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일 150조 원전 동맹 결성과 인도·태평양 에너지 안보의 재편
최근 도쿄에서 개최된 제1차 인도·태평양 에너지 안보 장관회의 및 비즈니스 포럼(IPEM)은 글로벌 에너지 지형의 거대한 지각변동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17개국은 약 1,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50조 원에 달하는 매머드급 원자력 협력 구상을 본격화하며 인도·태평양 지역의 에너지 주도권 재편에 나섰다.
이번 협력은 단순히 기술적 교류를 넘어 글로벌 원전 시장을 잠식해 온 중국과 러시아의 원전 패권에 대응하기 위한 민주주의 진영의 전략적 에너지 동맹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과 믈라카 해협 등 주요 해상 수송로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원전은 에너지 자립을 위한 최후의 보루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독보적인 설계 능력과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및 주요 금융 그룹의 거대 자본력이 결합한 이 삼각 동맹은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을 위한 전력 수요 급증에 대응하는 핵심 축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 거대한 설계와 자본의 결합 속에서 이를 실제로 구현해낼 '제조 파트너'가 없다면 동맹의 실효성은 담보될 수 없다.
결국 미국과 일본이 자본과 설계의 결합체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을 실질적인 핵심 파트너로 낙점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명확하다. 제조 공정의 단절을 극복하고 실제 원전을 건설할 수 있는 압도적인 하드웨어 역량이 한국, 그중에서도 두산에너빌리티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 설계는 미국·자본은 일본, 하지만 제조는 결국 대한민국
미국의 설계와 일본의 자본이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원전 시장에서 한국 기술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 과거 미국의 보글 원전 프로젝트가 공정 지연과 천문학적인 비용 상승으로 난항을 겪으며 제조 공급망의 붕괴를 노출한 것과 달리, 한국은 다른 길을 걸어왔다.

대한민국은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프로젝트를 통해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이라는 원전 건설의 성배를 실현하며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확보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공기를 준수하며 4기 총 5,600MW 규모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시작한 경험은 그 어떤 자본력보다 강력한 무기다.
특히 한국형 원전인 APR 1400 모델은 다음과 같은 기술적 완성도를 통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1,400MW급 대용량 가압경수로로서 기존 OPR 1000 대비 안전성과 경제성을 비약적으로 향상했다.

2019년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미국 외 노형으로는 최초이자 최단기간에 설계인증(DC)을 획득하며 최고 수준의 안전성을 입증했다.
설계수명 60년과 가동률 90%를 보장하며 제3세대 원전 중 건설 단가 측면에서 가장 높은 경제적 효율성을 자랑한다.
소재 제작부터 주기기 조립, 최종 출하까지 모든 과정을 단일 사업장에서 수행하는 세계 유일의 원스톱 제조 체계를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독보적인 제조 역량은 설계 기술만을 보유한 웨스팅하우스나 자본 중심의 일본 기업들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한국만의 핵심 우위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추진하는 폴란드, 불가리아 등 글로벌 프로젝트의 주기기 제작 물량은 자연스럽게 두산에너빌리티의 몫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dependency가 형성된 것이다.

▮▮ 대형 원전부터 가스터빈까지, 두산에너빌리티의 전방위적 수주 공습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대형 원전은 물론 AI 시대의 에너지 해법으로 떠오른 가스터빈 분야까지 섭렵하며 전례 없는 수주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체코 두코바니 원전 수주는 대한민국 원전 수출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성과로 평가받는다.
약 5.6조 원 규모에 달하는 체코 원전 주기기 및 터빈 공급 계약은 세부적으로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등 핵심 주기기 물량이 4.9조 원, 터빈과 발전기가 0.7조 원을 차지한다. 이는 유럽 원전 시장의 전략적 거점을 확보했다는 의미를 넘어 중동부 유럽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한 쾌거다.
동시에 북미 시장에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AI 데이터센터 수요를 겨냥한 국산 가스터빈 수출이 본격화되고 있다. 텍사스주에 건설되는 AI 캠퍼스인 페르미 아메리카(Fermi America) 프로젝트는 대규모 전력 수요를 원전과 가스발전으로 해결하려는 시도의 핵심 사례다.

두산은 380MW급 고효율 가스터빈을 통해 가스터빈 종주국인 미국 시장에 깃발을 꽂았으며, 카타르 퍼실리티 E 프로젝트와 사우디아라비아 가스복합발전 수주를 통해 중동 시장에서의 입지 또한 공고히 했다. 대형 원전의 안정성과 가스터빈의 유연성을 결합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두산에너빌리티를 단순한 제조사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인프라의 중추로 격상시켰다.
▮▮ 세계 유일의 SMR 파운드리로 도약하는 기술 패권
미래 에너지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른바 SMR계의 TSMC로 불리는 독점적 지위를 구축했다. 시장의 패러다임이 설계를 넘어 실질적인 생산력 중심으로 이동함에 따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즉시 생산이 가능한 두산의 가치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주요 파트너사인 뉴스케일파워(NuScale)가 미국 테네시주 전력청(TVA)과 체결한 6GW 규모의 SMR 공급 협력은 두산에 있어 거대한 기회다. 이는 77MW급 모듈 78기에 해당하는 분량이며, 시장에서는 올해 안에만 뉴스케일로부터 최소 12기 이상의 SMR 주기기 물량이 발주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TerraPower)가 추진하는 나트륨 냉각 고온 원자로 프로젝트 역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최근 미국 NRC가 테라파워의 상업용 나트륨 원자로 건설을 승인함에 따라 두산의 기술력이 투입된 차세대 원자로의 실전 배치가 가시화되었다.
회사는 엑스-에너지(X-energy)의 Xe-100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여 핵심 소재인 단조품과 모듈 제작을 담당하고 있으며, 선제적 시장 선점을 위해 8,068억 원 규모의 SMR 전용 공장 신축 투자를 단행했다. 이는 수주가 확정되기 전에 소재를 미리 제작하는 과감한 전략으로 글로벌 SMR 공급망의 병목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세계 유일의 공급처로서의 위상을 증명한다.
▮▮ 2026년 이익 성장의 본격화와 에너지 안보 동맹의 미래
두산에너빌리티의 진정한 가치는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시화될 압도적인 재무 성과에서 그 실체가 드러날 전망이다. 연간 13조에서 14조 원에 달하는 수주 가이던스는 이미 현실이 되었으며, 이는 단순한 외형 성장을 넘어 고부가 주기기 중심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6년 두산에너빌리티의 영업이익은 1조 5,24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체코 원전과 대규모 SMR 프로젝트의 매출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시점과 궤를 같이한다. 매출 믹스 개선과 고정비 레버리지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수익성은 과거와 차원이 다른 궤도에 진입할 것으로 분석된다.
결론적으로 두산에너빌리티는 이제 단순한 수주 기업의 틀을 벗어나 한·미·일 원전 삼각동맹을 지탱하는 실질적인 제조 허브이자 에너지 안보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AI 인프라의 전력 공급원부터 탄소 중립 시대의 SMR 파운드리 역할까지, 두산이 보유한 원스톱 제조 체계는 대체 불가능한 국가적 기술 자산이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에너지 수급 안정과 첨단 산업 보호라는 대의명분 속에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위상은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2026년 영업이익 1.5조 원 시대를 여는 것은 두산에너빌리티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패권 국가들 사이에서 진정한 승자로 우뚝 서는 서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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