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가을 국내 유통업계의 시선은 지난달 베트남에 현지 최대규모의 복합쇼핑몰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정식 개관한 롯데쇼핑에 쏠려 있었다.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롯데가 베트남에서 '유통 공룡'으로 거듭났음을 상징하는, 축구장 50개 면적의 대규모 프로젝트다. 백화점을 비롯해 마트·호텔·월드·시네마 등 계열사들의 역량이 총동원돼 서울 잠실이나 부산 못지않은 ‘롯데타운’의 위용을 자랑한다. 롯데마트의 주류전문점 ‘보틀벙커’도 이 대열에 합류해 해외 첫 매장을 냈다. 하노이 매장은 230평 규모로 400평인 잠실 1호점보다 작지만, 현지 주류 매장 가운데선 가장 크다. 주력 제품인 와인을 비롯해 위스키 등 증류주, 한국과 베트남 전통주 등 다양한 구색을 갖췄다.
최근 문을 연 서울역점을 포함해 전국에 4개의 매장을 가진 보틀벙커는 한국에서도 만 3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브랜드다. 국내 주류 시장이 다양성과 취향의 시대로 접어들었고 특히 코로나19 기간 와인 열풍이 불면서 보틀벙커는 부진한 오프라인 롯데마트의 매출 성장세를 이끈 단비 같은 존재로 떠올랐다. 하지만 베트남은 지난해 기준 국내 총 생산(GDP)이 4163달러(약 550만원)으로 한국의 8분의1 수준에 불과한 시장이다. 게다가 와인은 구매력이 높은 선진국 시장 파워가 압도적으로 큰 대표적인 소비재다. 롯데마트는 베트남 주류시장에서 어떤 기회를 본 걸까. 향후 수익성은 있는 걸까? 보틀벙커 하노이점 오픈을 진두지휘한 롯데마트 주류부문장 강혜원 상무를 지난달 하노이 매장에서 만났다.

-베트남 경제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인 건 맞지만 와인 중심의 대형 주류 편집 매장이 들어서기엔 시기가 다소 이르다는 느낌도 있다.
=보틀벙커 단독으로 진출하는 것이었다면 하노이에 매장을 내는 것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이번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프로젝트를 준비하면서 한국 시장에서 반응이 좋았던 보틀벙커가 입점하기로 결정이 됐고, 그때부터 베트남 시장 분석을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베트남 와인 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
한국 와인 시장 규모는 2조원이 좀 넘는다. 베트남 와인 시장 규모는 한국의 40% 정도 된다. 베트남 GDP가 한국의 8분의1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베트남 사람들은 소득에 비해 와인을 꽤 많이 마시고 있는 셈이다.
이는 과거 프랑스 식민 지배를 받은 영향이다. 베트남 사람들에겐 기본적으로 와인을 마시는 문화가 낯설지 않다. 명절 선물도 한우, 과일 등이 중심인 우리나라와 달리 와인, 위스키 등 서양 술을 주고 받는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다. 최근 경제 성장하면서 ‘영 앤 리치’를 표방하는 MZ세대 사이에서도 와인과 위스키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베트남은 제국주의 시절 63년 동안이나 프랑스 지배를 받았다. 와인을 마시는 문화가 낯설지 않다면, 현지에서 대형 와인샵으로 보틀벙커가 처음 들어섰다는 점이 신기하다.
=그럼에도 아직 와인 시장이 산업화되지는 않았다. 프랑스 식민지 시기에 자리를 잡은 프랑스인들이 소규모로 와인을 수입하고, 작은 규모의 샵을 통해 수입사가 직판하는 것이 일반적인 영업 활동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에서 보틀벙커의 기회를 봤다. 베트남 현지의 와인샵들은 수입사에서 운영하는 곳들이 대부분이어서 자사의 와인만 판매하기 때문에 와인의 다양성이 부족하다. 와인 매니아 입장에서는 구색이 부족하고, 쇼핑을 하기엔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보틀벙커에 오면 전 세계의 모든 와인을 비롯해 다양한 술들이 다 깔려 있다. 베트남엔 없는 컨셉이다. 차별화 요소가 분명하기 때문에 하노이 부촌의 소비자들이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원래 쇼핑몰이라는 것이 특별히 무언가 필요하지 않아도 돌아다니고 구경하러 가는 곳 아닌가. 럭셔리 브랜드들의 패션 아이템은 가격이 비싸고, 자주 사는 아이템이 아니다. 하지만 보틀벙커의 주류는 가격대가 다양하고 자주 구매할 수 있어 지속적으로 쇼핑몰을 찾을 수 있게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로 프랑스인들인 베트남의 와인 비즈니스 종사자들이 한국의 대기업인 롯데의 보틀벙커 하노이점을 경계했을 것 같기도 하다.
=잠재적 경쟁자라고 생각해 충분히 경계할 만한데 의외로 현지 수입사들이 보틀벙커 론칭을 적극적으로 도와줬다. 이분들도 베트남 와인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사업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일단 시장 규모가 커야 한다며 환영하는 분위기였다. 주로 “고객들이 와인을 쉽게 접할 수 있는 접점이 많아져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롯데가 앞장서주면 ‘땡큐’"라는 반응이었다. 실제로 지난 5월 싱가폴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와인박람회인 비넥스포 아시아에서도 유럽의 네고시앙(중간 판매자)들이 아시아 중에선 베트남 시장을 눈여겨 보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터라 베트남 와인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라 꽌시(비즈니스 관계를 위한 접대) 문화가 굉장하다고 들었다. 보틀벙커도 이 시장을 노렸나.
=선물 시장의 규모를 정확하게 수치로 알지 못하지만 ‘꽌시용’ 와인 선물 시장이 상당히 큰 건 맞다. 선물이니까 겉으로 보여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또 무엇보다 ‘진품’이라는 믿음을 주는 것이 구매의 결정적인 요소다. 그래서 우리는 “롯데=믿을 수 있는 기업”이라는 신뢰감을 강조할 예정이다. 구매한 와인이 진품인지 아닌지 의심이 존재하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는 와인을 판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면서 이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진품과 가품을 구분하려면 수입된 경로를 엄격하게 봐야 한다. 롯데마트는 베트남에서도 그 프로세스를 가장 잘 구축한 회사다. 그런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도 우리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하노이 매장에 한국 전통주 코너를 크게 따로 만든 것이 인상적이다.
=요즘 K콘텐츠가 워낙 인기이지 않나. 일부로 K술 코너를 강화했다. 사케나 중국술보다 한국술 코너를 더 크게 만들었고 콘텐츠도 풍부하게 만들기 위해 신경을 많이 썼다. 제품을 단순히 진열하는 것을 떠나 콘텐츠화하는데 중점을 뒀다. 약주란 무엇인가, 막걸리란 무엇인가 등 우리 술에 대해 베트남어와 영어로 설명하고, 원소주나 토끼소주 등 트렌디한 전통주를 소개하는 코너도 따로 마련했다. 한국 전통주 섹션 바로 옆에는 베트남 전통주를 소개하는 코너를 뒀다. 하노이 현지 고객 뿐만 아니라 하노이를 찾는 외국인들도 한국과 베트남 전통주를 다채로운 와인, 증류주와 함께 알아갈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한다.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의 K술 업체들이 많다. 이는 국세청이나 농식품부의 주 관심사이기도 하다. 이들이 보틀벙커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당연히 보틀벙커가 향후 한국의 전통주 업체들에게 동남아 시장 진출 교두보가 되었으면 한다. 기본적으로 술마시는 문화가 발달해 있는 나라는 다양한 주종 확장 가능성이 크다. 베트남의 맥주 소비량은 전 세계 상위권이다. 맥주를 마시는 고객들이 얼마든지 다양한 술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고 막걸리 등 우리 전통주도 그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현지 한국문화원과 협업해서 하노이 매장에서 전통주 클래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우리 전통주 업체들에게 하노이 보틀벙커 매장 고객들의 반응이 바로미터가 되었으면 좋겠고, 또 입점을 언제나 환영한다고 전하고 싶다.
-하노이 외에 또 해외 진출 계획이 있나.
=사실 당장 베트남에서 2호점 3호점을 내겠다는 계획은 없다. 지금 중요한 건 확장이 아니라 이 매장에서 배운 노하우와 데이터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베트남의 롯데마트에서 주류 카테고리를 확충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성장하는 베트남의 주류 시장을 롯데가 선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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