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경영분석] DB손해보험, 삼성화재와 CSM배수 '초격차' 위기…재무통 영입의 이유
보험업계는 새 회계기준 IFRS17으로 도입된 수익성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높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DB손해보험은 업계 최고 수준의 CSM 배수(신계약CSM/월납환산초회보험료)를 보이며 자본시장 호평을 받았지만 그 시선은 요즘 삼성화재에 쏠리고 있다.
삼성화재가 지난해 3분기 22.3배의 CSM 배수를 내면서 DB손보(18.5배)를 큰 폭 앞질렀기 때문이다. CSM 배수가 높다는 건 같은 보험료를 받아도 판매이익이 더 높단 뜻이다. 2023년 3분기 CSM은 삼성화재가 13조2590억원, DB손보 12조5840억원 규모다.
올해 DB손보는 CSM과 자산운용 양 측면에서 수익성을 거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엿볼 수 있는 인사가 DB생명에서 자산운용을 담당해 '재무통'으로 분류되는 황성배 부사장의 영입이다. DB생명의 운용자산이익률은 황 부사장이 자산운용을 맡았던 2020년 상반기 3.53%에서 2023년 상반기 4.54%로 1%포인트 성장했다. 자산시장 침체에 불구하고 역량을 입증한 결과다.
CSM 확대를 위해서는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뿐 아니라 모든 채널을 '풀가동'한다. DB손보는 신년사를 통해 △CSM 확대를 위한 채널별 성장전략 추진 △회사가치 증대를 위한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 수립 △수익성 관점의 계약∙보상 효율관리 강화 및 사업비 효율체계 재정립을 통한 경쟁우위 확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규사업 추진을 내세웠다.
DB손보 관계자는 "대면채널(PA) 조직체력 성장과 GA채널 철저한 수익성 전제로 적정 MS(시장점유율) 확보할 계획"이라며 "자동차보험의 온라인 매출확대와 오프라인 역신장 최소화의 균형성장을 발판으로 삼성화재를 추격하겠다"고 밝혔다. 일반보험은 손익구조 개선과 수익성 중심 매출 확대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DB손보로선 삼성화재로부터 왕좌 탈환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당기순이익이 우상향 추세에 있다는 점이 희망적이다. 비록 올해는 IFRS17 적용 후 메리츠화재의 약진으로 2위 자리를 내줬지만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1조원을 넘기며 상승 여력이 건재함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자산수익률(ROA)은 3.76%를 기록, 상위 손해보험사 중 메리츠화재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 역시 2019년 이후 지속적으로 우상향하고 있다. 지급여력비율의 경우 금융당국 권고 수준인 150%를 상회하는 214.5%를 유지하고 있어 안정적이다.
여기에 '자산운용 전문성 강화로 구조적 이익 확대'를 명시하며 올 한해 사업방향을 구체화했다. DB손보는 지난해 3분기 괌 태풍과 하와이 산불사고 등 악재를 겪으며 해외 일반보험에서 700억원 규모 손실을 내 당기순이익이 감소했을 뿐 아니라 투자손익도 대거 감소했다. 앞선 사례처럼 일회성요인으로 쉽게 흔들리는 수익구조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신년사에서도 지난해 장기손해율 상승, 대사고, 글로벌경제 변동성 등의 영향으로 일부 목표에 미달했음을 인정하고 외부요인이라도 사전에 프로세스를 개선하고 사후에 더 치밀한 대응을 했다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DB손보는 선도적으로 진출한 해외투자 부문 및 해외지점을 활용한 적극적인 자산운용 전략을 취해왔다. 한국신용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DB손보는 안전자산 비율이 27% 수준으로 보험업계 평균인 36%에 비해 낮게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금융권 우려가 큰 태영건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태영건설 제1차 금융채권자협의회 소집 통보 자료에 따르면 태영건설과 연관된 DB손보의 대출 잔액은 776억원에 불과하며 우발채무로 분류된 액수도 100억원 남짓이라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경쟁사에 비해 현저히 낮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DB손보의 원수보험료 시장점유율은 최근 5년 동안 현대해상에 근소하게 뒤졌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16.3%로 15.4%에 머문 현대해상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DB손보가 2022년 거둬들인 원수보험료는 18조9081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20조126억원을 벌어들인 삼성화재와 2조원 남짓한 차이다.
또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도 꾸준히 20%대를 점유하고 있으며 손해율 역시 손익분기점인 70%대 후반을 유지하며 호시탐탐 삼성화재를 추격하고 있다.
박준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