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병원비, 자식 지원, 경조사, 마지막 준비.” 60대를 넘긴 이들이 꼽는 ‘돈이 절실한 순간’ 네 가지다. 화려한 소비나 과시가 아닌, 선택권과 안전망으로서의 돈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준비가 한국 고령층에게는 요원한 과제가 되고 있다. 2024년 기준 노인빈곤율은 35.9%로 여전히 OECD 평균(14.2%)의 2.5배에 달한다.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를 맞이한 지금, 고령층의 경제적 현실은 단순한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생존을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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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3분기 기준 65세 이상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110만원대다. 국민연금 평균 수령액이 50만원대에 불과한 상황에서, 고령층은 연금만으로 생활이 불가능하다.
실제로 2026년 1월 고용보험 신규 가입자 26만 3,000명 중 60세 이상이 20만 9,000명(79.4%)을 차지했다. 전체 고용 증가를 고령층이 주도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이다. 정부 직접일자리사업 중 노인일자리사업은 대부분 주 15시간 미만 근무로 월 20만원대 수당에 그친다. 고용보험 가입조차 안 되는 일자리가 태반이다.
경제 전문가들은 “60대 이상의 노동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는 단순 생계 유지를 위한 ‘생존 노동'”이라고 지적한다. 연금 개혁 없이는 고령층이 80세까지 일해야 하는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네 가지 순간의 실제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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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이 지적한 네 가지 순간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첫째, 예기치 않은 병원비다. 건강보험이 있어도 본인 부담금은 중증 질환 발생 시 수백만원을 넘는다.
65세 이상 의료비 부담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월 110만원 소득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
둘째, 자식 지원이다. 청년 실업, 주거비 부담이 심화되면서 부모 세대의 경제적 지원 요구가 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의 노후 자금도 부족한 고령층은 ‘도와주고 싶어도 못 도와주는’ 딜레마에 빠진다.
셋째, 인간관계 유지 비용이다. 경조사, 모임, 여행 등 최소한의 사회 활동에도 월 수십만원이 소요되지만,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관계가 단절된다. 넷째, 장례 및 정리 비용이다. 장례 비용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준비되지 않으면 남은 가족의 부담이 된다.
돌봄 시스템 전환이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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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단순 복지 확대가 아닌 시스템 전환을 강조한다. 연세대 인구와 인재 연구원장은 “경제 활동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장치로서 돌봄 시스템의 근본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전문 돌봄 인력은 1인당 200~500명을 담당할 정도로 부족하다.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인력 활용, 중장기적으로는 AI·로봇 기술 도입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한국은행이 실버경제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내 실버산업 규모는 2020년 72.8조원에서 2030년 168조원으로 연평균 13% 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급격한 고령화로 정부의 의료비·연금 지출이 증가하면 국채금리 상승과 경제 성장 둔화라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중증 고령자는 전문 인프라가, 그 이전 단계는 가족 중심 케어가 분담하는 공적·사적 시스템의 균형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60대가 말하는 ‘돈이 필요한 네 순간’은 개인의 대비 부족이 아니라 사회 안전망의 부재를 보여준다. 월 110만원으로 병원비, 자식 지원, 인간관계, 마지막 준비를 모두 감당하기란 불가능하다.
고령층이 존엄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 전환 없이는, ‘생존 노동’의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