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속이 거대한 쓰레기장? [창+]
[시사기획창 '죽음의바당2, 덫' 중에서]
국토 최남단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150km
우리나라 최초의 해양과학기지가 있는 이어도 인근 해상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단 두 척, 해경에서 가장 큰 경비함정인 5,000톤급 이청호함이 경계 태세에 나섰습니다.
망망대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해경 대원들과 경비함정을 타고 현장으로 향했습니다.
인근에선 남해어업관리단과 폐어구를 처리하는 민간 수거선이 거대한 닻과 그물 잔해를 치우고 있습니다.
배에 올라가자 버려진 그물과 어구가 가득합니다.
길이가 최대 1킬로미터에 이르는 초대형 어구.
중국어선이 설치한 바닷속의 덫, 범장망입니다.
우리나라 안강망과 비슷한 어구로, 조류가 빠른 곳에 큰 주머니 모양의 그물을 설치해 조류의 힘으로 물고기를 잡습니다.
<인터뷰> 노병식/수거선 기관장
(기자: 이 범장망이 얼마나 위험한가요?)
우리 그물은 한 200미터밖에 안 되는데 이 범장망은 한 600미터, 1,000미터 가까이 돼요. 어마어마한 2km 반경을 하고 있어요. 엄청나게 위험한 그물이에요. 조류에 안 밀려나게끔 이 닻을 놓고 그물을 아귀가 딱 벌리게끔 고정을 시키는 거예요. 이거 한 12톤가량의 무게를 잡고 범장망을 고정하거든요.
해경이 주변을 호위하는 동안 범장망 수거 작전이 시작됩니다.
서서히 올라오는 엄청난 양의 그물.
그물코가 작고 촘촘해 우리 배타적경제수역에서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인터뷰> 유인근/수거선 선장
그물이 끝 자루가 크면 고기가 작은 치어들이 흘러 내려가는데, 중국 어선들은 끝 자루가 작다 보니까 새우 한 마리까지도 작은 치어까지도 전체 싹쓸이를 한 모습입니다.
반나절 간 수거한 범장망을 크레인을 동원해 올리는 데만 또 몇 시간.
항구 한편이 그물로 가득 찼습니다.
특히 닻을 옮기는 작업은 위험합니다.
하나씩 로프에 걸어 옮겨야 합니다.
수거·처리에 드는 돈만 수억 원.
하지만 오늘 수거하지 않았다면 바다에 가라앉아 죽음을 부르는 초대형 덫이 되었을 겁니다.
<인터뷰> 유인근/수거선 선장
저희는 배 한 척이 5통을 어구를 물에 내려놓는데 중국어선은 한 척이 삼십 통씩 어구를 갖다 놓고, 고기가 오는 길목을 전체 차단하면서 작은 치어까지 잡기 때문에 고기가 우리나라 연근으로 올 수 없는 상황이 되어 있습니다.
<인터뷰> 정경근/서귀포해경 5002함 해양팀장
해상 투하 시 썩지 않는 그런 특성과 그물이 굉장히 촘촘해서 앵커줄이 굉장히 두꺼운 관계로 지나가는 상선과 어선들의 스크루에 걸렸을 시 기관 고장과 큰 해양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아주 위험한 해상 장애물입니다.
부산 앞바다를 가르는 거대한 선박
국내에서 처음 제작된 6천 톤급 물리 탐사 연구선, 탐해 3호입니다.
극지와 국내외 해저 자원 탐사를 위해 1,800억 원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4m 높이의 파도에도 안정적으로 운항할 수 있는 바다 위 첨단 연구소.
지난 6월 서해 지질 과학 조사를 위해 부산에서 처음 닻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서해에 있어야 할 탐해 3호가 제주 앞바다에 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바닷속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선박의 동력 장치인 거대한 스크루를 폐어구가 칭칭 감싸고 있습니다.
최첨단 선박도 이 덫을 피해 갈 수 없었습니다.
<인터뷰> 김남영/잠수부
스크루가 일단 커서 위험 부담을 많이 느꼈고요. 처음에 가보니까 스크루 목에 엄청나게 그물이 많이 뭉쳐있더라고요. 그물뿐만 아니라 굵은 밧줄까지도 같이 있어서 해체 작업을 칼로 하는데 매우 힘들었던 것 같아요.
해양환경공단 수거선이 현장에 긴급 투입됐습니다.
건지고 수거하는 데만 1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수거된 폐어구는 모두 3톤이 넘었습니다.
관련방송 : 2024년 9월 24일 (화) 밤 10시 KBS 1TV <시사기획 창 – 죽음의 바당 2부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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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준영 기자 (mj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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