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만의 대목이냐…아웃렛 추석날 문 열고 마트는 초저가 경쟁
오프라인 유통업체 생존 몸부림
# “추석은 대목이잖아요. 우리 매장은 아르바이트생까지 출근하기로 했어요.” 10일 경기도 시흥시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아웃렛)의 한 의류매장 점주는 올 추석 당일 영업 계획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그는 “주말에는 보통 평일의 5배 수준으로 손님이 몰리는데, 이번 추석은 연휴도 길어 더 많이 오실 것 같다”며 “다른 매장들도 직원 대신 점주들이 나서서 매장을 운영하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는 최근 늦여름 효자상품인 꽃게를 두고 유례없는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 꽃게는 대형마트의 매출을 담당하는 인기 상품이다. 지난달 21일만 해도 대형마트 3사의 꽃게 가격은 100g당 890원~990원 선이었다. 그런데 24일 이마트가 880원으로 가격을 낮추면서 ‘최저가’ 경쟁에 불을 붙였다. 29일에는 롯데마트가 871원으로 맞불을 놨고, 이후에도 4~5번에 걸쳐 가격을 내리면서 31일에는 792원(이마트)까지 떨어졌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꽃게 가격을 두고 가격 경쟁을 벌이는 건 이례적”이라며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어떻게든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추석 명절을 앞둔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등에 빼앗긴 소비자 잡기에 본격 나서고 있다. 과거와 달리 명절 당일 문을 열거나, 인기 상품의 가격을 끌어 내려 눈길 끌기에 나서고 있다. 최근 국내 업체는 물론 중국 이커머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경기 침체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물가 상승세는 둔화하고 있지만 임금 등 실질구매력이 하락하고 있어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는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일시적이었던 보복소비조차 사라지니 유통업체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아울렛은 추석 당일인 17일에도 전국의 모든 지점이 문을 연다. 롯데아울렛은 프리미엄 아울렛 전 지점·일부 아웃렛 점포가 17일 영업을 하기로 했다. 도심 점포보다는 의왕·이천·동부산 등 교외 점포를 중심으로 문을 열어 추석 나들이객을 잡겠다는 심산이다. 신세계·롯데아울렛이 명절 당일 문을 여는 건 각각 2007년, 2008년 개점 이래 처음이다. 신세계아울렛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명절 연휴 교외 나들이 고객이 늘어나고 있는 트렌드에 맞춰 추석에도 영업을 결정했다”며 “사전 조사에서 점주 과반이 동의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마트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5% 줄어 3조8392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실적에서는 영업손실이 줄었지만, 대형마트 부문의 적자 폭은 약 50억원 늘어났다. 롯데마트 역시 2분기 매출은 1조46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줄었다. 영업손실은 162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0억원 증가했다. 홈플러스 또한 지난해 영업손실이 1994억원에 달한다. 편의점 업계 1·2위인 GS25와 CU의 2분기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5%, 2.8% 감소했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의 경우 수익성이 낮은 점포는 순차적으로 폐점을 계획하고 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업계 내에서도 성장 여력에 대한 의문이 큰 상태”라며 “해외 진출 등 사업 다각화도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내수가 살아나는 게 유일한 해법”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추석과 10월 초 황금연휴 기간의 매출 특수가 3분기 유통업계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본다.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인 내수 소비 회복은 연내 이뤄지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은 9일 “수출 호조에도 소매판매, 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져 내수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현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3분기 중 가장 매출 비중이 크고, 추석 영향을 받는 9월 실적이 3분기 유통업종 실적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도 “본격적인 소비심리 개선과 내수경기 회복 시그널은 내년께야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내다봤다.
오유진 기자 oh.y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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