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한 판 더"…무인 인형뽑기방 사행성 무방비
간편결제 확산 지출 감각도 무뎌져
확률 소비…더 강한 자극 찾아 위험
"도박처럼 중독될 수도 경각심 필요"

"한 판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순식간에 돈이 빠져나가요."
23일 오후 광주 동구 충장로의 한 인형뽑기방. 집게가 인형을 들어 올리자 잠깐 환호가 터졌지만, 힘이 빠진 듯 인형이 미끄러져 떨어졌다. 교환기에서 나온 지폐는 연달아 투입구로 빨려 들어갔고, 뒤에 선 친구들은 "조금만 더"라며 다음 판을 재촉했다.
문제는 이 '한 판 더'가 가벼운 오락에서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연에 기대는 확률형 소비가 '놀이'로 포장돼 청소년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특히 카드·간편결제가 확산되면서 현금을 손에 쥐고 쓰던 때보다 지출 통제가 느슨해지기 쉽다는 우려도 크다. 현장에서 만난 10대 강모 씨는 "한 번만 해보려다 벌써 2만원 넘게 쓴 것 같다"며 "이번엔 될 것 같아서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업소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이날 기준 광주 지역 청소년게임제공업장(인형뽑기방·오락실 등)은 119곳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지난해 새로 문을 연 곳만 26곳이다. 전국적으로도 지난해 신규 청소년게임제공업장은 1천555곳으로, 2024년(820곳)의 두 배에 육박했다.
업계는 키덜트 문화 확산과 성인 소비층 증가, 무인·소규모 인력 운영이 가능한 구조 등을 확산 배경으로 든다.
하지만 매장이 늘어나는 속도만큼 청소년 보호 장치가 촘촘해졌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인형뽑기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적용을 받는 전체이용가 게임물로, 법률상 '도박'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사행성 논란이 반복되는 이유는 우연성에 기대는 구조, 보상의 불확실성을 전제로 한 반복 결제, 실패가 쌓일수록 '이번엔 된다'는 심리가 커지는 흐름이 도박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도박 예방·치유 전문기관인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도 학교 가정통신문 등을 통해 인형뽑기의 중독 가능성을 경고한 바 있다. 치유원은 "법률상 도박은 아니지만 우연성, 보상의 불확실성, 간헐적 보상 구조 등 사행적 요소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이 일상적으로 드나드는 공간에서 '확률 기반 소비'가 습관처럼 반복될 경우 더 강한 자극을 찾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다. 여기에 무인 운영 매장이 늘면서 야간 시간대 청소년 출입 관리가 사실상 어려운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가벼운 놀이로 방치될수록 인형뽑기방이 청소년에게 가장 손쉬운 사행성 학습장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업소 급증 현실에 맞춘 점검·관리 강화는 물론, 결제 방식과 이용 행태까지 포함한 실효성 있는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청소년 사행성 관련 연구를 진행한 신현주 가톨릭관동대학교 교수는 "소액이라도 우연에 기대는 경험이 반복되면 도박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낮아질 수 있다"며 "가정과 학교의 관심, 제도적 관리가 함께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건우 기자 pgw@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