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만세운동 중심 '동해 송정 기념비' 타지역 이전 후 방치 '얼 선양' 실종

1919년 영동남부권 3·1만세운동의 중심역할을 했던 동해 송정지역 학생 독립운동가들의 애국정신을 드 높이고 후대에 전하기 위해 설치됐던 기념비가 안내·표지판 하나 없이 아무 연관이 없는 지역으로 수차례 옮겨 다니며 방치되는 등 수난을 겪고 있어 항일독립운동의 뜻과 정신을 계승할 제대로 된 관리를 통한 선양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동해지역 역사문화계와 송정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1919년 4월 17일 송정보통학교 학생 50여명이 외친 만세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동해문화원이 지난 1990년 9월 30일 옛 송정담안(현 동해항 국제여객터미널 근처)에 김시래 전동해문화원장의 글, 민병두 서예가의 글씨로 ‘3·1만세기념비’를 제작, 설치했다.
이후 동해항 개항으로 송정동 해안가 일대에 항만 건설공사가 진행되면서 설 자리가 없어지자 시는 지난 1997년 3·1만세기념비를, 송정지역의 다른 비석들과 함께 시유지인 천곡동 냉천공원으로 임시 이전했다.
그러던 중 지난 2018년쯤 송정초등학교 동문들의 ‘송정초등학교가 송정보통학교의 후신’이라는 주장에 따라 시는 3·1만세기념비를 현재 송정동 1058에 위치한 송정초등학교 교정으로 옮겨 설치했다.

그러나 만세운동을 주도했던 3인 중 한 분인 홍학현 지사의 후손 등 송정지역 주민들이 “송정보통학교의 후신은 북평초등학교인데다, 학교 안에 있으면 많은 시민들이 못 본다”는 의견을 전달하면서 시는 지는 지난 2022년 4월 기념비를 천곡동 냉천공원으로 다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3·1만세운동을 제대로 기록·계승하지 않아 기념비가 올바른 곳에 있지 않고 떠돌아다닌데다 현재도 독립운동의 내용을 설명하는 표지판 하나 없이 열녀비 등 다른 비석들과 함께 방치된 모습으로 설치돼 있어 선열의 애국정신을 왜곡·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2021년 8월 25일 광복회 강원도지부와 함께 북평초등학교에 학생독립운동 기념 입간판을 설치, 송정보통학교 학생들의 3·1만세운동을 기념하며, 독립운동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100년을 설계할 진취적인 후손들이 역사를 돌아보길 바라는 제막식 행사를 펼칠 정도로 송정지역 3·1만세운동의 중요성을 확인한 바 있다.
‘동해시사’ 등 사료에 따르면 당시 영동남부권의 1919년 3·1만세운동은 삼척보통학교와 송정보통학교에서 일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동해시 효가동 출신으로 삼척보통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에 유학중이던 김순하 학생이 신발 밑에 숨겨온 독립선언서 2장을 삼척·송정보통학교에 잇따라 전달해, 삼척의 4월 15일에 이어 송정보통학교는 4월 17일 김진수·주하영·홍학현 학생 등 50여명이 운동장에 뛰쳐나와 태극기를 흔들며 독립만세를 외치는 등 항일투쟁을 했다. 이 일로 학생들은 일제 헌병들에 잡혀가 모진 고문을 당했다.
송정보통학교는 지난 1918년 4월 인가된 후 명동·보명학교를 통합, 당시 삼척군 북삼면 송정리 39번지에 설립돼 5월에 개교, 1년후인 1919년 4월 전교생이 참여한 대한독립 만세운동을 전개했다.
이 후 1920년 8월 현재 북평동 25-6번지로 이전, 1938년 북평공립심상소학교, 1945년 북평국민학교, 1996년 북평초등학교로 개칭해 현재에 이르고 있으며 올해 3월 104회 졸업생을 배출한다.

3·1만세기념비가 일정기간 이전돼 있던 현재 송정동 1058의 송정초등학교는 1938년 4월에 개교했기 때문에 1919년에 일어난 3·1만세운동과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흥우 사진작가(송정동 거주)는 “3·1만세운동이 벌어진 역사적인 현장에 독립운동의 사적을 조명하고 애국정신을 기리기 위한 기념비를 세웠으면, 역사적인 사료를 명확히 수집해 제대로 관리해야 한다”며 “이리저리 옮겨 다니게 하지 말고 북평초등학교와 협의해 의미있는 자리에 설치해 기념비와 표지판을 통합 관리하고 선양사업을 펼쳐, 정신과 유물을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동해시 관계자는 “동해항 2단계 건설사업 때 도로건설 부지에 기념비가 포함돼 있어 다른 비석들과 함께 냉천공원으로 이전해 왔는데, 송정보통학교에서 일어난 3·1만세운동에 대한 사료를 정확히 확인하지 못하고 일부 주민들의 주장에 우왕좌왕한 사실이 있다”며 “앞으로 관련 기관·단체나 후손들이 요구할 경우 명확한 역사적 사실 검토를 통해 전시할 곳을 선정해 설치하고 선양사업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전인수 jintru@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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