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인간만은 공격안한다는 범고래의 진실

이 영상을 보라. 덩치 큰 범고래가 사람들 앞에서 한껏 재롱을 부리는 모습인데 이 귀여운 녀석들이 사실은 바다 생태계 최강의 포식자다. 그런데 온라인에선 이 범고래가 유독 인간을 만나면 공격하지 않는 습성이 있다는 얘기가 떠돌고 있다. 유튜브 댓글로 “범고래는 인간을 절대 공격하지 않는다던데,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해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범고래가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건 과학적 근거가 없는 낭설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해외에서는 범고래를 Killer whale, 말 그대로 ‘킬러 고래’로 불린다. 최대 몸길이 10m에 무게는 10t까지 자라는 이 범고래들은 뛰어난 피지컬에 비인간 인격체라고 불릴 정도의 지능이 더해져 바다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다. 심지어 이 뛰어난 스펙도 모자라 무리 생활까지 하니 바다에선 당해낼 생명체가 없다. 범고래가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 거의 바다의 조직폭력배 수준인데 먹이로 사냥을 하는 다른 동물들과 달리 재미를 위해서 이처럼 거북이로 공놀이를 하고, 물개를 던지기며 괴롭히기도 한다.

이런 범고래가 정말 인간만은 절대 공격하지 않는 게 사실일까? 고래박사로 잘 알려진 국립수산과학원 손호선 박사님께 왜 범고래는 인간을 공격하지 않고, 우호적인지 여쭤보았더니 의외의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손호선 박사
"우호적이라.. 일단 우호적이라고 하는 이유에 대해 들은 게 있으세요? 수족관에서 갇혀 있는 고래가 사람을 공격한 사례는 꽤 있고요. 배고플 때만 공격을 하지. 그리고 새끼를 데리고 있는데 새끼가 연약하기 때문에 예민해져서 공격을 하기도..."

박사님은 범고래도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정말정말 배가 고프거나, 자신에게 해가 가거나, 아니면 예민할 경우 인간을 공격할 수 있고 그런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범고래가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이유라는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 고래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국립수산과학원 산하 고래연구센터에서도 비슷한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범고래가 인간을 공격하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뉴스 등의 사건을 통해 야생의 범고래는 사람을 공격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했지만, "1910 Terra Nova" 사건을 통해 범고래가 사람을 먹이로 착각했을 때는 공격을 한 적이 있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그럼 이런 범고래가 인간에 우호적이란 설은 어떻게 퍼진 걸까. 여러 추측이 있지만, 크게 네 가지 이유로 정리할 수 있다. ①먼저, 좀 많이 황당한 범고래 트라우마설(...)이 있는데 과거 로마 함대가 범고래를 학살했던 사건이 있고, 이 이후 범고래의 언어로 인간을 건드리면 큰일난다는 게 전해져서 범고래가 인간에 대한 트라우마로 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게 주요내용이다.

②두번째는 먹이학습설이다. 범고래는 부모가 가르친 정해진 먹이만 사냥해서 먹어서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거다. 이것도 반박 가능한데 범고래의 위장에서 개, 사슴, 말 등을 먹어치운 증거가 발견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③세 번째는 인간혐오설인데, 인간에게 범고래가 싫어할 특정 냄새나 외형적 요인이 있다는 추측이다. 마치 우리가 바퀴벌레를 싫어하는 것처럼 말이다. ④마지막 네번째는 인간우호설이다. 우리가 고양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고양이가 인간 아기 외모의 특성과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범고래도 마찬가지로 인간이 범고래의 새끼처럼 보인다거나 어떤 알 수 없는 이유로 인간을 ‘그냥’ 귀엽게 여길 수 있다는 추측이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 손호선 박사
"범고래가 사람한테 유일하게 우호적이다. 늘 우호적이라든가 이런 말은 거의 답을 할 수 없는 영역이라고 봐요. 그렇게 사람을 잘 따르는 개도 예민할 때는 공격을 하잖아요. 범고래가 사람이랑 환경 자체가 겹치거나 네 서로 갈등하는 부분이 거의 없잖아요. 나랑 관계없으면 무관심한 게 당연한 거다.”

정리하면, 범고래만 유일하게 인간에게 우호적이라는 소문 자체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다른 동물도 사실 인간을 공격하는 사례가 많지는 않다고 한다. 정말인지 살펴보니 영화 죠스로 인간을 공포에 떨게한 상어도 실제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보고된 것은 전세계에서 연간 10명 이하라고 한다. 이 수치는 우리에게 친숙한 개가 연간 2만 5천 명의 사망자를 낸 것과 비교하면 2500분의 1도 안된다.

범고래가 인간을 공격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러 영상이 올라오고 있지만 모든 영상에서 추측으로 끝나는 이유는 사실 범고래가 그리 특별하진 않은, 다른 동물들과 그리 다르지 않은 동물인데, 우리가 너무 인간의 눈으로만 본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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