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소버스 보급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정부와 운수업계, 인프라 기업이 함께하는 대규모 협약을 체결하면서다. 이번 협약은 단순히 친환경 버스 도입을 넘어, 수도권 대중교통의 에너지 전환 방향을 가늠할 척도로 평가된다. 하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충전소 부족’문제가 걸림돌로 꼽힌다.
현대차는 기후에너지환경부, K1 모빌리티 그룹, 하이넷, 한국자동차환경협회와 손잡고 ‘수도권 광역노선 수소버스 도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협약의 핵심은 2030년까지 수도권 광역노선에서 운행 중인 버스 300대를 수소전기버스로 전환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중교통 부문의 탄소 배출을 대폭 줄이는 것이 목표다.
이번 협약에서 현대차는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의 안정적 공급과 함께, 운수업체 정비 인력 교육을 맡는다. 정부는 행정·재정적 지원을 약속했고, 하이넷과 한국자동차환경협회는 수소충전 인프라 구축을 추진한다. 계획만 놓고 보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인 제약은 여전히 뚜렷하다. 현재 수도권에 있는 수소충전소는 40여 곳 수준으로, 상용차 운행을 뒷받침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는 한 번 충전으로 최대 960㎞를 달릴 수 있는 고속형 대형버스다. 장거리 운행이 잦은 광역 노선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가 제한적인 상황에선 이 장점도 무색해진다. 특히 운행 간격이 짧은 광역버스의 특성상, 차량이 대기해야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노선 운영 효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번 협약이 2030년까지 수송부문 온실가스를 2018년 대비 37.8% 감축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대형 운송수단에서 내연기관을 줄이는 것은 환경정책의 핵심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책 목표에 비해 인프라 확충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실과 이상 사이, 수소 인프라의 벽

수소버스의 가장 큰 약점은 충전 인프라다. 현재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상용차용 수소충전소는 손에 꼽힌다. 하이넷이 신규 거점 충전소 구축을 추진 중이지만, 입지 선정과 인허가 절차가 길어 2~3년 내 완성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버스 운행 효율성과 충전 편의성 간 균형이 깨지면, 운수업체는 자연스럽게 전기버스나 CNG(천연가스) 버스 등 다른 대안을 검토하게 된다.
비용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수소버스 1대당 가격은 약 8억 원 수준으로, 전기버스보다 2억~3억 원가량 비싸다. 정부 보조금이 있다고 해도, 차량 교체를 대규모로 추진하기엔 부담이 크다. 여기에 충전소 설치비용도 한 곳당 수십억 원대에 달한다. 민간 기업이 단독으로 투자하기엔 수익성이 낮다.

현대차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협약에서는 단순 차량 공급에 그치지 않고, 수소 인프라와 정비 교육까지 함께 추진하는 구조를 마련했다. 운수업체 K1 모빌리티는 현대차로부터 정비 기술 지원을 받으며 초기 운행 안정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전국 광역버스의 수소전환 경험을 쌓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한편, 일부 지자체에서는 수소버스 확대를 위한 실증사업도 병행 중이다. 인천과 경기 일부 지역은 내년부터 수소버스 운행 노선을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하지만 해당 노선 대부분이 기존 충전소 인근에 집중돼 있어, ‘수도권 전역 확대’라는 목표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버스는 친환경성과 효율성 면에서 미래 대중교통의 방향이 맞지만, 현재의 충전 인프라로는 전국적 보급이 어렵다”며 “정부가 약속한 지원이 실제 예산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친환경 전환, 의지는 충분하지만 기반이 문제

결국 이번 협약은 의지는 충분하지만 실행 기반이 미흡한 시도로 평가된다. 현대차와 정부는 수소 모빌리티 확대라는 장기 목표를 향해 협력의 첫발을 내디뎠다. 그러나 충전소 부족과 초기 비용 부담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이번 계획은 ‘선언적 목표’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수소 인프라 구축에 대한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고, 민간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수소버스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운행 가능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차 역시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의 상품성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운수업체의 부담을 덜 수 있는 리스나 운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친환경 전환이 ‘기업의 책임’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번 협약은 시작일 뿐 완성은 아니다. 수도권 하늘을 달릴 수소버스가 진짜 현실이 되기 위해선, ‘충전할 곳’부터 확보하는 게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