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BC MBC에서 날씨 전했던 '1호 기상캐스터' 김동완 전 기상통보관 별세
기상청 소속 신분으로 1970년대 TBC에서 방송 시작해
1982년 MBC로 옮겨가 펜으로 그림 그리며 날씨 전해
어려운 날씨 통보문에 생활 밀착형 이야기 추가해 설명
[미디어오늘 박서연 기자]
“제가 항상 후배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했다. 기상전문가는 날씨를 전해주는 것이 아니고 날씨를 해설을 해줘야 한다. 기상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날씨를 방송하는 사람은 전달자에 지나지 않지만, 기상전문가는 전달자가 아니라 해설자가 돼야 한다.”
한국 제1호 기상캐스터로 활약한 김동완 전 기상청 기상통보관이 15일 오전 5시께 향년 8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는 어려운 날씨 통보문에 생활 밀착형 이야기를 추가해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려가며 날씨를 설명해주는 친절한 기상통보관이라고 평가받아왔다.
1935년생인 김동완 전 기상통보관은 경북 김천에서 태어나 대구공고를 졸업했다. 대구공고 졸업 후 1958년 12월 수학 교수가 되려고 상경해 서울대 사범대 원서를 내러 가는 길에 우연히 국립중앙관상대 국립기상기술원 양성생 모집 공고를 보고 응시해 15대1의 경쟁률을 뚫고 합격했다.
김동완 전 기상통보관은 2013년 EBS교양 유튜브채널 '시대의 초상'에 출연해 “1958년 12월26일에 서울에 올라왔다. 그날은 겨울 날씨답지 않게 아주 포근한 날씨였다. 제가 평소에 교사가 꿈이었다. 그래서 사범대학을 가려고 서울에 원서를 살 겸해서 서울에 올라오던 길이었다. 기차 칸에서 신문을 봤는데 국립중앙관상대 직원 모집 요강이 났더라고요. 그걸 보니까 여기 한번 시험을 쳐서 합격이 될 정도면 대학교 갈 수 있는 실력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래서 내 실력을 가늠해보기 위해서 시험을 쳤다. 그랬는데 합격이 된 거죠”라고 말했다.
이어 김 전 기상통보관은 “그때 취직하기 대단히 어려운 시절이다. 58년도 59년도 초, 어디 취직할 때가 있나. 공무원 아니면 학교 선생 극소수의 은행원 그 정도가 전부다. 오늘날과 같은 삼성이 있어요? 대우가 있어요?”라고 물었다.
김 전 기상통보관은 “1965년으로 생각이 되는데, 보다 신속 정확하게 방송하기 위해서는 기상청의 직원으로 하여금 직접 방송하는 것이 옳다. 방송국에서 그렇게 바뀌었다. 각 방송국에서 직통전화를 전부 갖다 놓고 방송 시작이 되면 그 전화로 방송하곤 했다. 그러니까 누가 방송을 하느냐가 아주 중요한 이야기다. 간부들이 방송 담당자를 선별하는데 그분들이 볼 때 적합한 사람이 없었다. 그중 제 이름도 오르내렸다”고 말했다.
김 전 기상통보관은 “라디오 뉴스 이후 당시 날씨를 전해드리겠다는 멘트가 나오면 다이얼을 전부 다른 데로 돌리더라. 날씨를 듣지를 않아요. 사실은 TV 방송을 하게 된 것은 기상청에서 하라는 허가 없이 했다. 그때 공무원의 분위기랄까 이런 것이 얘기해서 도저히 허락이 떨어질 분위기가 아니었다. 허락 없이 TV부터 출연했다”고 밝혔다.
이후 1970년대 동양방송(TBC)에서 날씨를 전하는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중앙기상대를 퇴사하고 1982년에는 MBC 보도국으로 자리를 옮겨 1997년까지 일기예보를 전달했다.
일기예보를 방송할 때 그림을 그리면서 하는 아이디어를 직접 내기도 했다. EBS 제작진이 “일기도를 직접 그리시면서 해설하는 것은 본인의 아이디어였습니까?”라고 질문하자, 김 전 기상통보관은 “네. 제 아이디어였습니다. 일기도를 배워서 그릴 때 재미가 있고 좋았다. 한번은 이걸 머릿속에 기억할 수 없을까. 일기도를 한참 보고 3~4시간 있다가 다른 장소에서 백지도에 그렸다. 원본과 비교하고, 이렇게 해보니까 6개월 정도 하니까 원본과 같아졌다. 2년간 연습했다”고 말했다.
김 전 기상통보관은 “방송 생활할 때는 꿈을 꿔도 항상 방송 시간에 늦어 고생하는 꿈을 꾸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통보관은 “방송하고 나면은 그 예보를 발표한 예보관보다 방송을 한 사람이 더 애가 타는 거다. 그래서 저는 밤 11시쯤 돼서 내가 생각할 때 이때쯤 되면 구름이 와야 할 텐데, 구름이 오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래서 슬그머니 우리 집 옆에 있는 뒷동산에 올라간다. 올라가서 하늘을 한참 쳐다보다가 그래서 그때는 우리 집사람한테 의심도 받았다. 밤 11시만 되면 슬그머니 없어졌다가 한 시간쯤 있다가 슬며시 들어오니까. 거의 밤에 잠을 못 자요. 계속 바깥 내다보고 왔다 갔다 하다가 조금만 있다가 출근해 버렸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 전 기상통보관은 “제가 일요일에 아침 방송 마치고 부부 동반해서 고향 친구들과 교외로 놀러 간 적이 있다. 근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다.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니까 모두들 가까운 가게나 소나기를 피해 들어간다. 그러나 저는 못 들어가죠. 거기 있는 사람들이 저를 보고 뭐라 그러겠나. 그래서 저 혼자 소나기를 바깥에서 다 맞았다. 그때 '이야 세상에 그 많은 직업 중에 하필 한차례 내리는 소나기도 피할 수 없는 직업을 가졌구나' 후회스러울 때도 있었어요”라고 말했다.
EBS 제작진이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김대중 대통령 때까지 기상관계 일을 하셨는데 우리나라 정부의 기상재해에 대한 인식 수준이 어느 정도였다고 생각하시나요?”라고 묻자, 김 전 기상통보관은 “내가 볼 땐 외람되게 말씀드리자면 100점 만점에 40점 정도다. 기상 재해에 대한 예비비가 국가 차원에서 항상 만들어서 있어야 한다. 예비비를 항상 별도로 예산을 세워서 준비하고 있다가 기상 재해가 발생되면 즉시 복구하고 이재민을 돕는 체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여름에 더울 땐 섭씨 40도까지 올라간다. 겨울에 추울 때는 북한까지 합치면 영하 43도까지 내려간다. 물이 어는 점에서 끓는 점까지 기온이 오르내리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간판 하나면 된다. 봄철 내지 가을철에는 가뭄이 있었고, 여름철에는 물난리가 났다. 간판 하나면 된다. 한쪽은 수해대책 본부, 한쪽은 한해대책 본부. 이렇게 달았다, 저렇게 달았다 하면 된다. 우리나라 기후를 보면 항상 가뭄 수해 같이 온다. 내가 볼 땐 삼천리 금수강산이 아니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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