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권오경 한미글로벌 소장 “北도 MZ는 다르다… 통일시계 빨라져”

조은임 기자 2024. 9. 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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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경 한미글로벌 통일한반도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
“장마당세대, 감시·억압적 법·제도로 억누를 수 없어”
北 도시, 체제 선전 수단… 23m 김일성 동상 4만여개
“北 잘 살 수록 통일 후 충격 적다… 인권문제 노력 지속”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2). 북한의 3대 악법이다. 이 법들이 타기팅 하는 대상은 북한의 ‘MZ세대’다. 배급세대가 아닌 이른바 장마당 세대인 북한의 ‘MZ세대’는 남한 문화를 접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해를 걸러 나온 3대 악법은 이들을 법과 제도로 억누를 수 없다는 반증인지도 모른다.

“통일의 시계는 과거보다 더 빠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생각이 다른 MZ세대와 저출산 고령화 등의 사회적, 문화적 변화를 감시와 사상교육, 억압적인 법으로 막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권오경 한미글로벌 통일한반도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이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도심공항타워에 위치한 한미글로벌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조은임 기자

권오경 한미글로벌 통일한반도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연구소가 탄생한 2020년부터 소장을 맡아 통일 건설을 연구하고 있다. ‘건설은 통일의 혜택을 가장 크게 보는 산업’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최근 연구소에서 출간한 ‘통일에 대비한 북한도시 개발 구상’ 역시 건설산업이 통일에 대비한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서 통일 한반도 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였다.

이번 책을 발간하면서 그는 세계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누가 이 책을 보겠나” 생각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통일에 대한 준비는 세계정세, 한반도 정세와 상관없이 계속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한 ‘8·15 통일 독트린’의 7대 추진 전략 중 가장 핵심적인 사항으로 ‘북 주민 외부 정보접근권 확대’, ‘북 주민을 위한 인도적 지원’을 꼽았다.

그는 과거 서독과 동독 보다 현재 남한과 북한의 경제적 격차가 훨씬 크다는 점에서 한반도 전역이 동일한 수준의 인프라, 건설 체계를 갖추기는 어렵다고 봤다. 국토면적은 동독은 서독의 44%밖에 되지 않지만 북한은 남한의 123%나 된다. 통일 당시 국내총생산(GDP) 격차는 서독이 동독의 9.7배, 인당 GDP는 2.6배였지만, 지난해 기준 남한과 북한의 차이는 각각 60배, 30배에 달한다. 그는 “차이가 너무 커서 통일로 인한 고통도 훨씬 크고, 통합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아직까지 생각해내지도 못했고 존재하지도 않는 제3의 대안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미글로벌 통일한반도건설산업전략연구소에서 최근 발간한 '통일을 대비한 북한도시 개발 구상'./한미글로벌 제공

-’통일’의 시점, 방법을 어떻게 예상하고 있나.

“‘통일은 도둑고양이처럼 조용히 찾아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처럼 갑작스럽게 찾아온다면 통일은 축복이 아니라 재앙이 될 수 있다.

통일의 방법도 독일처럼 평화적 흡수통일이 제일 바람직하지만 1국 2체제의 연방제, 무력통일 방안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생각한다면 무력에 의한 통일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 외에 대화를 통한 방법이라면 개인적으로 어느 방법이든 좋다고 본다.”

-남한과 북한은 도시 발전 그 시작부터 의도가 달랐다. 북한에서는 체제 선전의 수단으로 도시가 활용됐다.

“사회주의 도시의 특징 중 가장 큰 것은 토지소유권이다. 다른 사회주의 국가도 동일하지만 북한의 모든 토지는 정부 소유다. 주택도 국가가 제공한다. 정부가 주도하기 때문에 국토개발도 매우 체계적이고, 도시 역시 정부에 의해 구획되고, 건설된다.

평양을 예로 든다면, 주요 간선도로는 비정상적으로 확장을 하고, 도로를 따라 고층 주거지역을 건설해 놓았다. 그 이면에는 저층살림집, 작업장, 학교 등 공동시설들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주체사상을 강조하기 위해 박물관, 체육관, 문화시설을 대규모로 건설하고, 체제선전을 위한 상징적인 공간으로 대규모 광장과 기념비를 건축해 놓았다.

가장 특징적인 예로 북한에는 높이 23미터 정도의 거대한 김일성 동상이 4만여 개가 있다고 한다.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으로 러시아에서는 레닌 동상이 수난을 당하고, 인종차별 반대시위로 미국에서는 콜럼버스의 동상이 훼손됐다. 하지만 북한에서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전쟁이 발발해도 북한의 호위국 1호 모심갱도관리대가 지하갱도로 이동시킬 수 있는 자동화 장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토지를 개인이 소유한다. 정부가 관리를 하지만 한계가 있다. 또 정부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이 토지다. 정부의 세수를 생각한다면 중심지의 가치가 높은 토지는 용적률을 최대한 높여야 세금을 많이 걷을 수 있다. 그래서 난개발이 발생하고 기반시설의 부족, 환경오염, 스카이라인 파괴, 교육과 혐오시설의 산재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북한 주민들이 떠올리는 도시는 광장과 주체탑, 김일성 동상일 것 이고, 남한은 초고층 아파트와 빌딩, 혼잡한 도로가 아닐까 한다.”

-통일 후 주택형태는 어떨까.

“북한의 주택현황은 2006년 기준 412∼447만호 정도이며 보급률은 77∼83%다. 남한의 102.2%(2021)보다는 매우 낮은 편이다. 유형별 주거비중을 보면 도시는 연립주택 49.5, 아파트 32.5%, 단독주택 17.2%로 조사되고 있고, 농촌은 단독주택이 59.4%, 연립주택 35.1%, 아파트는 4.2%에 불과하다. 남한의 아파트 비율 64%보다는 매우 낮은 낮다. 평양시내 사진에는 아파트가 즐비하지만 북한은 아직 아파트 위주의 주거는 아니다.

북한은 건설방식도 우리와 다르다. 주로 공장에서 생산해서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장화 건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균질한 품질을 유지할 수 있고, 단기간에 대량공급이 가능하다. 남한은 습식공법으로 현장에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방식으로 건설한다. 최근에는 공기, 공사비 등을 생각해 탈현장공법(OSC, Off-Site Construction)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통일이 된다면 단기간에 많은 주택을 공급해야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탈현장공법이 적용된 공동주택, 아파트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남한과 같은 평면의 아파트를 제공한다면 북한 주민들도 싫어하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권오경 소장이 지난 11일 한미글로벌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장마당세대'인 북한 MZ세대를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조은임 기자

-북한과의 인프라 격차에 대해 우려가 크다. 통일을 대비한 사전작업이 필요한가.

“북한은 경제상항의 악화로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철도의 예를 든다면 시설이 노후화 돼 평균 운행속도가 시간당 15∼50Km 정도다. 우리가 KTX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면 2시간 정도 걸리는데 북한은 같은 거리를 가는데 11시간이 소요된다. 도로, 항만, 항공, 에너지 등 모든 인프라 수준이 매우 열악하다. 통일이 되면 남한보다 더 큰 면적에 인프라를 공급하기 해야하기 때문에 더 많은 자금과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건설산업이 통일을 준비한다면 우선 북한 인프라 건설의 원칙과 방향을 정하고, 현황을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쉽게 말하면 철도를 걷어내고 새로 깔 건지 성능을 개선할건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철도, 도로, 항만, 공항, 에너지 등 인프라별 개발 전략을 구상해서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한반도 전역이 동일한 수준의 인프라, 건설 체계를 갖추기는 어렵다.

“정확히 그렇다. 2019년 국회예산처가 남한에 대한 인프라 투자를 반영해서 북한경제의 운용에 필요한 인프라 9개 분야의 투자 규모를 324조원으로 추계했다. 현재의 물가변동 상황을 반영한다면 2배는 더 소요될 것이다. 비용 이외에도 건설인력, 자재, 장비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지에 대한 상세한 사전계획이 필요히다. 특히, 독일은 서독이 인프라 건설 자금을 부담했지만 우리는 남한 정부가 혼자 부담하기에는 금액이 너무 크다. 자금을 동원하기 위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전문가들은 통일이 되면 한국에 굉장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세상이 복잡해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온난화가 가속화되고, 난데없는 팬더믹에,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 안보갈등에 전쟁까지 발발하고 있다. 한반도의 위험도 그만큼 증대되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 통일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로 통일의 기회도, 혜택도 커진다고 생각하다. 현재 남한은 섬나라에 불과하지만 통일이 되면 한반도는 지정학적 강점을 확보하게 되고, 새로운 동북아의 교류협력 거점으로서 발전할 수 있다. 특히 북·중·러 접경지역의 도시들은 한반도와 대륙연결의 거점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동북아 평화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책에서 OpenAI로 생성한 도시의 모습들을 보여드리고 있는데, 그곳에 제시된 꿈같은 일들이 현실이 될 수 있다. 더욱이 통일은 남한이 봉착하고 있는 대도시 집중 문제, 저출산, 고령화 및 저성장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다.”

-현재 건설업계가 통일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나.

“현재 건설산업에서는 민간은 물론 정부도 거의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 정부기관을 중심으로 건설업계가 모여 ‘건설산업 통일 준비위원회’ 구성하면 좋겠다. 비용도 정부와 참여기업들이 공동으로 부담하면서 지금까지 조사된 북한 건설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인프라별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마스터 플랜, 도시모델을 작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자료를 가지고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영감을 주고, 세계시장에 나가 홍보를 해서 남북한 국민은 물론 세계인들이 한반도 통일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기회가 오면 단기간에 투자도 유치할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

-’토지사유화’는 뾰족한 해법이 있나.

“토지는 통일 시 가장 민감한 문제가 될 것이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북한을 남한에 평화적으로 통합하는 형태의 통일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북한의 현행토지제도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토지소유는 돈과 직결된 문제다. 북한의 주민들도 남한 못지않게 토지소유에 대한 욕망이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은 1958년 농업협동화사업을 완료하면서 토지의 개인소유권은 완전히 사라졌다. 북한의 도시토지는 국유화 되고, 농지는 협동농장 소유로 하는 이원적 구조가 정착됐다. 하지만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겪으며 근로자 세대당 평지기준 30평, 산지는 50평 정도의 텃밭에 대한 경작을 허용했다. 개념적으로 소유권은 정부에 있다고 하지만 자신의 토지를 소유하게된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소출이 시장 경제활동의 기반에 된 것이다.

2009년, 정부가 텃밭을 제외한 산비탈 소토지를 회수하려고 했다가 주민들의 강한 반발로 평당 300원씩 받고 돌려준 적인 있다. 일정한 비용을 지불함으로서 소유권이 더 강해진 것이다. 1958년과 현재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토지 국유화를 유지하는 것이 북한개발에는 매우 유리하지만 남한이 주도하는 통일이 됐다고 북한토지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크나큰 소요가 발생할 것이다. 도시토지도, 농지도 북한주민의 소유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와 사전준비가 필수적이다.”

-통일이 필요하지 않다고 보는 이들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겠나.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에서 수행한 ‘통일의식조사’에 따르면 15년 전 통일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55% 정도였는데 작년에는 43.8%로 낮아졌다. 특히 20∼30대에서 통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크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로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 이번 정부에서 강조하는 북한의 인권문제, 경제문제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공표가 필요하다. 둘째, 통일이 필요하다는 직접적인 교육이 아니라 한반도의 역사에 대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 고조선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야하고, 특히 지정학에 대한 교육을 통해서 통일의 필요성을 자각하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다.”

-통일에 대비해 남한 내의 화합이 선제돼야 한다고 본다.

“통일을 이룬 독일과 한국이 다른 점은 정부의 신뢰문제라고 생각한다. 독일은 초대 총리인 아데나워부터 통일총리인 헬무트 콜까지 흔들림 없는 통일정책을 추진했다. 1949년부터 통일이 되는 1990년까지 4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일관되고 신뢰 있는 정책을 추진한 결과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부마다 통일 정책을 펴 왔지만 북한으로부터 얻어낸 것도, 북한을 변화 시킨 것도 거의 없다는 생각이다. 북한 주민의 삶도, 인권도, 우리 국민의 인식도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진 것은 없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북한이 잘 살수록 통일의 충격은 적어진다는 것이다. 북한의 인권이 신장되면 신장될수록 통일은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진보세력이든, 보수세력이든 북한이 오늘보다 내일 더 잘살 수 있게, 북한의 인권이 조금은 더 개선될 수 있게 노력해야하다. 방법은 정부의 성격에 따라 바뀔 수 있어도 목표는 같아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통일을 바라고, 통일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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