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방을 새로 꾸밀 때 전기레인지 앞에서 한 번쯤 멈칫하게 된다. 기존에 쓰던 뚝배기는 쓸 수 있는지, 알루미늄 냄비는 어떻게 되는지. 그 걱정을 털어놓으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말이 있다. "그럼 하이브리드 사세요. 다 됩니다." 듣는 순간엔 그럴듯하다. 그게 문제다.
하이브리드는 인덕션과 하이라이트가 한 상판에 나란히 붙어 있는 구조다. 빠른 조리엔 인덕션, 뚝배기나 알루미늄 냄비 쓸 땐 하이라이트. 이론상 나무랄 데 없다. 그런데 실제로 써보면 처음 몇 주가 지나면서 하이라이트 쪽에 손이 뜸해진다. 인덕션이 워낙 빠르다 보니, 기다리는 게 슬슬 답답해지는 것이다. 결국 두 구를 다 쓰려고 샀는데 한 구만 쓰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편하다고 했는데 손이 안 가는 하이라이트

하이라이트는 열선이 상판을 달구고, 그 열이 냄비로 전달되는 방식이다. 구조상 물 한 냄비 끓이는 데 인덕션보다 체감상 훨씬 긴 시간이 걸린다. 둘을 나란히 써본 사람이라면 그 차이를 바로 안다.
불을 껐다고 안심하기도 이르다. 열선이 식는 데 시간이 걸려서 불을 줄이거나 꺼도 한동안 조리가 계속된다. 국이나 찌개가 자꾸 넘치는 게 이 때문이다. 넘치면 상판이 금방 지저분해지는데, 조리 직후엔 온도가 400도 가까이 올라 바로 닦을 수도 없다. 15분이 지나도 100도를 웃도는 경우가 많아, 아이나 반려동물이 있는 집이라면 더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다.
용기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 잔열로 조림을 은근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다. 다만 그 장점 때문에 하이브리드를 선택했는데 정작 그 기능을 쓰는 날이 손에 꼽힌다면,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인덕션이라고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인덕션을 쓰다 보면 생각지 못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강화유리 상판은 무거운 물건이 모서리에 떨어지면 예상보다 쉽게 파손된다. 불꽃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느끼며 조절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라면, 숫자로만 화력을 맞춰야 하는 인덕션이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다. 웍을 흔들며 볶는 요리도 인덕션에서는 제약이 있다.
소음도 처음엔 당황스럽다. 조리 중에 냄비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나면 기계 문제인가 싶어 불안해진다. 그런데 대부분의 경우 범인은 기계가 아니라 냄비다. 바닥이 얇고 열확산 디스크가 따로 붙어 있는 냄비일수록 진동이 크고 소리가 세다. 거기다 외국 브랜드를 선택했다면 몇 년 후 부품 수급이 끊겨 수리비가 본체 가격을 뛰어넘는 상황도 드문 일이 아니다. 여름에 에어컨과 함께 쓰다가 차단기가 내려가는 경험을 하는 집도 적지 않다.
냄비 하나 바꿨을 뿐인데 달라지는 것들

인덕션 소음의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바닥이 두껍고 철 성분이 높은 냄비로 바꾸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무쇠는 인덕션과 궁합이 가장 좋은 소재로 꼽힌다. 철 함량이 높아 자기장을 안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열이 고르게 퍼지며, 진동도 눈에 띄게 줄어든다.
실제로 무쇠 냄비를 들이고 나서 인덕션이 갑자기 편해졌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기계가 달라진 게 아니라 그릇이 달라진 것인데,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크다. 인덕션 구매를 고민 중이라면 본체 못지않게 어떤 냄비와 함께 쓸지도 미리 생각해두는 게 좋다.
결국 내 부엌에 맞는 선택이란
인덕션, 하이라이트, 가스레인지 중 누구에게나 맞는 정답은 없다. 불꽃을 직접 보면서 요리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과, 깔끔하게 버튼 하나로 켜고 끄는 걸 선호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출발점이 다르다.
하이브리드를 고려하고 있다면 한 가지만 먼저 솔직하게 물어보자. 하이라이트 구를 일주일에 몇 번이나 쓰게 될까. 그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면, 처음부터 인덕션 단독 구성을 보는 편이 나을 수 있다. 두 기능을 모두 가졌지만 하나만 쓰는 물건은,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게 아니라 상판만 나눠 쓰는 셈이 되고 마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