있다. 새로운 과금 체계는 유니티로 제작된 게임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반으로 요금을 부과하는 런타임 요금제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새 요금제에는 개인과 소규모 개발사를 위한 '유니티 퍼스널' 버전으로 개발된 게임이 매출 약 2억6000만원(20만달러)를 달성할 경우, 20만회 다운로드 이후부터 1건 당 20센트의 요금이 부과되는 내용이 담겼다. 그 이상 규모의 기업용인 '유니티 프로', '유니티 엔터프라이즈' 등 매출 약 13억원(100만달러) 및 100만 다운로드 이상부터 설치 당 비용이 부과되는 것이 신규 요금제의 골자였다.
유니티는 그동안 유니티 퍼스널과 유니티 프로, 그 이상 규모의 기업용 엔진인 유니티 엔터프라이즈와 유니티 인더스트리 4개 버전으로 요금제를 운영해 왔다. 직전 12개월 기준 게임 수익 또는 개발 지원 기능 추가 여부가 기준이었다. 개인 및 소규모 개발팀에게는 유니티 엔진 이용 요금 부담을 대폭 낮춘 방식이다.
유니티가 런타임 요금제를 포함한 신규 과금 정책을 발표하자 국내외 개발사들의 반발은 거셌다. 게임 장르마다 다르지만 사실상 규모가 작은 개발 조직의 부담이 커지게 되면서다. 이용자 수(다운로드)와 게임 매출이 반드시 비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매출이 적은 캐주얼 게임이라도 흥행에 성공해 다운로드 횟수가 많아지면 이에 따라 개발사가 유니티에 지불해야 하는 추가 비용 역시 커지게 되는 구조다.
특히 신규 과금 정책 포함된 '유니티 레벨플레이'를 활용한 수익창출안도 반발을 샀다. 자사 미디에이션(앱 내 광고 관리) 플랫폼 유니티 레벨플레이를 이용하면 런타임 요금제를 공제해 주겠다는 내용이다. 이는 유니티 엔진 사업의 근간이 되는 개발자들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공격적 M&A 속 '수익성 개선' 고민
유니티가 런타임 요금제를 포함해 신규 과금 정책을 내놓은 것은 외형성장을 이룬 것과 달리 적자 상황에서 벗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유니티는 신규 런타임 요금제를 발표하기 전인 지난 4월, 최상위 버전 요금제인 유니티 인더스트리를 출시했는데 이 또한 새로운 수익 창출원을 발굴하기 위한 유니티의 고민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2020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유니티는 지난 2분기(보고 기간 평균 매매지준 환율 적용) 매출 7026억원(5억3348만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 2523억원(1억9145만달러), 당기순손실 2547억원(1억9332만달러)로 적자 상황에 놓여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76.6% 증가한 반면 영업적자와 순손실폭은 커졌다.
연간 실적도 마찬가지다. 유니티의 연간 매출(보고 기간 평균 매매지준 환율 적용)은 2020년 9114억원(7억7245만달러), 2021년 1조2717억원(11억1053만달러), 2022년 1조7995억원(13억9100만달러)으로 외형 성장했다.
반면 수익성면에서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유니티의 연간 영업적자는 2020년 3331억원(2억8200만달러), 2021년 6099억원(5억3300만달러)을 기록했고 지난해는 1조원을 넘긴 1조1916억원(9억2100만달러)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순손실액은 3243억원(2억7500만달러), 6088억원(5억3200만달러), 1조1413억원(8억8200만달러)다.
유니티가 적자 상황에 놓인 데에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행보를 보여왔던 것과 관련이 있다. 2004년 설립된 유니티는 2018년 이후부터 17곳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워왔다.
특히 2020년 상장 이후 인수한 기업은 10곳 이상이다. 주로 인공지능(AI), 증강(AR)·가상(VR)현실, 로봇공학 등 최신 기술 확보와 콘텐츠 제작에 중점을 둔 인수합병 행보를 보였다.
유니티는 먼저 2020년 AI 및 AR, VR 등의 기술을 활용한 맞춤형 솔루현 제공 기업 '핑거 푸드 어드밴스드 테크놀로지 그룹'과 AI 기반 3D 캡쳐 솔루션 개발사 '레스트 AR', 버전 관리 솔루션(VCS) 개발사 '코디스 소프트웨어'를 인수했다.
이듬해인 2021년에는 유니티 엔진을 게임뿐만 아니라 건축 산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지는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엔진의 영역을 자동차, 건축, 콘텐츠 미디어 등 산업 분야로 넓혀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유니티가 2021년 인수한 기업은 건축, 설계 부문 실시간 3D 개발 최적화 기술 제공 기업 '픽시즈'와 시각특수효과(VFX) 스튜디오 '웨타 디지털', 증강현실 건축 플랫폼 '비주얼라이브', 초목 모델링 기업 'IDV', 원격 접속 및 스트리밍 소프트웨어 개발사 '파섹', AI 음향 지능 플랫폼 '오토', 시각적 커뮤니케이션 지원 실시간 동기화 협업 툴 '싱크스케치'다.
지난해는 실시간 변형·시뮬레이션 아티스트 툴 '지바 다이나믹스'와 애플리케이션 비즈니스 플랫폼 '아이언소스'를 합병했다. 아이언소스 합병은 아이언소스의 미디에이션에 유니티 광고 네트워크를 연동한 사업으로 당시 주목받았다.
미디에이션은 앱에 광고를 게재하기 위해 사용하는 모든 소스를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는 애드몹(AdMob, 구글의 모바일 앱 광고 플랫폼)이다. 유니티는 합병 이후 유니티 미디에이션 플랫폼 레벨플레이에 유니티 애즈와 구글 네트워크를 동시 지원하기 시작했다.
유니티는 이를 통해 광고를 통한 수익화라는 새로운 수익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게임 개발자에게도 아이언소스와의 합병을 통해 게임을 통한 더 많은 수익창출이 가능해졌다고 언급했다. 이번 최초 요금제 개편안 레벨플레이 이용 시 런타임 요금제를 공제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유니티의 내년부터 시행되는 새 과금 정책은 국내 게임산업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유니티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모바일, PC, 콘솔 게임 중 유니티 점유율은 50%로 집계됐다. 또 매출 상위 1000개 모바일 게임 72%가 유니티 엔진 기반으로 제작되는 등 게임산업 내 유니티의 비중은 높은 편이다.
하지만 업계는 내년부터 새 요금제가 시행되면 장기적으로는 유니티 영향력이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유니티는 소수의 개발사만이 새 요금제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은 또 다른 대체재를 찾아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글로벌 엔진 제작사 에픽게임즈의 경우 무료 공개 정책을 유지하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많은 게임이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되고 있지만 유니티의 새 과금 정책의 파장은 국내외 게임 시장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니티의 수정안 발표에도 무료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대형 엔진 개발사 및 타 엔진 개발사로 시야를 넓히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사들의 행동 변화도 주목된다. 국내에서는 넥슨, 넷마블 등 대형 게임사들도 유니티 엔진을 사용해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 1년 간 유니티 엔진으로 개발된 대표적인 국내 기업의 게임은 넥슨 민트로켓의 '데이브 더 다이버', 넷마블의 '나 혼자만 레벨업', 시프트업의 '승리의 여신: 니케' 등이 있다.
지난 4월 PC버전으로 정식 출시된 데이브 더 다이버의 경우 국내 시장을 넘어 영미권에서도 성공한 게임이다. 넥슨에 따르면 데이브 더 다이버의 매출(판매량) 90% 이상이 해외에서 발생했다. 최근 국내 게임사들이 북미·유럽 시장으로의 진출을 활발히 하는 만큼 유니티 엔진의 새 요금 정책은 향후 이용 여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개인 및 소규모 개발사 민심도 잃고 있다. 유니티는 신규 요금제의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강조한 데다 신규 과금 정책을 변경한 수정안까지 발표했음에도 떠난 민심은 돌이키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기도 하다.
유니티 관계자는 "신규 런타임 요금 정책은 크리에이터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유니티 게임 엔진에 대한 심도있는 투자를 이어나가기 위한 결정이었다"며 "새 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많은 의견을 청취했지만 이용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더 경청하고 노력해야 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글로벌 이용자들이 우려하는 바를 주의깊게 관찰했고,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책을 변경한다"고 전했다.
Copyright © 블로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