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전원합의체 “공범 재판에서 거짓 증언했다면 위증죄 처벌 가능”... 기존 판례 유지
함께 기소된 피고인들 중 한 사람이 재판 도중 증인 자격으로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했다면 이를 위증죄로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9일 사기 혐의 사건에서 공범이 범행을 지시했다고 허위 증언한 혐의(모해위증)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상고 기각으로 확정했다.

이 사건은 A씨가 공사 현장에서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했음에도 정상적으로 공사를 진행한 것처럼 사진을 조작해 제출하고 고양시청으로부터 공사대금을 받은 사건에서 비롯됐다. 당시 현장 공무부장이던 A씨와 회사 대표 최모씨가 사기 혐의 공범으로 함께 기소됐는데, 재판 도중 변론이 분리된 A씨는 증인 선서를 한 뒤 자신의 범행은 인정하면서도 사진 조작이 대표인 최씨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그러나 법원은 A씨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A씨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최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최씨가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A씨가 허위 증언을 했다며 모해위증 혐의로 별도로 기소했다. 1·2심은 A씨의 위증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법원에서의 쟁점은 피고인이 변론이 분리된 재판에서 증인 자격으로 증언할 경우 위증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은 자신의 방어를 위해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더라도 위증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국가가 범죄를 입증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피고인에게 자기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증인은 법정에서 선서를 한 뒤엔 진실을 말해야 할 의무가 있어 허위 증언을 하면 위증죄가 성립한다. 이 경우 피고인의 지위에서 방어권을 행사하는 것인지, 아니면 증인으로서 진실을 말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인지가 법적으로 논란이 된 것이다.
대법원은 그간 변론이 분리된 피고인이 증인 자격으로 거짓 증언을 했다면 위증죄가 성립한다고 봐왔다. 이날 선고에서도 “증인의 개념과 형사소송법상 증인의 자격에 비춰보면, 법률에 다른 규정이 없는 한 당사자인 피고인을 제외한 제3자는 누구나 증인이 될 수 있다”며 “공범인 공동 피고인이라 하더라도 소송 절차가 분리됐다면 다른 피고인의 소송 절차에선 더 이상 피고인 지위에 있지 않아 증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은 “공범인 공동 피고인을 증인으로 인정할 현실적 필요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마약·전기통신 금융 사기 등 여러 명이 조직적으로 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공범의 진술이 핵심 증거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공범인 공동 피고인에게 진실을 말할 의무를 부과하고, 위증 처벌 경고를 명확히 한 다음 증인신문을 하는 것이 피고인 신문보다 적합하다”고 했다. 피고인 신문은 별도의 증인 선서를 하지 않고, 증언을 거부할 권리도 있다.
다만 오경미 대법관은 이러한 전원합의체 판단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오 대법관은 “소송 절차가 일시적으로 분리된 경우, 공범인 공동 피고인이 자신의 혐의 사실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진술한 부분에 대해서는 증인 적격을 인정할 수 없고, 허위 진술을 했더라도 위증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오 대법관은 “형사소송 절차에서 피고인과 증인은 별개의 지위로 봐야 해, 피고인인 동시에 증인인 경우는 성립할 수 없다”며 “단지 일시적인 소송 절차 분리만으로 공범인 공동 피고인이 온전히 제3자가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 대법관은 “적어도 ‘자신의 혐의 사실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서는 피고인 지위를 실질적으로 유지한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공범인 공동 피고인의 증인 적격에 대해 여러 논의가 계속돼 왔다”며 “현재의 판례 법리는 여전히 타당하다는 점을 확인한 데 의의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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